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어머니의 침묵
살인자 어머니의 침묵
  • 강희정
  • 승인 2007.04.19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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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을 보는 한 미국 작가의 시선

다이애너 버틀러 바스(Diana Butler Bass) 박사는 4월 18일 God's Politics라는 블로그에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제목은 '살인자 어머니의 침묵'(The Silence of a Murderer's Mother).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러 덜레스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버지니아 공대 총기 참사 사건을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기자는 조승희에 관하여 언급하면서 그의 성격, 배경 등을 분석하고, 무엇이 그 대학생으로 하여금 32명을 죽이고 자살하게 만들었는가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그 기자는 조승희의 종교적 배경에 대하여 한마디 하였습니다. 명백하게 그의 어머니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기자에 따르면, 조승희는 신앙의 문제로 어머니와 대립했으며, 그는 어머니의 신앙을 거부했습니다. 총기 참사 사건 이후, 조승희의 가족은 고립되었고 언론을 통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뉴스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충격으로 입원해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에 이른 살인자의 어머니가 되는 것보다 더한 최악의 경우는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살인 당한 학생들의 어머니가 되는 것 그 이상일 것입니다. 그녀는 얼마나 고립되어 있을까요? 그녀 또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잃은 슬픔에 통곡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녀가 자식에 대해 가졌던 꿈들과 그 자식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 속에서 통곡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혼돈과 죄의식(하지만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리고 질문들만이 그녀에게 남았을 것입니다.

작가로서 내가 정기적으로 하는 일들 중의 하나가 이야기들을 듣는 것입니다. 행복한 이야기, 불행한 이야기,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버지니아 총기 사건에서, 사람들의 관심은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과 범인에게 쏠려 있습니다. 그러나 비탄에 빠져 있을 그 어머니는 어떡하나요? 이 이야기 속 그 어디에 그녀가 있나요? '조 여사'라는 것 외에 나는 그녀의 이름조차 모릅니다. 오늘 아침, <워싱턴포스트>지는 그녀의 이웃의 말을 인용하여, 그녀는 '조용하고, 온순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도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 듯 합니다.

나는 이 고통에 찬 여인을 매체에서 추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이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그녀가 빠져 있는 것이 기독교인이자 어머니의 한 사람인 나로 하여금 그녀의 침묵에 대해 궁금해하게 만듭니다.

그 침묵은 또 다른 침묵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와의 침묵. 창세기에서 에덴동산으로부터 추방당한 하와에게서 터져나온 첫 마디는 그녀가 첫 아들 가인을 낳고서 출산의 기쁨을 표현한 것입니다. “나는 여호와로부터 생명을 얻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둘째 아들 아벨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그 두 아들이 어른이 되면서 기쁨이 비극으로 변했습니다. 자기보다 어린 동생을 시기한 가인은 아벨을 죽였습니다. 성경 역사의 시작 바로 다음인 창세기 4장에서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은 가인을 정죄하고 그에게 벌을 내려 땅 위에서 '방랑자'가 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 속에서 하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침묵합니다. 우리는 그녀의 고통을 상상만 할 뿐입니다: 내가 이 세상에 이런 난폭자를 낳았단 말인가? 내 아들, 내 사랑하는 아들, 인류의 첫 아들이 살인자라니…. 그는 그의 어머니를 죽인 것입니다. 이것이 내 죄란 말인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마침내 이야기의 맨 마지막에, 하와는 한 가지 사실을 말합니다. 그녀는 셋이라는 이름을 가진 셋째 아들을 낳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가인이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자식을 주셨다.” 가인은 지상을 떠도는 방랑자였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의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마저 추방되었습니다. 오직 아벨만이 그녀의 기억에 있습니다. 셋이 아벨을 대신하여 사랑받는 아들이 되었습니다.

살인죄는 생명을 죽이는 것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기억과 모성마저 파괴합니다. 어떤 의도와 목적에 대해서도 가인은 죽었습니다. 하와는 희생자와 가해자 모두를 낳았습니다. 그녀가 침묵한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침묵은 죄에 대한 첫 번째 반응입니다: 한 어머니의 숨막힐 것 같은 고통, 죄인을 낳았다는 고통, 그리고 죄로 희생된 아이들을 낳았다는 고통. 이런 모든 일 앞에서 무엇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침묵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적으로 외롭지만은 않습니다: 하와의 침묵이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 다이애너 버틀러 바스 / 듀크 대학에서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우리의 쉼을 위한 기독교: 이웃 교회가 어떻게 신앙을 변화시키고 있는가>(Christianity for the Rest of Us: How the Neighborhood Church is Transforming the Faith (Harper San Francisco / 샌 프란치스코 하퍼 출판사)의 저자이다.

* 번역 / 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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