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분쟁, 이제는 '인터넷 진검승부' 시대
교회 분쟁, 이제는 '인터넷 진검승부' 시대
  • 홍성종
  • 승인 2007.02.27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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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게시판 봉쇄에 정면으로 맞선 가나안러브, 오엠씨피플, 중부25

미국 서부 LA에서부터 동부의 시카고와 뉴욕에 이르기까지, 대형 교회의 분쟁 사실이 시간이 지나면서 속속 결론이 나거나 구체화되고 있다.

이민 교회 분쟁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인터넷을 통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뿐만 아니라 미주 전역, 나아가서는 한국에서도 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분쟁 중인 교회는 이민 교회 중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교회로, 이들 교회의 분쟁 결과가 앞으로 이민 교회에 미치는 파문이 커서 여타 교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민 교회 분쟁 소식, 정보화 시대에 따라 급격히 확산

4,000여 명의 교인과 36년의 전통을 지닌 LA 동양선교교회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홍역을 앓는 교회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평온하다. 큐티, 목장 세미나를 비롯해 사순절 연속 금식 기도를 알리는 형형색색의 광고들이 펼쳐지고 있다. 게시판 역시 목회자의 주일예배, 새벽예배의 설교를 비롯해, 각 부서의 행사를 알리는 광고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혹독한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올 겨울 8만 시카고 한인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가나안장로교회의 홈페이지는 목회자의 주일 설교와 목회 수상, 칼럼으로 여느 교회와 다를 바 없다. 다만, 교회 소식란의 ‘가나안 핫뉴스’에 실린 몇몇 게시물을 통해 소속 노회와 갈등을 겪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어떠한 댓글이나 반대 의견도 찾아볼 수 없다.

뉴욕중부교회의 웹사이트는 ‘개선 중’이라는 이유로 몇 단계를 거쳐야만 메인화면으로 찾아갈 수 있다. 화면을 펼치자마자 왼편 가슴에 노랑꽃을 단 담임목사의 사진이 등장하고, 게시판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회를 나온 아이를 안고 기도하는 담임목사의 사진이 나타난다.

이들 교회의 웹사이트는 '호수 위의 평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보면, 차단된 진실게임은 다른 경로를 통해 소용돌이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본 교회의 웹사이트 봉쇄 조치에 대항해 정면승부를 선언한, 이른바 진실을 알리기 위한 ‘대항 사이트’이다.

< 주요 분쟁 교회 및 대항 사이트 >

교회 이름

시카고 가나안장로교회

LA 동양선교교회

뉴욕중부교회

교인 수(장년 기준)

1,000명

4,000명

700명

교회 설립

1976년

1970년

1980년

교회 사이트 이름

www.canaan.org

www.omc.org

www.joongbu.org

소속 교단

PCUSA

초교파 독립교회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대항 사이트

www.canaanlove.com

www.omcpeople.com

www.jb25.org

운영 주체

가나안을사랑하는모임

동양선교교회 성도모임

중부25

사이트 개설일

2006년 4월

2006년 11월

2006년 2월

총 방문자 수

5만 명

3만 2,000명

n/a

평균 방문자 수 **

563명

404명

263명

게시판 횟수

980회

1,000회

490회

실명/익명제

실명제

익명제

실명제->익명제

( * ‘중부25’는 교회 창립 25주년을 맞이하여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붙여진 이름이며,
교회 측 소송 제기에 따라 2006년 10월 웹사이트가 한때 중단되었으나, 금년부터 다시 가동함.
**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게시판 조회를 기준으로 한 2007년 1~2월 통계임. )
 

이들 ‘대항 사이트’들은 교회 내에서 진실 공개를 원하는 그룹이 중심이 되어 웹을 개설했지만, 목사파, 중도파 할 것 없이 교회 분쟁을 둘러싸고 논객들간에 이루어지는 논쟁으로 날마다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쟁점으로는 비리에 연루된 목회자 처리를 중심으로 교회 분쟁을 해석하는 각자의 견해가 신학적인 논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목회자의 주일 설교가 여지없이 도마 위에 오르고, 교회의 본질과 사명, 성령론, 재정 집행의 투명성, 민주적인 교회 운영, 십일조, 선교와 구제, 나아가 이민 교회,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을 넘나들며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게시판 내용 분석 >

