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재산 사유화의 원인, 맘몬 숭배
교회 재산 사유화의 원인, 맘몬 숭배
  • 박득훈
  • 승인 2007.02.22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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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산의 사유화, 대안을 찾아서 ②

맘몬 숭배를 정당화하는 기복신앙의 척결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배후에는 기복신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복신앙의 핵심은 하나님을 제대로 잘 믿기만 하면 반드시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영적인 행복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 물질적 풍요, 사회적 성공, 육신적 건강을 누릴 수 있다는 신앙입니다. 기복신앙은 맘몬 숭배를 성경의 용어들을 동원하여 정당화하고 은밀하게 강화시키는 무서운 역할을 합니다.

기복신앙에 세뇌되면 맘몬의 풍요함을 누리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무조건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결과로 동일시하게 됩니다. 그가 어떻게 부와 재물을 축적하게 되었는지 또 그 부와 재물을 어떤 절차를 밟아 사용하는지에 대하여 묻지 않으려고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교회 목사들이 성도들의 헌금으로 형성된 재산을 소신껏 사용하고 누리는 것을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축복이라고 여기고 인정합니다. 그렇게 축복 받은 하나님의 종의 설교를 듣고 그들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 것을 자랑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자기들도 덩달아 그렇게 될 날을 희망하게 됩니다.

기복신앙을 한국 교회에서 철저히 몰아내지 않곤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어거스틴보다 기복신앙의 은밀한 오류를 잘 짚어낸 신학자는 없어 보입니다. 그는 기복신앙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용하다”와 “향유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기복신앙의 정체를 잘 밝혀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이용의 대상인 세상의 재화는 향유하려 하고 향유의 대상인 하나님은 오히려 이용하려는 위험성을 경고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돈을 향유하고자 원하면서 하나님을 단지 이용하려는 것은 왜곡(perversion)이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을 위하여 돈을 쓰지 않고 돈을 위하여 하나님을 예배한다”.

이러한 기복신앙을 은근히 부추기는 흐름들이 요즘 새 힘을 얻는 분위기입니다. 브루스 윌킨슨의 『야베스의 기도』, 김동호 목사의 『깨끗한 부자』, 요엘 오스틴 목사의 『긍정의 힘』이 그 흐름의 중앙에 있는 베스트 셀러들입니다. 그 저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기복신앙과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분석해보면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첫째,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을 하나의 가능성 정도로 두지 않고 반듯한 신앙의 필연적 결과로 설정합니다. 둘째, 모든 사람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때까지 이웃의 고난에 참여하는 심정으로 자신을 위해선 최소한 필요한 것만으로 만족하는 삶을 금욕주의적 신앙으로 평가절하합니다. 셋째, 예수님의 제자도를 실천하며 살면 이 세상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초한 것으로 보지 않고 패배주의적 신앙으로 비하합니다. 넷째, 표면적으론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삶을 신앙생활의 궁극적 목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신앙만 반듯하면 하나님과 물질적 풍요를 별 어려움 없이 동시에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섯째, 사회 양극화의 근원인 정치 경제 체제의 불의와 그 변혁에 대하여는 소극적인 반면,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적당한 수준의 노블리스 오블리즈의 미덕 만을 강조함으로써 부와 성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성경을 조금씩 비틀고 왜곡시킨 결과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뒤집는 주장보다 그 오류를 분별해내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베뢰아 사람들이 그랬듯이 첫째, 그 주장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둘째, 성경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깊이 있게 읽고 이해하고 셋째, 성경에 비추어 그 주장들이 정말 옳은가를 분별해내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사도행전 17장 13절).

물론 앞서 언급한 책들이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노골적으로 정당화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김동호 목사 같은 분은 한국 교회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건강성 증진을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의 ‘깨끗한 부자론’은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는 한 교회 재산 사유화의 배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기복신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지금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 맘몬이 얼마나 교묘하게 신앙의 본질을 흔들어 왜곡시키고 있는가를 직시해야 합니다. 이를 잘 직시한 사람 중에 하나가 자크 엘룰입니다. 그는 『하나님이냐 돈이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예리하게 지적합니다;

부는 유혹이다. 부 자체는 악이 아니라 유혹이다...... 부가 유혹이란 말은 부가 중립적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인간의 위대한 정신과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악을 주로 드러낸다. 부는 타락의 기회다.

