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갈라지셨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갈라지셨습니까"
  • 박지호
  • 승인 2007.03.0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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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교회 통합 이끌어낸 [하나됨의 비전]의 저자 최용준 목사 인터뷰

 

   
 
  ▲ 한빛교회에서 독일·중국·한국인 교인들이 함께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 한빛교회는 교회 이름 중 '한인'이라는 명칭을 삭제해 더 이상 한인들만의 교회가 아니라 민족의 경계를 넘어 하나됨을 이루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사진제공 최용준)  
 

사도 바울은 교회를 ‘예수 안에서 하나됨’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 역사는 곧 ‘분열의 역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최용준 목사는 <하나됨의 비전>이라는 책을 통해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이 분열하면서 지은 이름이 어이없게도 합동(合同)과 통합(統合)이라면서 이런 한국교회에 사도 바울이 온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갈라지셨습니까’라고 뇌성을 발할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최 목사는 한국 교회의 퇴보의 원인으로 분열된 교회 현실을 꼽았다. 또 분열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 없인 부흥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민 교회를 향해선 ‘고립된 교회’(ghetto-church)가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교회의 연합뿐 아니라 이민 교회들이 다문화· 다인종 교회로 자라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에서 서로 다른 네 교회의 통합을 이끌어 낸 최 목사가 말하는 교회 통합의 의미와 가능성을 들어봤다.

교회 통합을 훌륭하게 이끌어냈다고 평가 받았다.

내가 한 것이 결코 아니다. 주님께서 강권적으로 하셨다. 계획한 것도 아니다. 성령께서 각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기에 가능했다.

연합의 과정에서 교회론이나 복음의 순수성에 대한 타협이나 훼손은 없었나.

가령 교회의 정관이나 기관들의 명칭, 직분 등과 같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서로 과감한 양보가 있었지만 본질에는 더 충실했다. 오히려 더욱 복음적인 교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복음 안에서만 진정한 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복음적인 설교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교회론에서 가장 중요한 속성인 ‘하나인 교회’ (Una Ecclesia)를 강조했다.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독일· 영국· 화란 등에서 저명한 복음주의 설교자들을 초빙해 말씀을 들었다. 교회의 본질과 복음의 순수성에 충실할 때 진정한 하나됨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한국 교회나 다른 이민 교회들도 그런 통합이 가능할까? 문화적· 상황적 차이도 크고, 더군다나 한국 교회는 이념적으로도 분열의 뿌리가 깊다.

독일의 한빛교회도 한인 교회다. 독일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기보다 분열에 대한 자성이 있었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자신을 비워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겸손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만 통합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목회자가 여러 사람일 땐 공동 목회도 가능하다. 그리고 반드시 외형적으로 통합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강단 교류’나 ‘연합 예배’ 또는 공동 행사 등을 통해 주님 안에서 하나임을 확인해 나가는 것도 좋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순종하면 그분이 이루실 것이다.

   
 
  ▲ 최용준 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가 추락과 부흥의 기로에 서 있다"며,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교회의 진정한 하나됨을 회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최용준)  
 
교회의 분열이 한국 교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말했는데.

그리스도인들이 문화의 개현 과정을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분열할 경우 그 사회의 문화를 변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동화되거나 닮아가게 된다. 한국의 문화가 외형주의로 흐르는데, 교회가 이런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물량주의에 빠져 무리한 건축에 집중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바로 섬기지 못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분열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고, 지금도 거듭하고 있다. 어디에 원인이 있다고 보나.

크게 두 가지다. 명분 없는 교권 싸움과 사소한 의견 충돌이 주된 원인이다. 가장 많이 분열한 장로교회의 경우 몇 가지 큰 분열을 제외하고 상호 배타적인 태도 및 교권 싸움이 모든 분열의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번째는 사소한 의견 충돌이다. 예배 방식이나 교회 건축 문제 등과 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이 개교회의 분열을 양산한다.

하지만 교회들은 이런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내고 있다.

분열에 대한 ‘무감각 증세’도 분열을 부추기는 또 다른 원인이다. 교회의 분열이 얼마나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는 것이 큰 문제다. 분열이 예수님의 몸을 나누는 죄라는 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열을 주도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 교회 성장이 멈추고 퇴보하는 주된 요인을 ‘분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기독교인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있다. 간혹 수평이동으로 인해 부흥하는 교회는 있을지 몰라도 전체 숫자는 오히려 감소 추세다. 반면 가톨릭은 증가하고 있다. 많은 개신교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고 심지어 불교로도 개종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현상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교회의 분열에 실망한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도 요 17:21에서 이미 지적하셨다. 그리스도인들이 하나 되지 못할 때 하나님의 영광이 떠나며, 세상 사람들은 교회에 더 이상 소망을 두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분열에 대한 치열한 반성 없인 한국 교회에 유행처럼 번지는 ‘부흥’도 요원하다는 뜻인가.

