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우선이냐, 안보가 우선이냐
예수가 우선이냐, 안보가 우선이냐
  • 강희정
  • 승인 2007.03.31 2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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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반대 선언에 대한 미국 기독교인들의 엇갈린 반응

‘미국복음주의협회’의 고문 반대 선언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낸 비윤리성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양심 선언이다. 이 선언문의 발표를 전한 <소저너스> 편집인 짐 월리스의 블로그에 남겨진 댓글들을 살펴보면, 이 선언에 대해서 미국 기독교인들간에 아직도 서로 좁히기 힘든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분명하게 있음을 알 수 있다.

블로그의 댓글 토론에서는 선언문 발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이들이 토론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기독교 윤리와 예수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고문이나 학대 행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전쟁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것임을 주장하며 부시 정부를 공격하였다. 

paul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이전의 어느 정부보다도 신앙과 하나님을 자주 들먹거리는 부시 정부가 놀랍게도 고문에 대해서 예수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부시 정부의 표리부동을 지적했다.

Don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온갖 탈법적, 불법적 행위를 합리화하고 있는 부시 정부가 테러 관련자들에 대하여서는 ‘전쟁 포로’(Prisoners of War, 약칭 POW)라는 용어 대신 ‘적 전투원’(enemy combatant)이라는 용어를 교묘하게 사용하면서 전쟁 포로에게 주어지는 국제법상의 지위를 박탈하는 이중적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Bren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고문은 어떠한 상황에도 옳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이미 도덕적 힘을 상실했다”고 말하고 있다. Sonja Dupee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억류자들에게 가해지는 고문 행위에 대해 반대 성명을 발표한 ‘미국복음주의협회’의 노력에 치하한다. 히틀러를 기억해야 한다. 어느 날 우리 미국이 야만 국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비인간적인 전략을 쓰기 시작한다면, 훗날 큰 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Steve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고문 반대 선언문에 찬성한다. 그런데 모든 크리스찬 윤리에 위배되는 전쟁 자체에 대해서는 왜 반대하지 않는가? 전쟁 자체에 반대하지 않고 고문만 반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하며, 비단 고문과 학대 행위를 반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진일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미국복음주의협회’의 고문 반대 성명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반대자들은 비교적 방어적인 입장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의 현재 안보 상황에 대해 가지는 불안 의식을 바탕으로, 테러 관련자들로부터 미국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혹한 방식의 심문이나 고문도 허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jerry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9.11을 잊었느냐? 사담 후세인을 잊었느냐, 무슬림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용인할 것이냐?”라며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는 ‘9.11 사건’을 상기시키는 감정적인 호소를 했다.

Kristopher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고문, 또는 비인간적이며 불명예스러운 처우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심문 과정에서 취해지는 행위들에 대해서 ‘고문’이라는 용어로 단죄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고문 행위들의 비윤리성을 간과하는 발언을 했다.

Wolverine이라는 아이디 사용자는 “억류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을 살상할 만한 강력한 폭탄이 설치된 곳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고문을 가하는 정보국 직원에 대해 정죄할 수 있겠는가?”라는 공리주의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는 “테러리스트에게 침묵할 권리를 인정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가공할 만한 살인을 허용하는 것과 같다. 시민들과 군인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다소 심한 심문’일지라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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