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의 한인 교회는 존재할 수 있는가
다음 세대의 한인 교회는 존재할 수 있는가
  • 변완섭
  • 승인 2007.05.05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없다…변화 위한 몸부림이 절실하다

새롭게 건축된 많은 한인 교회들을 보며, 가슴 한구석을 채우고 있던 질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20, 30년 후에 이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이고, 이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불과 한 세대 이후를 우리는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땅에서 한민족은 어떤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 사회를 향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그 이전에 우리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이 땅에서 다음 세대에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이민의 역사와 교회의 부흥
1903년 하와이의 농장 노동자로 시작된 한인 이민의 역사는 한 세기를 지나 100만이 넘는(미국 이민 통계 자료) 큰 숫자가 되었다. 1970년까지 7만 명에 그쳤던 한인들은 80년대에 35만 명, 90년대에 80만 명을 넘는 급격한 인구의 증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민의 증가와 함께 미주 지역의 한인 교회도 그 수가 급증하여 현재 전 세계에 있는 5,000개 가까운 한인 교회 중 약 3,500여 개의 교회가 미국 내에 세워져 있다.

그러나 90년대를 지나며 한국의 경제적 부흥과 함께 점차 줄어들고 있는 이민의 행렬은 70~80년대 한 해 3만 명을 넘던 숫자에서 99년 최저 12,000명을 기록하며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한국인에게 '기회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은 점점 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새로운 이민이 줄어들고 있고 다음 세대로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차세대의 한인 교회의 위상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가 아닐까.

교회의 건축과 다음 세대
70년대부터 본격화된 이민이 20여 년의 인적·물적인 축적을 거쳐 90년대부터 본격적인 교회 건축으로 나타났지만, 이 교회를 감당할 차세대 목회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아니, 과연 우리에게 이 교회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있기는 한 것일까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조사는 교회 건물에 지출되는 예산과 목회자에 대한 지출이 전체 예산의 50%를 상회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많은 소규모의 교회를 포함하기 때문에 전체 지출이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 다음 세대에 대한 준비가 없는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전체 한인 교회 중 영어 예배를 드리는 곳은 290여 교회(전체 교회의 9%)에 불과한 실정이고, 그 수 또한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 목회자들은 2세들이 대학 입학 시 70%, 대학을 졸업할 때 90%가 교회를 떠나는 실정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한 조사에서는 향후 20년 후에 한인 교회의 많은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부분의 교회를 보더라도 1세대의 한국어 예배 참석 인원에 비해 2세 영어 예배 참석 비율은 그 숫자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현재 교회 건축을 부흥과 물량적 세 과시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많은 교회들에게 그런 투자에 대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 묻고 싶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긴 일본과 중국의 예를 보더라도, 1세 위주의 목회는 다음 세대에서 대다수 실패로 끝났고, 그들이 건축했던 교회는 불과 30~40년 사이에 대부분 문을 닫았던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우리에게도 조만간 현실로 닥칠 상황을 위해 이토록 교회 건축에 집착하는 것은 대단히 건전하지 못한 목회 풍토에서 기인한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다음 세대를 향한 도전
1세대의 한인 교회는 이미 차세대 목회에 실패를 했고 심지어 차세대 목회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영어 예배를 담당하는 1.5세 혹은 2세 목회자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말들 중에는 도가 지나치다 싶은 내용들이 많다. 1세 목회자와 교인들로부터의 소외와 갈등, 재정적인 어려움, 어떤 제안을 할 수도 없고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경직된 분위기 등, 한마디로 잊혀진 세대라고밖에는 얘기할 수 없다.

그런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언어의 단절과 의식구조의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2세대들에게는 1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거의 맹목적인 헌신과 봉사가 없다는 점이다. 이미 합리적인 사고로 무장한 2세들에게 기복신앙은 자리 잡을 틈이 없고 목회 상대로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신앙만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기에는 당대에 수확할 것이 없어 보이는 현실이 1세 목회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외면하게 하는 이유라면 너무 과장된 나만의 생각인가. 이것이 필자가 차세대 목회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한 이유이다. 너무 심한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내 주위를 둘러보고 한 번이라도 가슴을 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라. 산처럼 맺혔던 얘기를 들어야 할 것이다.

변화만이 다음 세대를 약속할 수 있다
며칠 전 신문에서는 남가주사랑의교회 '홀리 웨이브'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내용은 프라임 타임의 3부 예배(11시 10분)를 영어 예배로 바꾸어서 본당에서 드린다는 것이고, 첫 예배에 2,300여 명이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예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다음 세대 목회의 한 전형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 의식을 뛰어넘는 시도라는 점이다.

현재의 패러다임을 깨는 노력만이 다음 세대를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시도이다. 현재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교회 건축이 아니라 이런 것들이 아닐까. 커뮤니티에 대한 전폭적인 개방과 헌신, 본당을 2세들에게 기꺼이 양도하고 열린 광장을 만들어나가는 변화, 기복신앙과 물질적 탐닉에서 진정 벗어날 수 있는 건강한 목회 등,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이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