분열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회개는 마땅히 부흥의 선결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에서도 밝혔지만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 협의회’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실무 9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연합운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실무 9인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선언 전문’을 작성했고, 이후 구체적으로 ‘한국교회 연합 이행과정 10단계’를 채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한국교회연합’이라는 준비위원회가 2007년 상반기에 구성되어 연합기구가 탄생할 것이라고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 계획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대부흥운동은 분명히 회개운동에서 시작되었다. 한국 교회가 지난날의 분열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하나됨을 회복할 때 성령께서 역사하셔서 부흥의 축복을 허락하시리라 본다.

   
 
  ▲ 최용준 목사는 <하나됨의 비전>을 통해 교회 분열의 원인을 날카롭게 분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교회 통합의 실제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박지호)  
 
교회의 영적인 하나됨이 이념이 낳은 분열까지도 극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남북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조심스럽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됨을 회복할 때 통일은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허락하실 수 있다고 믿는다. 동·서독 교회가 유지한 ‘특별한 유대 관계(besondere Gemeinschaft)'가 독일 통일의 불씨가 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하나님 앞에 더욱 겸비하고, 이념의 벽을 뛰어넘어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면 그 능력이 하나 되게 하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민 교회가 갖는 분열 양상의 주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렇게 한국 교회가 이합집산하다 보니 교민 사회도 사분오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민 사회는 교회의 분열이 교민 사회의 분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경우에도 교회가 분열하자 교민 사회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남겼고, 신앙생활을 하던 교인들도 실망하여 교회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엇보다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것이 교회, 교단의 분열 및 난립과 직결된다. 자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목회자를 양산하고 분열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만든다. 화란교회가 화란 내에서는 많은 분열이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CRC라고 하는 큰 교단을 이루어 칼빈대학교 및 신학대학원과 같은 수준 높은 교육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 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을 미주의 한인 교회 지도자들은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힘을 합친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기독대학 및 신학교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대안은 없나.
 
이제는 디아스포라 한인 교회들이 더 이상 한인들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현지의 모든 민족들을 섬길 수 있는 역량을 쌓아가야 할 때라고 본다. 1세들은 언어의 한계가 있을 수 있으나 2세들은 그런 벽을 이미 넘어서 있기 때문에 '다민족' 내지는 '다문화' 교회가 가능하다. 벨기에에서 교회를 섬기면서 바로 이런 비전을 가지고 있다. 안디옥교회처럼 말이다.

우리 교회에 장로와 안수 집사 중에 벨기에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 교회 리더모임에서는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고, 주보 및 모든 공문서는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고 있다. 주일 예배는 영어· 화란어· 불어로 동시통역하며, 성경 봉독은 최소한 다섯 언어(영어· 화란어· 불어· 러시아어· 한글)로 한다. 최근에는 교회에 벨기에 가족을 비롯해 인도에서 온 평신도 사역자, 이태리에서 온 자매, 태국인 가정, 알바니아 난민 가정, 이라크 난민 여성, 고려인 등 다양한 교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Baker에서 출판한 <A Many Colored Kingdom>을 추천한다.  
 
한인 교회의 게토화를 극복하는 것이 곧 대안이란 말인가.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가 ‘고립된 교회’(ghetto-church)라는 점이다. 이런 점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한인 교회들이 게토화되지 않으려면 현지 교회들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 우리 교회의 경우 벨기에 개신교단에 자매 교회로 가입해 다양한 사역을 함께 하고 있으며, 우리 교회 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미국 교회 성도들과 연합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또 이곳에 있는 일본 교회 성도들과도 교제하며 연합 예배를 드리려고 한다.

또 다른 한인 교회들과는 부활주일에 연합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다른 한인회 행사 및 연합 집회에 서로 아름답게 협력하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미국에서 국제 교회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이 이렇게 열방을 섬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헌신이 필요할 것이다.

최용준 목사는 서울대학교와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원을 졸업하고, 네덜란드 자유대학교와 남아공 포체프스트롬대학교에서 기독교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쾰른에 있는 한 한인 교회에 담임목사로 시무하면서, 쾰른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들의 통합을 이끌었다. 네 교회가 연합해 만든 쾰른한빛교회에 담임목사로 시무하다가 2006년 8월부터 벨기에 브뤼셀한인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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