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하나를 잘라내는 아픔이 있어도
팔 하나를 잘라내는 아픔이 있어도
  • 변완섭
  • 승인 2007.04.27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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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장로교회 이영희 목사와 땅에 떨어진 하나님의 공의

"우리는 똑같은 쳇바퀴 안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영희 목사의 예우에 대한 교인들의 결정을 보고 나서였다. 기독교민신문의 인터넷판에 처음 실린 이영희 목사의 예우 문제를 보며, 한동안 놀랍고 답답한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조승희의 버지니아텍 사건의 파장이 너무 커서 묻혀 버린 이 소식의 내용은 대략 현금 50만 불과 살던 집, 남은 모게지 25만 불을 교회에서 대납하는 것과 함께, 이영희 목사를 위한 특별 헌금 시간을 갖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인 특유의 온정주의랄까.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심정이었다.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하나님의 법과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영희 목사를 용서하지 말자는 것도 아니고, 30년 이상을 목회를 위해 헌신한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영희 목사를 위해 가슴을 치며 기도해야 한다. 기꺼이 그의 손을 잡고 위로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민 교회사에 기록될 수치스럽고 한탄스러운 행위에 대한 대가가 그를 졸지에 백만장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행위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면죄부이기 때문이고, 가까스로 일으키려는 하나님의 공의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죄부를 받은 또 다른 장본인인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의 기사가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실려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MBC의 종교계 비리를 폭로한 프로그램인 '뉴스후'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교회에서 행한 설교의 제목이 아모스 선지자의 절규인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였으니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김홍도 목사는 법정에서도 유죄로 판정된 자신의 비리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며 방송 매체와 정권을 좌파로 매도하는 설교를 했으니 이쯤 되면 적반하장도 이만저만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냐고? 감리교단에서 "평생을 교회 부흥에 바친 공로를 감안…" 어쩌구 하며 면죄부를 준 것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고, 그런 사실을 극구 부정하며 자신들의 목사 감싸기에 급급한 교인들에게 또한 그 원인이 있다.

이것이 하나님의 정의와 법이 무너졌을때 생기는 일이다. 이영희 목사가 30년 이상을 목회에 바친 노고를 생각해서 그를 백만장자로 만드는 행위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정의를 외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러므로 우리는 사회적으로도 부패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어두운 동류 의식으로 서로를 감싸고 있는 것이다. 내 부모, 형제들의 잘못이 있을 때에라도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법을 세우는 결단의 칼날이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내 팔 하나를 잘라내는 고통을 겪어도, 내 눈 하나를 파내서라도 복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기꺼이 감내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의 형제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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