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사역 제대로 이해해줘야 EM도, KM도 성공"
"1.5세 사역 제대로 이해해줘야 EM도, KM도 성공"
  • 박지호
  • 승인 2007.03.09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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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하여 ① 2세들이 바라 본 한인 교회

   
 
  ▲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한인 2세가 모였다. 이들에게 한인 교회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사랑과 감사의 대상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박지호)  
 
한인 2세들이 바라보는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이민 사회의 역사가 길어지면서 1.5세, 2세들이 점차 이민 사회와 미국 사회로 진출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이민 교회에서 2세들은 여전히 주변인으로 머물거나 한인 교회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인 교회들은 2세들을 위한 사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우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순서인 것 같아, 한인 교회에 대한 2세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좌담에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의 2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플러싱에 있는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를 출석하는 강범석 장로(41, 직장인)와 성지연 집사(40, 직장인)가 참여했고, 20대에서는 뉴욕중부교회의 ‘영어예배부 후임목사 청빙위원회’에 있는 이준범 씨(24)와 스토니부룩대학의 한인기독학생회 회장으로 있는 이준용 씨(20, New Covenant Baptist Church)가 참석했다.

귀한 신앙 유산 감사…특히 새벽기도 탁월

우선 2세들은 한인 교회가 남겨준 뜨거운 신앙 열정과 헌신적인 섬김의 태도와 같은 신앙 유산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너무 자유로운 나머지 헌금이나 교회 봉사에 소극적인 미국 교회 교인들이 한인 교회에게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특히 한국 교회에만 있는 새벽기도나 통성기도와 같은 부분들은 세계 어느 교회도 따라오지 못하는 좋은 전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뜨거운 신앙 열정과 섬김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가 가능했다는 해석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장점들이 신앙의 본질을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는 말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헌금과 봉사보다 복음과 은혜 강조해야”

   
 
  ▲ 강범석 씨(41,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는 "교회들이 자기 필요만 채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하나님나라의 필요를 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호)  
 

강범석 / 많은 한인 교회들이 복음이나 은혜보다 헌금이나 봉사에 대해서 강조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구원 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에서, 행위가 신앙의 척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목사님들도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교회 운영을 위해 그렇게 해오다 보니 교회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준범 / 교회 봉사는 우리가 받은 은혜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다. 왜 해야 하는지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복음에 대한 강조가 많아져야겠다.

성지연 / 20년 넘게 한인 교회에 다니면서 좋은 교회, 훌륭한 목사님들을 많이 만나서 감사하다. 하지만 교회 안도 유교적인 문화에 많이 젖어 있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여자 성도들은 대표기도를 하지 않는 것, 여성 장로가 없는 것 등이다. 대부분의 여성 교인들은 식사 당번이나 주일학교 교사와 같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강범석 / 장로님 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해야 하는데, 왜 꼭 돈이 있어야 장로가 되는가. 비기독인들은 더 이해를 못 한다.

성지연 / 얼마 전에 들었는데 한국에 있는 어떤 교회 목사님이 아들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준다고 하더라.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지 목사님 교회냐’고 물으니까, 아버지 목사가 교회를 크게 부흥시켰기 때문에 그런다고 하더라. 자식에게 교회를 물려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회사도 아닌데….

“직분은 섬김을 위한 것, 특권 아니다”

   
 
  ▲ 성지연 씨(40,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는 "한인 성도들이 직분을 일종의 특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리스천은 기독교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지 호칭이나 직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지호)  
 

