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이랑 영어 둘 다 배우는 주말학교
한글이랑 영어 둘 다 배우는 주말학교
  • 강희정
  • 승인 2007.02.16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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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자들과 미국 기독 후원 단체가 공동 설립

   
 
  한국어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지난 1월 27일에는 오하이오 콜럼부스 지역에 한국 어린이들을 위해 한글과 영어를 둘 다 가르치는 주말학교가 개설되었다. 토요일 오후에 수업이 이루어지는 이 주말학교의 공식 명칭은 'IFI 한글 영어 교실'이다.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이 두 분의 한국인 선생님과 두 분의 미국인 선생님으로부터 각기 한글과 영어를 배우고 있었다. 작은 규모이지만, 어린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에게서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려는 열의가 교실 가득히 느껴졌다.

이 주말학교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에 이주한 한인들의 자녀들과, 직장이나 사업 또는 학업과 관련하여 미국에 일시 체류하게 된 한인들의 자녀들이 직면하는 교육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인 이민자 자녀들에게는 한글과 영어를, 그리고 이제 미국에 체류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어린이들에게는 영어를 가르쳐 주는 주말학교이다.

미국에 이주한 이민자 자녀들은 자기 본국의 언어나 영어에서 모두 문제를 겪는 수가 많다. 한인 자녀들 가운데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서 생활한 지 오래된 어린이들은 부모가 한국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한국어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다. 어느 정도 말을 듣고 이해한다 하더라도, 읽기, 쓰기, 말하기 능력에서 같은 또래 한국 어린이들보다 훨씬 뒤쳐질 수밖에 없다. 이런 어린이들이 영어 실력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미국인들처럼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민자 자녀들은 영어에서도 문제를 겪게 되어 언어 문제에서 이른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선생님으로부터 영어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부모들의 사업이나 학업 때문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건너오거나, 혹은 미국에 영어 습득을 위해 이제 갓 도착한 학생들의 경우, 영어를 하루라도 빨리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가 된다. 이들의 부모들은 미국에 체류하게 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자녀들이 영어를 보다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많은 돈을 들여서 개인 교습을 받거나 사립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보내기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번에 개설된 'IFI한글 영어 교실'은 이와 같은 이민자들 그리고 미국 일시 체류자들의 자녀 교육 문제에 대한 한 가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자들의 자녀들에게는 한글 수업과 고급 영어 수업이, 그리고 미국 일시 체류자들 자녀들에게는 현지 교육 체제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영어 수업이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 주말학교에 등록을 하러 온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절실한 필요에 꼭 맞는 프로그램이 열리게 된 것을 반기고 있다. 미국에 체류한 지 5년된 한 어머니의 경우(임xx, 38), 자신의 자녀가 미국에서 살면서 한국어도 잊어버리고 영어도 아직 ESL(부모가 영어를 구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특별 수업)을 받고 있어 안타까워 했는데, 자신들의 필요에 꼭 맞는 학교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미국에 온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 남자 아이 둘을 둔 어머니(김XX, 32)는 처음에 미국에 와서 영어 배우느라 사립유치원에 보내면서 경제적인 부담이 매우 컸는데, 자녀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고마워 하고 있다.

   
 
  IFI의 오랜 후원자이시고 한 때 목사님이셨던 분이 교사로 자원하셔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다.  
 
이 주말학교가 설립된 데에는 IFI(International Friendships Inc.)라는 미국 기독교 단체의 후원이 주효하였다. 미국인 기독교 단체가 어떻게 한국 어린이들을 위한 언어 교실을 마련하도록 돕게 되었을까?

원래 IFI는 외국에서 미국에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을 지원하는 기독교 비영리 단체이다. 이 단체가 그동안 외국에서 유학을 온 성인 학생들에 대하여 미국 정착을 도와주거나 영어 회화 파트너들을 연결해 준다거나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외국인 유학생들의 편의를 제공하면서 그들에게 기독교를 소개하는 사업에 주력해 왔다. 이 단체가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 사업은 해 왔지만, 이처럼 이민자 자녀들이나 기혼자 유학생의 자녀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단체로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자녀들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 일부 한인 이민자들이 IFI 책임자에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로 인해 IFI 측에서도 자신들이 파악하지 못한 이민자 자녀들의 필요에 대하여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고, 이에 대한 후원에 나서게 되었다. IFI는 이 주말학교의 장소를 정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IFI는 콜럼부스 지역에 있는 교회들을 섭외하여 한인들의 자녀 교육을 위한 장소를 제공해 줄 교회를 찾아 연결하여 주었다. 이어 지역에 있는 한 미국 침례교회가 장소를 제공해 주기로 나섰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마냥 천진스럽다.  
 
이 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IFI의 대표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 단체의 지역 담당자인 리치 멘돌라(Rich Mendola, 51)는 한인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절실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제안을 제시하고 자신의 단체에 일정 부분 후원을 요청한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자신들의 후원 사업이 보다 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인 기독교 후원 단체는 성격상,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외국 유학생들에 대한 시혜적인 차원의 지원 사업을 주로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주말학교는 한국인 학부모들의 주도에 의해 개설된 만큼, 운영 과정에서도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일정 부분 수업료를 감당하도록 하여 공동의 책임 운영을 꾀했다는 것도 IFI 역사상 새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다. 학부모들이 감당하는 수업료는 강사료나 교재 구입에 쓰이게 된다. 장소 제공이나 교사 확보 등에 있어서 일정한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서는 한인 이민자들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교육의 문제는 한 개인이나 가족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특히 본토가 아닌 이방의 땅에서 거주하는 이민자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공동으로 대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소모적이거나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주말학교는 한인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의 대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한 한인 사회와 미국 교회 또는 기독 후원 단체와의 관계에서 서로 대등한 관계를 지향하며 동시에 협력을 모색하는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말 : IFI 한글 영어 교실 정보 안내 (오하이오 콜럼부스와 인근 지역에 한함)
Time : Saturday 3-5pm
Place : Covenant Baptist Church(5100 Dierker rd. Columbus, 4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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