사이트 별로는 시카고 가나안장로교회에 속한 ‘가나안러브’가 지난해 4월 사이트 오픈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방문자 수가 5만 명을 육박하고 있으며, 금년 들어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563명을 기록하고 있다. 교인들은 ‘가나안러브’를 중심으로 지난 2월 12일 중서부한미노회에서 이용삼 목사의 교직권 파기를 이끌어냈으며, 현재 후속 조치로 일리노회 순회 법정을 통해 1차적으로 목회자 관련 계좌 동결, 감사 명령 등의 처분을 받아냈고, 목회자의 교회 접근 금지 명령 조치는 조만간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따라서 ‘가나안러브’의 운영 주체인 ‘가나안을사랑하는모임’(이하 ‘가사모’)은 지난 2월 19일 공식적으로 해체하였으며, 교회가 정상 회복될 때까지만 웹사이트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교회 분쟁 해결의 새로운 모델 제시한 ‘가나안러브’

그동안 ‘가사모’의 활동은 여러 면에서 교훈을 남겼다는 게 분쟁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정평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으로는, 인터넷 시대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통념을 깨고 4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진실 파악과 논쟁 참여를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는 이들이 생겨날 정도로 교인들이 열심을 내었다고 운영자들은 전하고 있다.

또한, 운영 주체인 ‘가사모’는 내부에 실행위원회를 비롯한 법사, 행동, 광고 등 짜임새 있는 조직을 통해 분쟁 과정의 구심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실명제 도입으로 논객들의 논리나 수준이 상대적으로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나안러브’는 온라인 전쟁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 3,400여 명에 이르는 서명을 받았고, ‘가나안소식’이라는 뉴스레터를 통해 분쟁 상황을 신속히 보도하는 등 입체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그동안 교회 문제가 신앙을 둘러싼 영적 싸움으로 대립하며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서로 맞서다가 묻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자정 능력을 상실한 교회 문제를 사회적 통념과 상식 수준으로 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라디오코리아> 등 지역 사회 언론이 감시 기능의 순기능을 감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엠씨피플, 당회 및 헌법개정위원회 복권 시도

지난해 10월 4일 장로들의 헌법 개정 결의와 관련, 이에 반발한 강준민 목사의 사의 표명과 번복, 그리고 신임으로 역전하며, 당회 해산의 역풍을 맞은 동양선교교회 사태는 축출당한 11인의 장로를 중심으로 ‘오엠씨피플’을 통해 힘겨운 싸움이 진행 중이다.

‘오엠씨피플’은 지난 1월 30일에 당회 해산의 불법성을 선언하고, 자체 당회를 개최해 지난해 정기당회와 임시당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던 강 목사와 13인의 장로들의 사표 수리를 선언했다. 이에 맞서 교회 측은 변호사 명의의 서한을 통해 “당회 해산으로 자격이 상실된 장로들의 모임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현재, ‘오엠씨피플’ 측의 11인의 장로들은 당회 복권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오엠씨피플’ 측과는 별도로 언론 보도와 지역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불거지고 있는 불법, 탈세 의혹 건에 대해서 이민국, 국세청, 캘리포니아 기업조사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동양선교교회 사태는 80만 남가주 한인 사회 규모에 걸맞게 지역단체와 언론들이 진실 규명에 앞장서고 있다. 부정방지기독시민연대 회장 김종명 씨는 강 목사와 임동선 원로목사 앞으로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 주차장 부지 매입을 비롯한 여타 재정 문제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강 목사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오엠씨피플’의 게시판은 현재 1,000회를 기록하였으며, 강 목사와 측근들의 문제를 지탄하는 글들로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교회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의 내용이 구체화됨에 따라 날 선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게시판의 익명성이 보장됨에 따라 논조가 다소 격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사 보고서의 새로운 지평을 연 ‘중부25’

