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는 오지 마세요"
"우리 교회는 오지 마세요"
  • 김종희
  • 승인 2007.02.14 0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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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이문식·박은조 목사, '기존 교인 등록 거절' 선언
   
 
  ▲ 1월말 <국민일보>에 실린 작은 광고에서 소형교회 목사의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신문 광고 캡처)  
 
지난 1월말 일간지 <국민일보>에 작은 광고가 하나 실렸다. 서울 소년원에 있는 고봉소망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목회하고 있는 김원균 목사가 낸 광고이다. ‘참! 잘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남서울산본교회 이문식 목사·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를 거명하면서, “세 분 목사님께서 타 교회에서 옮겨오는 교인의 등록을 거부키로 하신 결정을 우리 주님께서 기뻐하실 줄 믿습니다”라는 간단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을 잘했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마음이 얼마나 흐뭇했으면 자기 돈을 들여서 이런 의견 광고를 냈을까. 다름 아니라, 이 세 교회 목사들이 '기존 교인 전입 거절' 방침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동원 목사, "전입 교인 냉대 작전"

위의 세 교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구촌교회는 2만 명에 육박하는 대형교회이다. 이동원 목사는 2007년을 맞아서 교회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목회 칼럼을 쓰고, 설교도 했다.

“밝아온 2007년은 교회 방향을 첫째는 전도하는 교회로 정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존 타 교회 교인들의 등록을 최대한 억제시키고 정말 불신자 전도하는 교회로 서고자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열심히 타 교회 전입 교인 냉대 작전을 구사 중입니다. 대신 우리 근처 좋은 다른 교회로 가시도록, 되도록이면 작은 교회에 가서 잘 섬기시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교회를 개척하는 교회가 되고자 합니다. 한국 지구촌교회는 단기간에 메가교회가 되었지만, 역사는 13년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네-다섯 번의 이사를 다니느라 우리 밖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좀 빚을 갚고자 앞으로 수년 동안 할 수 있는 데까지 열심히 개척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1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2만 명에 달하는 교인들이 모이고 있으며, 지금도 분당과 수지에 있는 두 곳의 예배당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설교와 질 좋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수평 이동 교인들에 의해서 교회가 성장한 것이지, 전도를 열심히 해서 불신자들의 회심 결과로 성장한 것은 아니라는 현실, 이동원 목사에게는 이것이 커다란 부담이었다. 교회에 새로 오는 교인의 70%가 수평 이동 교인인 것이다. 이동원 목사는 개인 전도와 교회 개척을 통해 한국교회 침체기를 극복하려 하는 것이다.

박은조 목사, "형제라도 안 됩니다"

분당샘물교회 박은조 목사도 연초 교회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새해부터는 기존 성도의 등록을 받지 않습니다. 이는 전쟁의 배수진과 같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차제에 우리 교회가 영혼 구원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서 배수진을 치는 것이라 생각하시고 마음을 합해 기도하므로 하나님의 소원을 이룹시다. 처음 믿는 성도는 당연히 새 가족으로 등록이 됩니다만 다음 사항들을 기억하시고 잘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배우자가 불신자인데 전도 받고 샘물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기로 하는 경우 이미 믿음을 가진 배우자라도 물론 등록이 가능합니다.
2. 이전에 교회를 다니던 세례교인이 낙심하여 교회를 가지 않다가 전도를 다시 받고 새롭게 오신 분은 목자(혹은 새가족부 교사)의 서명과 평원지기의 확인 후 등록이 가능합니다.
3. 이전에 세례를 받았으나 사실상은 믿음이 없는 분이 다시 전도를 받고 등록을 원할 경우 목자(혹은 새가족부 교사)와 초원지기의 서명과 평원지기의 확인을 받은 후 등록이 가능합니다.
4. 다른 지역에서 가정 교회를 하는 교회를 다니다가 이 지역으로 이사 온 경우 다른 교회로 가도록 권면하되 본인이 꼭 원하면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동원 목사가 ‘냉대 작전’을 쓴다면 박은조 목사는 한술 더 떠서 ‘전쟁의 배수진’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그에 걸맞게 구체적인 요건까지 제시했다. 박은조 목사는 “다들 전도가 안 된다고 얘기들 하는데, 정말 배수진이라도 쳐야 할 상황 아닌가”라고 비장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 교회의 출석 교인은 3500~3600명 되는데, 새신자가 이동 교인에 비해 20%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기존 교인 출입 엄금’ 결정 이후 4주간에 20명의 새신자가 전도되어 등록했다. 박 목사는 “아직 본격적으로 전도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니 소그룹들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직계가족은 기존 교인이라도 등록이 가능하지만 형제의 경우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정했다. 마침 교회를 제대로 안 다니는 동생을 간신히 설득해서 교회에 데리고 온 교인이 있는데 형제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니 ‘동생을 받아달라’고 읍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 이문식 이동원 박은조 목사(왼쪽부터)의 '기존 교인 등록 거절' 선언이 한국 교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뉴스앤조이 자료사진)  
 
이문식 목사, "양 도둑질은 이제 그만"


이동원 목사와 박은조 목사가 올해부터 이렇게 교회 방침을 정했다면, 남서울산본교회 이문식 목사는 이미 1년 전인 작년부터 기존 교인은 등록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통 1년에 150명 정도가 들어오고 50명 정도가 빠져나가니까, 150명을 안 받는다고 하면 교인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8년간 목회했을 때를 보면 작년 1년 동안 등록한 새신자 숫자가 제일 많았다”면서 전도를 통한 교회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확신했다.

이문식 목사도 ‘전도’를 강조하지만 박은조 목사나 이동원 목사와는 방점이 조금 다르다. 이문식 목사는 주변 작은 교회들을 괴롭히는 목회, 후배 목사들에게 절망감을 주는 목회는 더 이상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 목사는 월리엄 채드윅이 쓴 책 <양도둑질>(규장)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서, “목회자나 신학자는 ‘transfer’라고 표현하고 일반 신자들은 ‘church shopping'이라고 표현하겠지만, 예수님은 아마 ‘양 도둑질’이라고 하실 것”이라고 했다.

이문식 목사는 “우리 교회처럼 중형교회가 이런 것을 얘기한다고 해서 누가 눈 하나 깜짝 하겠냐. 그래서 작년에 이동원 목사에게 대형교회가 앞장서서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올해부터 그렇게 하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이것이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으로 번져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도에 대한 각오와 효과적인 시스템을 준비하지 않고 뜻만 가지고 덤비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이 세 교회는 모두 분당·산본·수지 등 서울 외곽에 있으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중형 내지 대형교회들이다. 이밖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동원 목사는 ‘한국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한미준), 박은조 목사는 한민족복지재단, 이문식 목사는 남북나눔운동 등 기독교계에서 중요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박은조 목사와 이문식 목사는 각각 <뉴스앤조이> <복음과상황>의 이사장과 발행인도 맡고 있다. 교회 내적으로는 모두 소그룹 단위의 가정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면서 탁월한 설교와 깨끗한 목회 지도력으로 후배 목회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한국 교회. 몇몇 대형교회들이 갖은 비리와 비상식적 행태로 세상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대부분 교회들은 전도가 안 되어서 교인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저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들 ‘성공병’에 걸려서 제 정신을 못 차리는 현실에서, 이 교회들의 결단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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