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대신 '교육'을, '일'과 함께 '복음'을
'밥' 대신 '교육'을, '일'과 함께 '복음'을
  • 박지호
  • 승인 2007.03.14 16: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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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무직 노동자들 직업교육 통해 홀로서기 돕는 정승화 권사

   
 
  ▲ 정승화 권사의 거래 업체 사장인 제임스 공 씨가 수강생들에게 보일러와 에어컨 수리 기술을 가르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정승화)  
 
정승화 권사(뉴저지연합교회)는 브로드에비뉴 거리를 지날 때마다 종일 일자리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눈에 밟혔다. 해외 선교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 더 심해졌다. ‘옆에 있는 사람부터 챙겨야 하는데…’ 하는 마음 때문이다. 그러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는 마태복음 25장 40절 말씀이 길거리에 있는 이들의 얼굴과 오버랩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 일용직 노동자가 필요해 공원에서 히스패닉 청년 한 명을 회사에 데려왔다. 그의 이름은 곤잘레스(가명)다. 곤잘레스는 2004년 봄 과테말라를 떠나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 국경을 넘었다. 검문이 심한 샌디에이고를 피해 애리조나 주에 있는 리오그란데 강을 건넜지만, 사막을 헤매다가 국경수비대에 붙들렸다. 재판을 앞두고 잠시 풀려났을 때 애틀랜타에서 뉴저지로 가는 버스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이리저리 떠돌다 뉴저지에 있는 팔리사이드공원까지 오게 되었고, 일용직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공원에 들른 정 권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곤잘레스를 통해 본 현실…“내 옆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부터”

곤잘레스를 통해 전해들은 이들의 삶은 눈물겨웠다. 불안한 신분으로,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한 아파트에 모여 살면서 근근이 하루하루 지내고 있었고, 그나마 길거리에 서 있다가 일용직에라도 고용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계속 기다려야 한다. 어떤 사람은 50일 동안 일 없이 서서 기다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정 권사는 곤잘레스를 통해 일거리 없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의 현실에 눈을 떴고 할 일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사정이 정 권사를 통해 뉴저지연합교회 선교부 멤버들에게도 전해졌고,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이들에게 단순히 밥만 먹이면서 한두 번 돕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영어’와 ‘기술’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동의했다. 간단한 기술 몇 가지 익히고 영어도 좀 하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2004년 11월에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 잉글우드 경찰서에서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권리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도 했다. (사진제공 정승화)  
 
이때부터 도와줄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에 참석할 사람들을 데려오는 문제는 ‘방과후학교’ 학생들을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교회차를 이용했다. 30인분이 넘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일은 정미향 권사님이 돕겠다고 나섰고, 에어컨과 보일러 수리 기술, 건물 보수 기술, 세탁 기술, 컴퓨터 등을 가르칠 교사들도 하나둘 연결되기 시작했다. 통역은 영어예배부에 있는 2세들이 맡았다.

법적인 장애물도 해결됐다. 불법체류자들인 이들을 교회로 데려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경찰에 적발되면 티켓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들은 이 해당 지역 시장은 관할 지역 경찰 책임자를 불러 제재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얼마 후엔 민주당의 고든 존슨 하원의원까지 방문해 한인 커뮤니티가 다른 커뮤니티를 돕는 좋은 사례라며 칭찬했다. 그는 “법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인도적 차원에서 허가한다”며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작년 가을 학기 땐 잉글우드 관할 경찰 책임자도 나서 직업교육 시간에 경찰과 변호사를 보내 “혹시 경찰이 급습해서 무조건 체포하려고 하면 영장을 갖고 왔나 먼저 확인하라”는 등 최소한의 법적 권리에 대한 실제적인 교육도 해줬다. 또 미국 언론사를 통해 보도되면서 콜롬비아 영사관에서 뉴저지연합교회에 비자 상담 창구를 개설해 히스패닉 1,500명이 교회를 다녀가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교회도 매년 3만 불씩 예산을 지원하고 있고, 최근에는 2세들까지 참여하겠다고 팔을 걷었다. 2세들은 무료진료소를 기획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로 있으면서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아픈 곳이 있어도 치료는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정 권사는 한 가지 더 바라는 것이 있다. 조그만 공간을 마련해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거기서 기다리다가 일자리가 생기면 일하러 가고, 못 간 사람은 저녁에 있는 직업교육 시간까지 그곳에서 기다리도록 하는 것이다. 거리에 서성이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불평도 없어져서 좋고, 이들은 하루 종일 추위에 떨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 영어 수업은 초급· 중급으로 나눠 매일 진행하고 있다. 수강생들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히스패닉 예배에 출석하는 성도들 중에 몇 명이 영어 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사진제공 정승화)  
 
베드로에게 다가가신 예수님처럼 

직업교육은 해마다 2회에 걸쳐 진행된다. 올해는 3월 22일부터 봄 학기가 시작된다. 16주 동안 매주 4일간(월· 화· 목· 금),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직업교육과 영어 수업이 진행된다. 16주의 훈련 과정을 수료하면 직업교육을 시켜준 사람들을 통해 일자리를 소개받거나 교회 사람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을 돕기도 한다.  

   
 
  ▲ 정승화 권사는 "불법체류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포괄이민법'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정승화)  
 
이 프로그램을 섬기는 이들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복음을 알아가는 것이다. 작년 6월에는 이들이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달라고 자발적으로 요청해 교회에 히스패닉 예배도 생겼다. 영어 교사도 이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 중에서 나왔다. 정 권사는 “무시당하고 외로운 이들이 자원봉사자들의 따듯한 섬김에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며 바르똘로(가명)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바르똘로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복통이 일어나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어요. 그 친구를 위해서 자원봉사자들과 교인들이 찾아가 기도해주면서 열심히 보살폈죠. 사회복지사를 연결해 병원비도 해결해줬고요. 신분도 불안하고 돈도 없는 처진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돌봐주고 병원비도 해결해주니까 그렇게 고마웠나 봐요.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이 일을 돕다가 일자리를 찾아가곤 해요.”

정 권사는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처음 다가가셨던 때를 떠올리며 이들의 필요를 채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이 밤늦도록 고기를 잡지 못한 베드로에게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왔잖아요. 베드로도 자신의 필요가 채워지자 예수님이 누군지 궁금해진 거고요. 교회가 복음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주위 사람들의 필요를 민감하게 살피고 섬겨야 할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냥 시작하세요. 하나님이 뭘 시키실 때는 이미 다 준비해 놓은 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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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i99.com 2011-05-07 18: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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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boo 2010-09-25 18:26:45
2000년 미국에서 귀국해서 안산에서 사역할때가 생각나게 합니다.
좋은 사역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