부는 본래 선한 것이었지만 악의 권세에 의해 조종당함으로 말미암아 악을 조장하는 막강한 힘을 지닌 유혹적 존재로 변질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부를 묘사하면서 당시 별로 사용되지 않았던 맘몬이라는 아람어를 사용하셨습니다(마태복음 6장 24절; 누가복음 16장 13절). 부를 의인화하고 유사 신격을 지닌 존재로 표현하셨습니다.

리처드 포스터도 『돈, 섹스, 권력』에서 부를 신약성경에서 언급되는 ‘정사와 권세들(principalities and powers)’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에야 그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가 잘 꿰뚫어봤듯이 부는 지상의 통치자들과 사회 제도 그리고 심지어는 교회의 배후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위와 세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맘몬은 강력한 하나님의 대항마, 즉 경쟁신(rival god)임이 분명합니다. 포스터는 경쟁신으로서의 맘몬 즉 돈은 ‘활동적인 행위자요(active agent), 그 자신에 대한 법이요, 돈은 인간으로 하여금 돈에 헌신하도록 영감을 불어 넣어줄 능력이 있다’고 간파하였습니다.

한국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왜곡된 기복신앙의 배후에 숨어 활동하고 있는 맘몬의 정체를 밝히 드러내야 합니다. 그를 통해 기복신앙은 교묘히 가장된 맘몬 숭배임을 천명함으로써 더 이상 교회 안에 설 자리가 전혀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 교회가 기복신앙의 유혹과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교회 재산 사유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교회 재산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의 공유와 기복신앙의 척결은 특별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그렇다고 먼저 깨닫고 회개한 사람들은 그때까지 의식과 신앙의 변화만을 외치며 시간을 보낼 순 없습니다. 교회 재산의 신앙적 공공성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각 교회 내에 마련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바른교회아카데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그리고 교회개혁실천연대가 각기 때로는 연대해서 다양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이 단체들이 연대하여 바른 재정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선 한국 교회 재정 운영 실태에 대한 다양한 사례 발표에 이어 교회 재정 관리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정관에 대한 강의가 있었습니다.

물론 재정 정관이 마련된다고 재정에 관련된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최소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교회 재산 사유화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는 그룹이 이미 교회의 실권을 쥐고 있을 때, 이러한 민주적 재정 정관을 어떻게 도입할 수 있겠느냐일 것입니다. 왕도는 없습니다. 많은 기도, 뜻 있는 이들의 연대, 끈질긴 호소와 노력, 그리고 언론에 의한 여론 확산, 기독시민단체들의 압박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실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입니다.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선 민주적 재정 정관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이 있습니다. 첫째, 교회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교회 재정이 불투명하게 운영될수록 소수에 의해 사유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대단히 높습니다. 은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산 심의에서 결정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또한 재정 지출 내역도 교인들에게 자세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특히 담임목사가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재정의 전체 규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계정과목을 설정해야 합니다. 누구든지 원하면 교회 장부 열람이 가능해야 합니다.

둘째, 교회 재정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예산안을 확정할 때 교인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한두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도록 해선 안됩니다. 예산안을 결의하는 교인총회가 열리기 전 교인들이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사전에 자료가 배포되어야 합니다. 회의 시 교인들에게 자세히 설명되어야 하고 교인들의 질문에 성실한 답변이 있어야 하고 교인들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교회 재산은 교인의 총유재산임을 분명히 하고 교회 명의로 등기해야 합니다. 교회의 부동산의 처분 또는 내용 변경 등 중요 사항은 교인총회의 결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 총 예산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초과 지출을 하게 되는 경우(예컨대 20% 이상 초과), 재정 담당자가 이를 편성하고 교회 리더들의 회의(예컨대 당회 혹은 운영위원회 등)와 교인총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도록 해야 합니다.

