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광야에서의 다짐
젖과 꿀이 흐르는 광야에서의 다짐
  • 서재진
  • 승인 2007.02.16 0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 8월 14일, 제가 처음 미국 땅을 밟은 날입니다. 그땐 미국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제 짝을 만나 제주도 신혼여행 갈 때 내 생애 첫 비행기를 탈 줄 알았는데, 유학을 나오면서 태평양 건너까지 오랫동안 국제선을 타보았으니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믿기 어려웠던 것은 집채만한 쇳덩어리 비행기가 창공을 향해 마구마구 솟아오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0년 8월 15일 처음으로 미국 지도를 펼쳐 들고 인터넷으로 알아본 교회를 찾아 낯선 새벽 길을 걸었습니다. 그날 새벽예배 말씀은 마치 저를 위해 특별히 예비해두셨던 것처럼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더라…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고…” 창세기 12장이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우연으로 보이겠지만 믿는 이들에겐 말씀을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섬세한 음성이지요.
 
제가 첫발을 내디딘 미국 뉴욕주 이타카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가장한 광야였습니다. 넘어야 할 언덕도 높았고, 건너야 할 강도 깊었으며, 견디어야 할 연단의 강도도 컸습니다. 석사를 박사처럼 어렵사리 4년 걸려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2년 반 동안 일을 하다가, 석사 때의 지도교수님이 위독하시다는 전갈을 받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6년 9월 초 다시 미국으로 들어왔습니다.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치 앞을 알지 못하지만 순종하며 나아갔던 아브라함의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갈 길을 알지 못하지만, 주님이 가라 하면 가고 멈추라 하면 멈출 수 있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 태평양을 건넜는데, 하나님께서는 제게 안성맞춤인 아담을 준비해놓고 계셨습니다.
 
친정과도 같은 미국 동부 뉴욕주를 뒤로 하고 캘리포니아주로 모든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 아담이 거하는 곳으로 말입니다.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제 삶은 새롭게 시작됩니다. 미혼자에서 기혼자로, 유학생에서 이민자 주부 학생 기자로 말입니다. 솔직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가 훨씬 더 큽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유학 광야 생활의 치열함을 문서로 기억하고자 매일 썼던 일기를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제 일기는 미국 동부에서 한국을 거쳐 이제는 서부에서 쓰여지겠네요. 일상의 소소함을 담는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 일기라면, <미주뉴스앤조이>의 취재 글은 지극히 덜 개인적인 글이 되겠네요.
 

   
 
   
 
그래서, 크게 도전이 됩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작고도 큰 꿈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인 눈이 아니라, 감히 하나님이 주시는 영적인 눈으로 사물을 꿰뚫어보는 것입니다. 영의 눈이 활짝 뜨여서 공의로운 하나님 보시기에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 없는 정직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 서재진 주재기자는 8월에 캘리포니아 엘에이에서 결혼하는 예비신부입니다. 미국 뉴욕주 코넬대학교에서 식품학 석사를 했고 식품 영양 정책으로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