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 선언 오바마, 흑인 지지 받을 수 있을까?
대권 도전 선언 오바마, 흑인 지지 받을 수 있을까?
  • 김명곤
  • 승인 2007.02.2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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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사회, 오바마의 인종적·정치적 정체성에 의문

   
 
  ▲ 그가 과연 흔들림 없이 흑인들을 대변하는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바마 의원 홈페이지에서)  
 
배럭 오바마 연방상원의원(일리노이주, 민주당)이 지난 10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대회에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 많은 흑인 유권자들은 그가 흑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흔들림 없이 흑인들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가 시카고의 흑인 지역이 아닌 하와이에서 성장했다는 점과 그가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면서 오바마가 무늬만 흑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 아닌 ‘다문화 대통령’ 될 것”

‘흑인 무소속 정치 조직’의 에디 리드 의장은 9일 <LA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이 아니라 다문화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흑인 대통령은 흑인의 경제력과 정치력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흑인 유권자들에게는 오바마가 백인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의심스럽다.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학의 콘라드 워릴 교수는 이에 대해 “백인이 흑인의 목에 손을 두르면 항상 의심이 따른다”면서 “문제는 대학 교육을 받은 이러한 새로운 흑인 세대가 과연 흑인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싸울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2주 전에 열렸던 민주당 전국위원회 겨울 컨퍼런스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장이자 오바마의 오랜 흑인 후원자인 에밀 존스는 80여 명의 흑인 청중 앞에서 ‘우리의 아들’을 지지해야 하며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다’는 말은 명백히 힐리러 클린턴 상원의원을 겨냥한 것인데, 힐러리 의원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은 흑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 샤프톤 목사는 오바마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흑인들이 그를 지지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샤프톤은 오바마가 최근 시카고 시장 재선거 당시 두 명의 흑인 출마자 대신에 백인 시장을 지지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오바마는 CBS의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가 인종 문제의 전국적 ‘초점’이 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자신이 흑인으로서의 경험이 없다는 주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 흑인들 중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지지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바마 의원 홈페이지에서)  
 
오바마 “사회에서 흑인처럼 보이면 흑인으로 취급 받는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이 사회에서 당신이 흑인처럼 보이면 당신은 흑인으로 취급받는다. 나는 이제 내가 누구이며 내가 누구 편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매우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해 많은 글을 써 왔으며 베스트셀러인 그의 회고록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해롤드 워싱턴이 최초의 흑인 시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1984년 시카고에 처음 도착했을 때 외부인으로서 느꼈던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오바마는 한 늙은 흑인 이발사가 그에게 “해롤드 시장이 당선되기 전에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해롤드 시장이 이 도시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오바마는 흑인 공동체에서 조직가로, 유권자 등록 활동가로, 그리고 민권변호사로 계속 일해왔다. 그러나 오바마와 시카고의 다른 흑인 지도자들과의 긴장의 역사는 그가 주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전도유망한 한 흑인 지도자를 밀어냈던 199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앨리스 파머 주상원의원은 시카고에서 매우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는데 연방의회 진출을 위해 오바마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러나 나중에 마음을 바꿔서 주상원의원에 남기로 했는데 이때 오바마가 그녀에게 후보자 자리를 넘겨주지 않았던 것이다.

파머가 투표에 필요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서명운동을 하자 오바마의 지지자들이 이를 무산시켰고 이로 인해 그녀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워릴 교수는 “우리는 바락 오바마가 누구인지 몰랐던 반면에 앨리스 파머는 뛰어난 의원이었고 우리가 경험했던 60년대, 70년대, 80년대 흑인 활동가의 전형이었다”고 말한다.

   
 
  ▲ 그는 과연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의원 홈페이지에서)  
 
흑인 후원자 적극 영입

이와 같은 긴장은 4년 후 오바마가 또 다른 흑인 지도자였던 보비 러쉬 연방하원에게 도전하면서 또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러쉬는 오바마를 패배시켰으며 오바마는 이 패배로 인해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바로 후원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제 오바마는 새로운 후원자 에밀 존스의 지지를 얻으면서 흑인들의 대변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경찰 검문 사례에 대한 인종적 분류 자료를 일리노이 사법당국에 요청하는 법안과 경찰이 살인 사건 관련 조사를 할 때 반드시 비디오 촬영을 하도록 요구하는 법안 등을 통과시켰다.

오바마는 연방상원의원에 도전했을 때 존스에게 도움을 청했으며, 존스는 오바마를 위해 다른 흑인 지도자를 설득하고 시카고의 부유한 흑인 사업가들로부터 기부금을 모금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1996년도 사건에 대해서 존스는 “만약 오바마가 그때 포기했더라면 그는 지금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당시 오바마의 태도를 옹호했다.

과연 험난한 대선 가도에 나선 오바마가 흑인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인지, 더 나아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오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마이애미) 안태형-김명곤 기자
* 이 기사는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간하는 <코리아위클리>(http://www.koreaweeklyfl.com)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코리아위클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기사 제휴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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