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서재필과 이승만이 대립?
워싱턴에서 서재필과 이승만이 대립?
  • 박지호
  • 승인 2007.03.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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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사관 "서재필 동상 건립", 원로목사들 "이승만 동상이 적절"

   
 
  ▲ 송재 서재필은 김옥균·홍영식 등과 갑신정변을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1885년 미국으로 망명, 조지워싱턴대학에 입학하였다. 펜실베이니아에서 병원을 운영했으며 한국 문제를 세계 여론에 호소하는 한편 한국에 친화적인 성향의 미국인을 규합하는 한국친우회(The League of Friends of Korea)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후원했다. (사진 제공 양국주)  
 
지난 2월 21일 워싱턴 D.C. 주미한국대사관은 대사관 건물 앞에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의 동상을 연내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사관에서는 "워싱턴 지역에 있는 300여 개의 인물 동상 가운데 외국인 동상이 154개나 있지만, 한국인의 동상이 없어 미국에 한국의 위인을 알리고 교민들에게는 역사의식을 고취하자는 취지에서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재필 박사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사안을 놓고, 서재필이냐, 안창호냐, 이승만이냐 하는 의견이 다양하게 나왔다. 대사관에서는 이를 의식하고 "인물 선정에 있어서는 이승만 박사, 안창호 선생 등을 함께 검토했으나, 이승만 박사는 공적이 큰 반면 장기집권이라는 과오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고, 안창호 선생은 서부를 중심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재필 박사가 비교적 무난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워싱턴 지역 원로목사들은 "이승만 박사의 동상 건립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서재필 동상 건립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원로목사 7명은 "해방 66주년을 맞은 현 시점에서 서재필 박사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승만기념사업회 워싱턴 회장인 김택용 목사는 “안창호 씨는 LA에서 일을 했으니까 LA에 동상이 세워져 있고, 서재필 박사는 필라델피아에서 활동해서 거기 기념관이 세워졌다. 하지만 이승만 박사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면서 "이승만 박사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승만 박사가 크리스천이었고 장로였기 때문에 신앙적인 측면에서도 이승만 박사 쪽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대사관에서) 임기 전에 끝내려는 것인지 몰라도 (동상 건립)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고 했다.

서재필 박사 동상 건립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원로목사 7인에는 김택용 목사 외에 박윤식· 안병국· 손인화· 박관빈· 박덕준· 이장연 목사가 있다. 

목사들의 반대 의사 표명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도 나왔다. 목사들이 동상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면 종교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특정인은 안 되고 특정인은 된다는 식으로 선택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의 양국주 대표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며, “2,000년 동안 나라 잃고 디아스포라로 떠돌던 이스라엘 민족은 민족의 지도자였던 모세와 다윗의 동상을 만들지 않고서도 민족정신을 잘 이어나갔다”며, “동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족혼을 이어갈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또 “서재필이냐 이승만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소수였던 기독교인들이 민족에 소망을 불어넣고 민족의 대들보 역할을 했듯, 교회가 자신을 비우고 올바른 시대정신과 목회적 결단을 통해 사회의 지도적 위치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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