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염소 한 마리로 북한동포 한 가족을 살린다면
젖염소 한 마리로 북한동포 한 가족을 살린다면
  • 서재진
  • 승인 2007.04.26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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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기윤실이 벌이는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

1999년부터 북한에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기독교윤리실천운동(LA기윤실] 유용석 공동대표를 만나 이 운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 풀만 먹고 자라도 젖을 잘 내고 번식을 잘해 고기 또한 먹을 수 있는 젖염소를 북한에 보내는 운동은 "풀과 고기를 바꾸자"라는 1999년 북한의 구호와 잘 맞아떨어졌다. (사진 제공 LA기윤실)  
 
어떤 계기로 북한에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디에선가 염소가 굉장히 유용한 동물이라는 글을 읽었어요. 염소는 곡식 없이 풀만 먹고도 잘 사는 짐승입니다. 첫 번째로 염소는 각종 질병에 강해요. 두 번째로 염소는 번식력이 아주 왕성하다고 해요. 어느 정도냐 하면 한 해에 두 번 분만하고 한 번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거의 번식률이 194%나 되지요. 세 번째로 염소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 예를 들면 고기, 가죽, 털 등을 유용하게 쓸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염소 젖은 우유나 모유보다도 영양가가 월등히 높다고 합니다. 게다가 염소 젖을 짜서 금방 먹어도 소화에 지장이 없다고 하네요.

우리가 보내는 우량종의 젖염소 한 마리에서 짜낼 수 있는 젖의 양은 2-3 kg이나 된다고 해요. 이 분량이면 다섯 명이 사는 가족의 최소 하루 식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염소 한 마리가 차례로 새끼를 낳으면 수놈은 잡아서 고기로 먹는다손 쳐도 10년 안에 1,000 마리로 불어나게 되므로 100세대의 식량을 공급할 수가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 젖염소야말로 현 북한의 실정에 가장 알맞는 동물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젖염소 보내기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침례교회 어떤 목사님이 우리가 북한에 젖염소를 한번 보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젖염소가 생물이기 때문에 북한으로 보내려면 절차가 꽤 까다롭긴 하지만, 1999년에 시범적으로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에 200마리를 보냈어요. 그런데 우리가 보낸 젖염소에서 무슨 균이 발견되어 기를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에서 죽였어요. 그때가 북한이 1996년 자연 재해를 입고 '고난의 행군' 시대라고 할 정도로 아주 힘든 때였는데,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북한 사람들이 우리가 보낸 젖염소를 중간에 잡아먹은 것 같아요.

아, 이런 방법으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중국 여명농민대학 최성원 교수님을 알게 되었어요. 최성원 교수님은 황해도 출신이신데, 1.4 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오셔서 제주도에서 염소를 키워 자수성가하신 분이세요. 그리고 강원도로 올라와서 젖염소를 키워 성공하셨답니다. 그분이 젖염소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전문가세요. 그래서 제가 최 교수님께 북한에 젖염소 보내는 운동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최 교수님께서도 그 일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싶으셨다고 하면서,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실 것을 약속하셨어요. 최 교수님께서 미국으로 두 번인가 오셔서 순회강연도 해주셨어요. 그래서 저희들이 그분한테 젖염소에 관한 지식을 많이 배웠지요.

1999년도에 최성원 교수님과 내가 북한에 가서 협정서를 맺게 되었어요. 그해부터 젖염소를 북한에 본격적으로 보내기 시작한 거예요. 100마리 이상 보내면 우리가 지시한 곳으로 보낼 수 있도록 협정했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평양에서 90km 떨어진 강동군 구빈 지역에 젖염소를 보내기로 하고요. 평양 강동군 구빈이라는 곳이 염소 단지로서 성공한 지역이 되었어요. 거기서는 염소 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공장부터 만들었어요. 젖염소와 치즈는 구빈 주위에 있는 학교와 유치원 아이들 전부 다 먹이고 남는 것은 평양에 갖다준다고 해요. 마침 한국에 있는 CCC가 이 일에 적극 참여했어요. 지금은 젖염소 운동을 황해도에서도 크게 잘 하고 있어요.

   
 
  ▲ 젖염소를 북한으로 수송하기 전에 젖을 짜서 버리고 있다. (사진 제공 LA기윤실)  
 
젖염소 보내기 운동이 성공하게 된 이유는?