성지연 / 그러다 보니 많은 한인 성도들이 섬김을 위해 주어진 직분을 일종의 특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계모임이나 학부모 모임에서도 '집사님', '장로님' 하는 것을 자주 본다. 존중하는 의미겠지만 또 하나의 울타리를 형성하는 것 같아 아쉽다. 물론 크리스천은 매순간 신앙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기독교적인 삶을 말하는 것이지 호칭이나 직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준범 / 교회 안에선 주님이 제일 높아야 하는데 한국 교회 경우는 목사가 제일 높은 것 같다. 미국 교회는 역할에 따라 영적 리더십, 목회적 리더십, 행정적 리더십이 자연스럽지만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적인 리더십은 목사에게 있지만 당회에서는 목사와 장로들이 동등하게 행정적 리더십을 갖는다. 하지만 한인 교회는 목사님이 거의 대장 수준이다. 그 밑으로 장로, 안수집사, 집사 등의 직분이 가끔 계급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강범석 / 군대 문화가 교회까지 스며든 것 같아 아쉽다. 사실 이런 문제는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다. 1세대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군대 문화가 교회 안에도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교회가 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 하나님나라 비전으로 가능하다.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성지연 / 그래서인지 교인들이 목사님을 지적하거나 비판하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한다. 감히 ‘하나님이 세운 주의 종’을 어떻게 비판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교회에서 쫓겨났다는 목사들을 많이 보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돌아보는 교회 되었으면

이준범 / 한인 교회들이 지역사회를 섬기는 부분이나 사회정의(social justice)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너무 안으로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분위기가 2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2세들의 영어예배에서도 ‘우리끼리만’의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 사회를 섬기는 리디머교회가 좋은 모델이다. 한인 교회들도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면 모든 법을 지킨 것과 같다는 말이 성경에 있잖은가.

   
 
  ▲ 이준용 씨(20, New Covenant Baptist Church)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에 대해서 1세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돈 잘 버는 아메리칸 드림에 머무르지 말고,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이루어가는 한인 교회들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지호)  
 

강범석 / 그래서 우리 교회는 아웃리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하나님나라 관점에 대해서 많이 강조한다. 하지만 교인들이 마음은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한인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더라. 중국 교회도 마찬가지다. 중국인 2세들도 내부에 관심이 집중된 이민 교회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나라를 초점에 두고 강조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고민 중이다.

이준용 /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예전에는 커뮤니티와 교제도 없고, 교인들만 돌보는 교회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대상이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이제 막 미국에 와서 영어도 못하고 적응도 못하는 사람들이더라. 이런 목회 활동 자체가 의미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긍휼 사역이다. 교회마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안정성을 갖춘 큰 교회는 커뮤니티와 사회를 섬기고, 작은 교회들은 나름대로의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준범 / 교회나 단체마다 사역의 방향과 중심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안정성을 확보한 다음에 이웃을 돌아보려는 것이 문제다. 왜냐하면 ‘안정성’이라는 것이 상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안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현재 우리 교회는 EM에 목회자가 없다. 우리 교회 2세들도 목사님이 오시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조직이 갖춰지면 복음을 전하고 이웃을 섬겨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건 성경적이 아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모두를 다 도와주지 못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부터 돕고 섬기자는 것이다. 그게 예수님이 하신 사역의 대부분이다. 구약에서도 가난한 자들에 대한 관심은 마찬가지다. 레위기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600여 개의 법 중에 가난한 자들을 위한 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것이 가난한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다.

강범석 / 맞다. 교회들이 자기 필요만 채우려고 하면 끝이 없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서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하나님나라의 필요를 채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목회자들은 교인들이 그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가르치고 도와야 한다. 

   
 
  ▲ 2세들은 한인 교회가 내부로만 집중하는 것을 지양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섬기는 외부 지향적인 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호)  
 
잘 키워줘서 감사···EM과 KM의 건강한 파트너십 기대

강범석 / 옛날에는 한인 교회에 영어예배부(English Ministry, 이하 EM)도 없었다. 뉴욕에선 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는데, 한인 1.5세와 2세들이 고등학교 혹은 대학 졸업 후에 교회를 떠나가기 시작하니까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 EM 사역이 시작된 면이 있다. 그래서 초기의 EM 사역은 취약했다. 2세나 1.5세 젊은이들이 영적으로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 많이 떠났다.