분쟁 중인 주요 교회 가운에 가장 먼저 ‘대항 사이트’를 열어 신호탄을 쏘아올린 ‘중부25’는 오히려 암울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말 뉴욕중부교회는 담임목사와 측근의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한 장로와 집사 등 8명에게 권고 휴직과 무더기 근신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여파는 일반 교인들에게까지 미치어 2007년 목장 편성에서 목사 반대파 교인들이 아예 제외되고, 2부 찬양대가 폐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서도 재정 비리 의혹을 밝히고자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8월에 발간한 총 116페이지에 이르는 조사 보고서는 재정 의혹을 미국법의 회계 처리 원칙, 국세청의 조세 안내서, 뉴욕주 검찰청의 비영리법인 내부 견제 제도와 재정 의무를 면밀히 분석하여 구체적으로 진단한 유용한 정보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일부 조사위원들이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빛을 발하지는 못했지만, 조사 보고서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중심으로 향후 파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조사 보고서는 단순히 뉴욕중부교회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세분화된 목회자 사례비의 소득 기준을 둘러싸고 명확한 준칙이 없어 갈등을 겪는 여타 한인 교회에게 기준점을 제시할 지침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분쟁 중인 주요 교회의 대항 사이트의 쟁점 및 현황 >

 

가나안러브

오엠씨피플

중부25

주요 쟁점

∆목회자 교회 사유화
∆목회자 세습
∆후임 목회자 선정 시비
∆교회 운영의 독단
∆재정 집행의 불투명

∆탈법, 탈세, 불법
∆목회자 당회 장악
∆목회자 비윤리

∆일반 재정 집행의 불투명
∆건축 관련 재정 비리
∆불합리한 의사구조
∆목회자 비윤리

정보 내용

∆공지사항
∆게시판
∆포토에세이
∆컬럼

∆보도자료/참고자료
∆게시판

∆조사 보고서
∆중부 광장(게시판)
∆컬럼

방법/수단

∆연대서명
∆피켓시위
∆소식지 배포
∆기도회/찬양집회
∆인터넷 토론
∆노회 전권위원회 중재

∆조사위원회
∆인터넷 토론
∆진실을 알리는글

∆조사 보고서 작성
∆횡령 혐의 법 적용
∆인터넷 토론

진행상황

∆목사파 후임목사 저지
∆교단 결정 : 담임목사 및 
일부 장로 파직
∆접근 근지 명령 신청

∆당회/헌법 복권 소송
∆CA기업조사국 조사
∆INS,  IRS 조사       

∆문제제기한 장로/집사  권고 휴직, 무더기 근신 처분
∆목사 반대파 목장모임 제외, 2부찬양대 해체

분쟁 후 교인 수 변화 (장년 기준)

1,000명->700명

4,000명->
3,500명

700명->400명

논쟁 유용성

*****

***

****

정보 다양성

*****

***

****

정보 신뢰도

*****

****

*****

이들 대항 사이트의 개설 동기는 재정 비리에서 비롯한 목회자와 측근들의 비윤리를 향한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공통점이 있다. 진행 상황은 소속 교단과의 관계, 교인들의 인식 정도, 법률 적용 등에 있어 조금씩 다르지만, 건강한 교회를 이루고자 하는 인식을 확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항 사이트가 순기능만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역기능으로는 비리의 주체인 목회자와 측근을 둘러싸고 결국 교인들간에 분열의 양상으로 번져 논쟁의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주거나 감정이 대립하여 분쟁이 해결된 이후에도 후유증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목회자의 사임을 촉구하면서 '목회자 퇴출이 곧 교회 개혁'이라는 단순한 논리로 변질될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부재나 자정 능력을 상실한 교회가 사회법 적용 대상이 되면서 부정적인 교회 이미지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교회 분쟁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동원해야만 해결이 가능할 만큼 거악으로 변한 지 오래여서 공개적인 자리에서 건전한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대항 사이트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진실 공방을 위해 맞선 인터넷 진검승부는 이제 문제를 낱낱이 파헤쳐 경종을 울리는 역할뿐만 아니라, 분쟁 해결된 이후에는 한때 신념이 달라 상처를 주었던 교인들이 서로 화합을 모색하는 역할까지 발전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분쟁 과정의 이슈를 좀 더 객관화, 정형화시켜 교회 문제를 역량이 부족하여 대처하지 못하는 여타 중소 교회를 위해 카운셀러의 역할을 담당하여 건강한 교회의 외연 확산을 가져오는 사명까지도 감당해야 할 것이다.

홍성종 / 플로리다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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