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복음주의협회, "고문과 학대 행위 중단하라"
미국복음주의협회, "고문과 학대 행위 중단하라"
  • 강희정
  • 승인 2007.03.27 0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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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테러와의 전쟁’도 인권을 위한 성경적 원칙 깨뜨릴 수 없어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전쟁을 수행 중이라는 명분으로 테러 용의자 또는 관련자들에 대한 고문과 비인간적인 학대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기타 여러 지역에서 체포된 테러 용의자들은 정상적인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정보 수집을 위해 자행되는 온갖 고문과 비인간적인 학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복음주의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 약칭 NAE)는 최근 테러 관련자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고문과 비인간적인 가혹 행위에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가혹한 고문과 비인도적 행위에 대하여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선언문은 미국의 복음주의 계열에 있는 목사들을 비롯해 윤리학자들과 신학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논의한 끝에 마련된 초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선언문에는 인권 보호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이 원칙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행위는 단호히 거부해야 할 유혹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복음주의협회'는 보수적인 신학을 표방하는 그룹으로 부시 정부와 공화당의 정책에 대하여 거의 비판을 해 오지 않았던 터라 이번 선언문 발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선언문이 작성되는 과정에는 미국에 있는 복음주의 교단들의 대부분이 참여했으나, 미국의 남침례교단과 제임스 돕슨이 이끄는 ‘포커스 온 더 패밀리’(Focus on the Family)는 참여하지 않았다. 부시 지지 그룹의 '분열' 혹은 '이탈'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문을 반대하는 복음주의의 선언: 테러 시대의 인권”(An Evangelical Declaration Against Torture : Human Rights in an Age of Terror)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번 선언문의 서두는 다음과 같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볼 때 모든 인간의 생명은 존귀하다.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서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와 같은 인정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 원칙을 평가하는 상황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원칙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의 갈등 상황에서 미국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고문과 수감자들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처우를 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도덕적 정당성 문제가 정치적으로 공론화되었다. 우리는 이 선언문을 작성하여 수감자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어떠한 형태의 고문 행위에도 반대한다는 것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 선언문은 네 가지 원칙을 결론으로 제시하며 끝을 맺고 있다.

첫째, 우리는 미국 정부의 어느 기관(또는 어느 다른 나라의 정부라 할지라도)도 고문을 비롯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또 이 원칙은 현재 여러 과격한 테러리스트 그룹들과 벌이고 있는 전쟁 상황에도 적용된다.

둘째, 우리는 현재 미국에 구금되어 있는 모든 수감자들과, 미래의 수감자들에 대해서도 인간의 기본권과 절차적 보호 조치를 적용할 것을 촉구한다.

셋째, 우리는 미국의 모든 정부 기관에서 미국 군대와 합동하여 수감자들의 인권과 관련한 제네바협약의 일반 조항 3항을 준수할 것을 공식적으로  촉구한다.

넷째, 우리는 이 선언문에 표현된 도덕적, 법률적 기준을 위반하는 행정적, 입법적 규정들을 파기하는 법률과 사법적 판단을 촉구한다.

이 선언문은 현재 미국이 치르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이 인권 보호에 관한 성경적 원칙을 깨뜨리는 구실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언문과 관련하여 '미국복음주의협회'는 ‘인권을 옹호하는 복음주의자들’이라는 웹사이트(http://www.evangelicalsforhumanrights.org)를 새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참여와 지지 서명을 호소하고 있다. 

작년 6월 미국 대법원이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하기 위해 세운 특별 군사 법정인 ‘군사위원회’와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문 및 가혹 행위가 미국법과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법은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미국복음주의협회'마저 고문 반대 선언을 하고 나선 현 상황에서 부시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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