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신앙을 이용한 사기
[번역] 신앙을 이용한 사기
  • 최봉실
  • 승인 2007.03.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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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정치적 이용, 빈민을 도외시한 정치적 범죄를 악화시키다

데이빗 쿠오는 <유혹당한 신앙 : 정치적 유혹의 한 내막>(Tempting Faith: An Inside Story of Political Seduction)의 저자이다. 그는 대통령 특별보좌관이었고, 2001년 3월부터 ‘신앙에 기초한 (지역사회) 정책 발의 백악관 사무국’(White House office on faith-based initiatives and community initiatives)의 서열 2위로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부시 행정부의 커다란 골칫거리인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백악관의 그 유명한 ‘신앙에 기초한 정책 발의’가 약속의 대담함에 훨씬 못 미쳤고, 빈곤에 대한 허술한 국내 정책을 은폐하는 것이었으며, 공화당의 당파적 목적에 정략적으로 이용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발언은 강력한 것이다. 쿠오는 자신이 조지 W. 부시와 그의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 개념에 의해 ‘현혹’되었지만, 부시는 그 약속을 결코 관철해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신앙에 기초한 정책 발의’를 위한 실제 재정 기금은 약속한 액수의 약 1%로, 이는 대통령이 직접 맹세한 8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한편 저소득 가정을 위해 마련된 효과적인 국내 프로그램조차도 대부분 부유층의 세금 삭감을 위한 재원으로 폭력적이고 무분별하게 잘려나가고 말았다.

쿠오에 따르면, 부시는 신앙에 기초한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히 많이 말했지만 결코 그것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 그는 이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선거 유세 연설이 ‘이즘 세대에 가장 중요한 정치적 연설 중의 하나’였다고 믿지만 그 약속 이행은 이미 9·11 이전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결국, 부시는 약속에 대해 소문만 무성히 퍼뜨렸고 이에 ‘온정주의 정책 의제’(compassion agenda)는 생기를 잃고 시들고 말았다.

약속된 돈의 극히 일부분만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 지출되었고, 프로그램 역시도 백악관의 정치적 방향에 동조하는 단체에 편애를 봐주는 식으로 흘러갔다고 쿠오는 주장한다. 나 역시도 ‘신앙에 기초한 정책 발의 관련 단체 회의’에서 극히 친정부적이고 친공화당적이며 반민주당적인 정치 연설들을 들어왔다. 쿠오의 증거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전 백악관 정치담당관인 켄 멜만은 스무 차례의 선거전에서 자신의 관직을 이용해 종교인 표를 동원했으며, 그 중 열아홉 차례나 공화당이 승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포섭 활동은 보수적 복음주의자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 분열을 초래하는 쟁점과 종교적 메시지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통적인 친민주당 계열의 인종 및 윤리 단체들에까지 미쳤다고 한다. 이것은 종교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며 하나님과 정치를 혼합하여 둘 모두에 마비를 일으켜버린 것이라고 비난하는 쿠오는 그러한 종교의 정략적 이용으로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이용당한다”고 지적한다.

칼 로브와 딕 체니 같은 인물들이 장악한 백악관이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사실에 누가 놀라겠는가? 이 사무국의 첫 국장인 존 딜루리오(John Dilulio)는 6개월 만에 사임했는데, 후에 그는 이 백악관 사무국과 국내 정책 고문관들 사이에 소통의 단절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고문관들을, 법 집행에는 관심 없고 엉뚱한 일에만 시간을 허비하며 굼뜨기 짝이 없는, 미국 TV 시티콤의 “메이베리 마을의 권모술수가들”에 빗대었다.