북한에 염소가 100만 마리 정도가 있는데, 젖이 안 나오는 염소지요. 1999년인가 김정일 위원장이 풀을 고기로 바꾸자는 운동을 벌였어요. 그러니까, 풀을 뜯어먹는 염소를 잘 키워서 고기를 먹자는 것이지요. 북한은 가난해서 절대 고기를 먹을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그때 그 운동하고 저희가 추진하는 젖염소 운동하고 시기적으로 잘 맞았어요. 우리가 보내는 염소는 그냥 염소와는 다른 젖염소에요. 풀만 먹어 키워도 젖이 잘 나오는 염소로 엄격하게 선별해서 북한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젖을 북한 아이들에게 빵하고 같이 먹이는 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지요.

지금까지 북한에 보낸 젖염소는 어느 정도 되나?

함경남도에 500마리, 함경북도에 300마리, 황해북도에 200마리, 그리고 처음 구빈에 200마리를 보냈고, 나머지 1,000마리는 평양 직할시를 통해서 우리가 지정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북한 곳곳으로 젖염소가 보내졌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해에 100마리, 150마리씩 해서 모두 2,200마리를 보냈어요. 또 재작년에는 평화통일이라는 단체에서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우리를 통해서 했어요. 그때 젖염소에서 나온 젖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짓고 그랬어요.

북한에 보낸 젖염소가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저희들도 우리가 100마리씩 보내면 북한에서 우리와 함께 체결한 협의서대로 우리가 지정한 곳으로 젖염소들을 보내는지 궁금했어요. 마침 제가 다니는 나성성결교회 원로목사님이 황해도 황주군 창천리라는 곳에서 한국전쟁 때 나오셨는데, 그곳에 지금 목사님 형제분들이 아직도 살고 계셔서 한 번인가 가족을 만나러 북한에 다녀오신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곳 주소도 정확히 알고, 그 형제분들하고는 지금도 서신 연락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모은 헌금으로 젖염소 100마리를 사서 목사님 개인 이름으로 목사님 고향에 보냈어요.  100마리 이상 보내면 북한과 맺은 협의서에 따라 우리가 지정한 곳으로 젖염소를 보낼 수 있다고 했거든요.

봄에 북한으로 젖염소를 보내고 최성원 교수님께서 여름에 젖염소를 보낸 곳에 가 보았더니 잘 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젖염소를 보낸 지 벌써 한 5년 정도 되었을 때도 젖염소가 잘 크고 있나 굉장히 궁금하던 찰나에 원로목사님의 북한의 동생들이 편지를 보냈어요. 저희가 보낸 젖염소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그분들의 편지에 오빠가 보내준 젖염소가 지금은 3군데로 나뉘어서 아주 잘 자라고 있다고 써 있었어요. 거기서 나오는 젖을 인민학교 탁아소에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상세하게 써 있었습니다.

   
 
  ▲ 젖염소에서 나오는 젖으로 치즈를 만들어내는 기계 앞에 선 최성원 교수 부부와 관계자. (사진 제공 LA기윤실)  
 
앞으로 북한 기적의 젖염소 보내기 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지?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성금이 들어오는 대로 젖염소를 북한에 계속 보낼 거에요. 그리고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을 도우려고 합니다. 그들의 삶이 지금 몹시 어려워요.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옮긴 다음에 조선족들이 다들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나가는 추세에요. 해외로 돈 벌러 나가고요. 한국으로도 많이 가잖아요. 미국에도 한 1만 명 와 있어요. 사방으로 나가서 돈을 벌려고 그래요. 조선족 남자들이 농촌을 떠나 타지에서 2년, 3년, 5년 동안 돈벌이한다고 가정으로 안 돌아오는 바람에 가정이 파탄이 나고요. 그래서 이들에게 자생력을 불어넣고 경제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던 중에 북한에서 기르는 젖염소를 중국 조선족들이 사는 곳에도 키우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조선족들이 주로 사는 곳이 연길, 용정, 그런 곳인데요. 지금 그곳 교회에 젖염소를 보내서 시범적으로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자가 운영이 되면 계속 진행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북한을 통해 젖염소를 보내는 것도 하면서, 성금이 들어오는 대로 중국 조선족들에게 젖염소를 직접 보내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교단과도 협상 중입니다. 이번에 중국 조선족들에게 시범적으로 키우고 있는 젖염소가 잘 되면 미국 교단에서도 후원해주겠다는 약속을 이번에 받았습니다. 만약에 미국 교단에서 후원을 해준다면 중국 조선족들이 사는 곳에 제대로 가공 공장도 짓고 그곳에서 살균 포장도 해서 염소젖과 치즈를 시판하면 그들의 궁핍한 생활이 조금이나마 펴지지 않을까 싶어요.

문의 : Christian Ethical Movement
3130 Wilshire Blvd., Suite 410
Los Angeles, CA 90010
(Tel) 213-387-1207, (Fax) 213-487-7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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