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노인의 지극한 북한 사랑
80세 노인의 지극한 북한 사랑
  • 서재진
  • 승인 2007.03.07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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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석 장로의 '사랑의빵나누기'운동과 '기적의젖염소보내기'운동

3월의 로스앤젤레스(LA)는 햇살이 따사롭다. LA 한인시립도서관 앞에서 유용석 장로를 기다렸다. 노신사 한 분이 다가왔다. “혹시, 서기자이십니까?” 일찌감치 오셔서 기다렸는데, 기자가 한눈을 파는 동안 도서관 안까지 들어가서 기자를 찾으셨다고 한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든이 넘은 분이 손주뻘 되는 기자에게 끝까지 존칭을 써주는 것부터가 인상적이었다.

유용석 장로는 1993년 LA기독교윤리실천운동(LA기윤실)이 탄생할 때 산파역을 맡았고 지금도 공동대표로 있다. 모든 자리를 내어놓고 후배들에게 넘겨주어야 마땅하지만, 이 일에 뛰어들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동대표 자리가 그에게는 가시방석이다.

중국에서 태어난 유용석 장로는 북한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양성소에서 일하다가 남쪽으로 내려왔다. 월남해서도 계속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가 1975년 미국 LA로 이민을 왔다. 이곳에서는 무역업에 종사하면서 1993년부터 LA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시작했다. LA기윤실은 건강한 이민 교회와 성도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는 북한 돕는 일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1996년부터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시에 국수공장과 빵공장을 만들어서 이곳의 탁아소, 유치원, 인민학교 아이들 20,000명에게 점심을 먹이고 있다. 탄광 지역이면서 농촌 지역인 이곳은 한때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이들이 커다란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학교를 가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점심 배급을 해주면서 아이들의 통학률이 100%에 달하는 기적도 경험했다. 이 아이들이 1년간 먹는 점심값은 단 40불.

1999년에는 북한 정부로부터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승인받아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2,200마리를 보냈다. 100마리 이상을 기증할 때에는 기증자가 지정한 지역으로 젖염소를 보낼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약속이 되어 있다. 쌀과 밀가루를 보내면 지금 당장의 배고픔을 덜어줄 수 있고, 비료와 종자를 갖다주면 1년간의 농사를 도울 수 있지만, 젖염소를 한 번 갖다주면 평생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젖염소 한 마리를 가지고 있으면 한 식구(5명 기준)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다. 젖염소 한 마리의 가격은 200불.

유용석 장로는 개인 무역 사무실에서 간사 한 명 없이 혼자서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3,600개의 교회에 기윤실 소식지를 보내고 있다. ‘사랑의 빵 나누기 운동’과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금을 마련하는 일까지 15년째 계속하고 있다. 물론 실행위원들과 후원회원들이 함께하고 있지만, 손을 많이 타는 잔일은 그의 몫이다. 

무슨 동기로 이런 운동에 자신의 시간과 물질과 노력을 들이는지 물었다.

   
 
  ▲ 8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북한 어린이 돕는 일에 쏟는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고 있다. (서재진)  
 

“그저, 기뻐서 하는 일이지요. 남이 시켜서 하면 절대로 못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니까 지금까지 감사하면서 하고 있어요. 나이가 많아서 늦게까지 혼자 일하는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덕이 안 되면 어쩌나 가끔 걱정도 해요. 이제는 일을 서서히 정리해야 할 때이지요. 저는 신앙에 있어서 특별한 계기가 없었어요. 우리 집사람이 나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었는데, 그 기도로 제가 이런 일에 관심을 갖고 조금이나마 돕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 어린이 돕는 운동은 하나님께서 제게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주셨기 때문이에요. 배가 고파 쓰러져 죽어간다니, 이 얼마나 마음이 아파요….”

LA 풋내기인 기자에게 타지에 처음 와서 힘들지 않느냐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무역 물품인 냉동고를 열어 손질된 민어, 오징어, 다듬은 게, 미주기독교방송 안테나, 책 등 친할아버지가 손녀딸 챙겨주듯 바리바리 싸주고, 기자가 머무는 곳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빵공장을 세우고 젖염소를 보내는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클릭, 북한 돕기 운동에 참여하기"
3130 Wilshire Blvd., Suite 410
Los Angeles, CA 90010
(Tel) 213-387-1207, (Fax) 213-487-7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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