성지연 / 초기 EM은 영어로 예배드리는 것 외에 다른 점이 없었다. 2세들은 이미 미국적 가치관에 익숙한데 1세의 KM(Korea Ministry, 한국어 예배) 사역과 동일한 틀과 방식으로 진행되는 EM은 한계가 있었다. 습관적으로 해오던 1세의 사역 방식을 2세들에게 이식했기 때문에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거리감이 컸다.

이준범 / 초기 EM 사역은 2세들이 점점 한인 교회를 빠져나가니까 급조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초기 대다수의 EM 사역자들은 영어를 좀 하는 유학생들이었다. 때문에 언어와 문화적인 한계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 교회 역사가 길어지면서 90년대 초·중반부터는 1.5세와 2세 목회자가 많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1세 교회 밑에 있었기 때문에 영향력이 적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개혁적인 신학을 견지한, 훌륭한 목회자들이 EM 사역에 투입되기 시작했고 점차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지금은 양질의 1.5세, 2세 목회자가 많아져서 EM 사역이 내실 있게 다져지고 있다.

이준용 / 다른 문제지만 한인 교회에 EM 담당 목회자가 들어오면 교회에서 일을 너무 많이 시킨다.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목회자의 경우 문화적 차이로 인해 무척 힘들어 한다. 그러니까 EM을 힘 있게 끌어가질 못하고 결국 중간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 이준범 씨(24, 뉴욕중부교회)는 "한인 교회의 비전이 EM의 비전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좀 해 달라"고 말하며 "지체마다 역할이 있듯 EM도 나름대로의 방향과 비전을 가지고, 사역할 수 있도록 EM 사역의 건강한 분리·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박지호)  
 

이준범 / 또 한인 교회의 비전이 EM의 비전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좀 해 달라. KM의 비전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 각기 지체마다 역할이 있듯 교회도 마찬가지다. EM 나름대로의 방향과 비전을 가지고 움직여야 하는데 막아 버리면 성령의 인도하심 가운데 자유롭게 사역하지 못 한다.

성지엔 / 공감한다. 한인 교회에서 1.5세와 2세의 리더십을 많이 세워줬으면 좋겠다. 이들이 갖고 있는 장점과 1세 교회에서 배운 좋은 점들이 함께 어우러져 귀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커서 성인이 되면 독립하듯 이제 EM도 많이 성장했다. 독립해서 자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주면 좋겠다.

이준범 / 아까 말했지만 요즘 자라는 2세들은 어렸을 때부터 EM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반 한인 교회와의 단절이 더 심해졌다. 70년~80년대 2세들이야 부모님 따라서 억지로 KM에 가기도 했지만 요즘은 다르다. 한인 교회들은 이런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EM을 분리·독립시켜서 기존의 한인 교회와는 건강한 파트너십을 갖고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용 / 마지막으로 우리 부모님들이 2세들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것에는 우리 2세들이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2세들은 이런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회 곳곳에 진출해서 성공하는 2세들이 최근에 많아지고 있다. 1세들이 뿌리를 튼튼하게 박아주셨기 때문에 좋은 수확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하지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아메리칸 드림에서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가서 하나님나라의 비전을 이루어가는 한인 교회들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성지연 / 맞다. 1.5세와 2세들도 1세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신앙과 헌신적인 삶의 자세를 배워서 더 건강하고 성경적인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그런데 왜 이번 좌담에 여자는 나뿐인가. 이런 것부터 고쳐야 한다. 다음엔 성비도 좀 맞춰 달라. (웃음)

* <미주뉴스앤조이>는 앞으로 '2세들의 눈으로 본…' 시리즈를 연재할 계획이다. 2세들이 말하는 한인 교회를 시작으로, 다음에는 2세들이 말하는 한인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볼 예정이다.

① 2세들의 눈으로 본 한인 교회
② 2세들의 눈으로 본 한인 가정
③ 2세들의 눈으로 본 한인 사회
④ 2세들의 눈으로 본 미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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