셋째, 목회자 사례비에 대한 원칙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교회를 부흥시킬 능력이 있으면 사례비를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과 관행을 깨야 합니다. 그래야 교회 재산의 사유화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습니다. 교회가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하게 부흥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목회자의 공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사역자들은 씨를 심고 물을 줄 뿐,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합니다(고린도전서 3장 6-7절).

한편 상식적인 차원에서 인정되는 생활비 산정이 필요합니다. 직책, 지역, 교회규모, 가족의 특수상황 등이 합리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받는 사례비 이외의 부수입에 대한 지침이 필요합니다. 목회 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교회 경비로 처리하고 생활비는 목회자 인건비 형식으로 지급되어야 합니다. 목회 활동비에 해당하는 것으론 도서비, 차량유지비, 통신비, 접대비, 교육비 등을 들 수 있고, 생활비로는 주택비, 식품비, 의료 및 보험료, 자녀 교육비, 문화비, 의류비, 가정을 위한 통신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목회자들 사이엔 직책에 관련된 활동비나 근무 연수에 따른 호봉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교회 규모에 따른 생활 수준의 격차는 최대한 자제되어야 합니다.

넷째, 사회 봉사비의 신학적 중요성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사회 봉사를 위한 교회 재정 지출이 단순히 좋은 일이라는 것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와 사회의 약자를 위해 아낌없이 재정을 지출하는 구체적인 삶이 하나님의 백성들과 교회의 정통성을 가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이사야 1장 1절-17절; 마태복음 25장 31-46절).

물론 교회 규모에 따라 일정 정도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막 개척된 교회에 사회 봉사비의 비중을 지나치게 높인다면 교회의 생존자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교회 규모가 커질 때까지 모든 것을 뒤로 미루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가난할 때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면 부자가 된 다음에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삶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을 때부터 총력을 기울여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출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목회자로 하여금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회 재정의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간은 모두 연약하기 때문에 감시와 견제를 받지 않으면 늘 넘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감사 기능의 강화는 교회 지도자들로 하여금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 감사 및 회계 감사의 목적은 예산이 원래의 의도와 계획에 따라 적절히 집행되었는지를 분석 판단하고 교회 결산서가 교인들에게 교회 재정의 실체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작성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감사인은 회계와 감사에 관한 경험이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법을 구비한 자여야 하며 재정 운용에 이해관계를 가진 자가 되서는 안 됩니다. 교회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교회 외부의 전문기관에 감사를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입니다. 교회 재정 운영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공정하게 책임을 규명하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 역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맺음말

교회 재산의 사유화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심각한 병폐입니다. 교회가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예수님은 더 이상 교회의 머리가 되실 수 없으며 교회는 교회를 사유한 자에 의해 맘몬 숭배의 장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회의 진정한 생명은 교회의 사유화와 함께 끊어지고 말 것입니다. 교회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우선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은밀하게 정당화하는 기복신앙의 유혹을 확실히 뿌리쳐야 합니다. 기복신앙이 어떤 모양으로든지 교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추방해야 합니다.

이렇게 교인들의 의식과 신앙의 변화가 일어나도록 노력하는 한편 교회 재정이 사유화되지 않고 그 공공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재정 운영과 관련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의 정체성 확보가 상당 부분 여기에 달려 있음을 인식하고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박득훈 / 언덕교회 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이를 위해선 때론 핍박과 고난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려면 많은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진리는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사도행전 14장 22절). 한편 주님과 함께 고난에 기꺼이 참여하는 자는 그로부터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기쁨을 얻게 된다는 것 또한 진리입니다(요한복음 15장 11절). 이 역설적인 진리를 붙들고 승리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교회 재산의 사유화를 극복해나가는 길은 그만큼 넓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한국에서 발간되는 <공동선>에 실린 것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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