이 정책 프로그램 이면에 깔린 냉소적 분위기에 대해 쿠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관련 백악관 관료들은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자기편이라 추켜세우며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의 선거구까지 발길을 뻗치면서도, 은밀하게는 적당히 ‘눈알을 굴리며’ 경멸조로 그들을 언급하면서 심지어는 ‘미치광이’라고까지 부른다. “국내 기독교 지도자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는 자리에서는 포옹과 미소로 환영받았지만 뒤편에서는 내쫓겼다. 그리고 ‘황당’하며 ‘통제 불능’에다 완전 ‘얼빠진’ 자들이라 불려졌다”고 그는 쓰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미국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 출연한 쿠오는 “중요한 기독교 지도자들의 이름을 대보십시오. 나는 그들이 진지한 자리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에 의해 조롱당하는 것을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철저한 공개를 위해 데이빗 쿠오와 나는 수년간 알아온 사이임을 밝힌다. 우리는 한 피정 기간에 만나 대화를 시작했는데 그때 이후 우리의 만남과 대화는 지속되었다. 그는 <60분>에서도 말했듯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없이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인데, 자유주의 신학의 많은 모순점과 위선에 대해 유감스러워했다. 나는 그의 비판에 대해 상당 부분 동의해야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진정으로 빈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자였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쿠오는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사실상 존재한다고 믿지 않는, 그런데 정말로 존재하는 그런 진짜 ‘온정적 보수주의자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 사회를 이용하고자 했던 백악관에는 그러한 온정적 보수주의자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결국 깨닫게 되었다.

백악관이 이제 그에게 반박하여 나올 것이라 믿는지 질문을 받자 그는 “물론 그들이 반박하겠죠. ‘오, 그 작자가 정말로 자유주의자군요. 아니면 뇌종양으로 정말로 머리에 충격을 받았는지 모르죠’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쿠오는 백악관 근무 동안에 발발한 뇌종양을 이겨냈다). 하지만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마음에는 이런 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름이 정치의 이름으로 짓밟히고 있는 거죠. …… 그래서 이 글을 써야 할 것 같았습니다.”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에 쿠오와 나는 함께 점심을 먹었고 그는 자신이 사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민들에 대한 대통령의 동정심은 진심이라고 믿어요. 하지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깜짝 놀랄만한 진술이었다. 그것은 다른 우선순위의 문제가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처받기 전에 떠나려 합니다.” 현재 쿠오는 <Beliefnet>의 워싱턴 편집자이며 <God's Politics> 블로그를 관리하고 있다.

‘신앙에 기초한 지역사회 정책 발의 백악관 사무국’은 최고의 적임자들을 고용해 포진시켰다. 그 첫 두 명의 국장인 딜루리오와 짐 토이(Jim Towey)는 내가 굉장히 존경하며 벗으로 여기는 이들이다. 딜루리오는 백악관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바로 사임했지만, 토이는 내 생각으로는 너무 오래 머물렀다. (그는 2002년부터 2006년 5월까지 역임했다. 역자 주)

처음에는 나 역시도 그 정책 발의를 지지했고 그것을 논의하는 여러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도 만났다. 나는 공정한 장에서 종교 단체들이 연방법과 권고지침을 따르기로 하고 사회적 기여를 위한 재정 기금을 종교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명백히만 한다면, 그들이 공공 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지금도 여전히 믿는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부시 대통령에게, 종교 단체들과 제휴하는 것만으로는 진정 빈부 문제 해결에 목표를 둔 내실 있는 국내 정책의 필요성이 만족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누누이 말했다. 그리고 내 말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종교의 정략적인 이용은 빈민들을 도외시한 정치적 범죄를 악화시키기만 했다.

진정한 온정적 보수주의자가 쓴 <유혹당한 신앙>을 읽고, 가능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빈민 정책이 실종되어버린 것을 애통히 여기자. 그리고 당파적인 목적을 위해 참된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이들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의 편집장이다. 이 칼럼은 <Beliefnet>이 주관하는 <God's Politics> 블로그(godspolitics.com)에 게재된 글이다.
* 번역 / 최봉실

<미주뉴스앤조이>는 <Sojourners>의 허락을 받아
Jim Wallis의 칼럼 원문, 번역문, 해설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양심적인 미국 지성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수준 있는 글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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