참사랑교회의 장애우 '참사랑'
참사랑교회의 장애우 '참사랑'
  • 박지호
  • 승인 2007.02.04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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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롱아일랜드 참사랑교회, 청소 용역 장애우에게 맡겨

   
 
  ▲ 비질의 달인 양철승 씨. ⓒ뉴스앤조이 박지호  
 
최용진 씨는 목요일마다 즐겁다. 열심히 일하고,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참사랑교회(담임목사 문영길)는 2년 전부터 뉴욕밀알선교단이 섬기는 장애우들에게 교회 청소를 맡겨왔다. 2005년 4월, 뉴욕밀알선교단에 주말 자원 봉사를 갔던 김인옥 사모가 장애우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교회 청소를 제안했던 것이다. 일종의 외주 용역인 셈인데, 매주 목요일마다 2시간씩 교회 청소를 하는 장애우들에게 시간당 6불씩 주고 일당에 맞먹는 점심 식사까지 제공한다.

목요일 오전 10시가 되자 장애우들이 참사랑교회에 도착했다. 이들은 교회당에 들어서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스스로 알아서 청소 도구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그리곤 각자 맡은 구역에 가서 알아서 청소를 시작했다. 움직임이 제법 능숙하다.

   
 
  ▲ 카메라만 들이대면 포즈를 취해 사진 찍기 힘들었던 최효진 씨. ⓒ뉴스앤조이 박지호  
 
진공청소기는 지능이 조금 부족하지만 덩치 크고 힘 좋은 최용진 씨 몫이다. 꽤 큰 교회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최 씨의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양철승 씨는 비질 담당이다. 빗자루를 집어들 때 “힘들 텐데” 하는 걱정은 기우. 한 손엔 빗자루 한 손엔 쓰레받기를 들고 잘도 쓸어낸다. 과묵한 유명희 씨는 대걸레를 잡았다. 머릿속에 밑그림을 그려놓은 듯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말 한마디 없이 잘도 한다. 청소하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포즈를 잡는 최효진 씨는 걸레 담당인데, 기사 나오면 꼭 보여 달란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박은지 씨는 화장실 청소를 맡았는데, 자긴 열심히 잘한다며 묻지도 않았는데 한참을 설명한다.

장애우들은 문 목사와 김 사모를 곧잘 따랐다. 청소를 마치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최용진 씨가 어린애처럼 묻는다. “하나님이 무얼 젤 기뻐해요?” 문 목사가 “용진이 장가가는 거지” 하며 농을 던지니 좋아하며 키득거린다. 최용진 씨는 청소해서 받은 돈을 꼬박꼬박 모아오고 있단다. 장가 밑천이라고 문 목사님이 살짝 귀띔해줬다. 비질의 달인 양철승 씨는 모은 돈으로 플로리다에 여행도 다녀왔다는데 믿거나 말거나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효진 씨는 번 돈으로 엄마에게 선물을 사줬다며 좋아했다. 드라마 제목을 줄줄 외는 박은지 씨는 받은 돈으로 빌려 볼 드라마를 고르느라 벌써부터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금이야 2년 조금 안 되게 지났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 처음부터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막상 김 사모가 이런 제안을 했을 때 교회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단다. 같은 비용으로 정상인을 고용해서 훨씬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데 구태여 그럴 필요 있냐는 거다. 
 

   
 
  ▲ 청소를 끝낸 뒤 휴식 시간. 하지만 박은지 씨의 입은 쉴틈이 없다. 가운데가 문영길 목사. ⓒ뉴스앤조이 박지호  
 
처음엔 당연히 문제가 많았다. 청소가 끝나면 교회에서 다시 확인을 해야 했다. 장애우들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수도꼭지를 틀어 놓거나, 부엌에 있던 행주를 걸레로 썼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예쁘게 접어서 제자리에 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목사님이 선물 받은 값비싼 향수를 교회 화장실에 놔뒀는데, 화장실 청소를 하던 장애우가 세제로 착각하고 향수로 변기를 닦아 한동안 변기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가 교인들의 코를 즐겁게 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엔 교인들이 주일 성가 연습을 하려고 악보집을 집어 들었더니 속에 악보가 하나도 없어 그걸 찾느라 한바탕 소동을 벌인 일도 있었단다. 한 장애우가 예배당을 청소하면서 악보집에 있던 그 많은 악보들을 쓰레기로 알고 일일이 빼서 버렸던 것이다. 결국 다급한 성가대원들은 휴지통을 뒤져 무사히 성가 연습을 마쳤다고 한다. 잔소리도 들어야 한다. 목사님 방을 청소하던 장애우가 목사님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를 보고 “목사님은 책상을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쓰세요?” 하고 핀잔을 주기도 했단다. 

   
 
  ▲ 음식 가득, 보람 가득, 미소 가득… 점심 시간이 가장 즐거운 박은지 씨. ⓒ뉴스앤조이 박지호  
 
처음에는 그리 달가워하지 않던 교인들도 지금은 좋아하게 되었고, 목요일마다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참여하는 교인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돈은 돈대로 쓰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이는 청소 용역을 맡긴 이유를 김인옥 사모에게 물었다. “비록 작은 노동이지만 그것을 통해 스스로가 하나님 앞에서 소중한 사람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편안하게 살려고만 하는 의존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수고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목요일이면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장애우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문 목사는 청소가 목적이 아니라 일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냥 돈을 줄 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이 일을 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느끼고, 스스로 돈을 버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저희가 하는 일은 단지 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 가도록 돕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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