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권, 도올을 깨다
회권, 도올을 깨다
  • 김회권
  • 승인 2007.05.08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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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기독교 및 성서 이해 담론 자세히 읽기 1

도올 김용옥의 <기독교성서의 이해>와 <요한복음 강해>가 불러일으킨 파장

   
 
  ▲ 도올 김용옥은 올해 초 <요한복음 강해>와 <요한복음 강해>의 서론격인 <기독교성서의 이해>를 출간해, 자신의 기독교 신앙과 성서에 대한 이해를 세부적으로 그리고 거의 체계적으로 드러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그동안 한학자요 한의사로만 알려진 도올 김용옥이 최근에 기독교 관련 저술들과 강의들을 잇달아 내놓음으로써 기독교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러 차례 저서들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김용옥은 아주 독실한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한국신학대학교 1967년 수석 입학생으로 2년 동안 신학 공부를 하다가 자퇴한 인물이다. 성경과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동안 출간된 그의 주요 저술들과 강의의 중심 과제는 아니었으나 항상 그의 의식의 지평에 자리를 잡은 관심 영역이었다. 그는 신학교를 떠난 지 40년 만에 다시 신학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셈이 된다.

그는 올해 초 자신의 기독교 신앙과 성서에 대한 이해를 세부적으로 그리고 거의 체계적으로 드러내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요한복음 강해>(통나무, 2007년 2월)와 <요한복음 강해>의 서론격인 <기독교성서의 이해>(통나무, 2007년 3월)가 그것들이다. 물론 그의 저서인 <절차탁마 대기만성>(통나무, 1987)에서부터 도올은 고전 해석학과 성서 판본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경화 이전의 기독교 신앙의 여러 유형들을 보여주는 나그 함마디 관련 자료들에 대한 소개와 분석을 통해 기독교와 성서에 대한 예리한 관심을 보여왔다. 도올은 좀 더 이른 시기에 출간한 <여자란 무엇인가>(통나무, 1986년)에서도 성서 해석 문제에 대하여 산발적이나마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는 특히 여호수아 24:14-28을 인증하며, 성서의 하나님은 자신만이 유일한 하나님이라고 존재론적으로 증명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262쪽). 그는 “많은 하나님들 중에 야훼라는 하나님은 공갈과 협박이 센 하나님이다”(같은 쪽)라고 말하며, 구약의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빼앗는 깡패 행위를 도와준 하나님이라고 비판한다(264쪽).

그 후에 나온 주요 저서들에도 고전 번역과 관련하여, 기독교의 토착화 문제에 관하여, 그리고 한국 교회의 배타성과 편협성에 대한 비평을 개진함으로써 도올은 항상 기독교 담론의 안팎에서 한 자리를 차지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두 권의 묵직한 단행본을 통해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 대한 이해와 성서에 대한 해석적 지평을 동시에 풍요롭게 보여준 적은 없었다. 2007년에 발간된 두 저서를 통해 소개된 도올의 광범위한 학문적 식견과 자유로운 필치, 우상 파괴적인 참신한 관점들이 그의 구두 강연과 그의 독특한 문체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음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공영방송인 교육방송(EBS)에서 요한복음 영어 성경을 강의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독특한 기독교 이해와 성서 이해, 그리고 요한복음에 대한 우호적인 이해를 드러내고 있다.

많은 경건하고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도올의 도발적이고 참신해 보이는 강의와 저술들에 어떤 입장을 취하여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가운데 기독교를 싫어하는 대중들과 많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열광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또 한 번 한국 교회 안팎에서 포폄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한국 교회를 향하여 자신의 저술들과 강의들의 정당성에 대하여 공개토론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역사신학자 이국헌은 <뉴스앤조이>를 통하여 도올의 <요한복음 강해>에 대하여 주제별(종말론, 기독교 실재론, 정경화 등)로 문제를 제기하였다(뉴스앤조이, 2007년 3월 중). 이국헌은 동서양 철학과의 지평 융합을 통해 기독교 진리의 보편성을 부각시키려는 도올의 노력과 그의 포괄적인 논의에 대한 정중한 평가와 함께 2,000년간 발전되어온 기독교 신학의 한 분파를 대표하는 도올의 논의가 마치 전체 기독교의 입장인 것처럼 대변하는 것에 제동을 건다. 이국헌의 문제제기는 일반 기독교신자들이 쉽게 하기 힘든 전문 신학적인 문제제기를 담고 있기에 그가 도올에게 제기하는 질문들을 일반 신자들이 충분히 음미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오히려 한국교회가 비상한 관심을 갖고 도올의 입과 붓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요한복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통해 예수의 재림을 부정하며 더 나아가 그가 2세기 영지주의 이단자로 몰린바 있는 마르시온의 구약 폐기론과 유사한 구약 폄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3일 <한겨레신문>의 인터뷰에서 그는 예수의 도래와 함께 신약 시대가 도래한 만큼 구약성서는 이제 거의 필요 없게 되었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2007년 3월 18일자 뉴스앤조이 3면 표지 이야기). 한기총의 이용규 목사는 도올의 도발적인 신구약 단절과 구약 폄하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구약에 대한 몰이해”라고 반발했다. 이런 저런 논란 끝에 도올이 최근에는 자신의 입장이 구약 폐기가 아니라 구약의 율법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말함으로써 구약 폐기 논쟁은 어느 정도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 김회권 교수는 "도올의 기독교 및 성경 관련 저작들과 강의들에 대한 기독교계 일각의 마녀사냥식의 대처와 몰지각적 몰이성적인 광분과 적의 노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우리는 도올을 교주시하며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이 글의 목적은 위에서 언급된 도올의 세 저서(<절차탁마 대기만성>, <기독교성서의 이해>, <요한복음 강해>)의 내용을 살펴보고 그가 주장하는 논점의 대강(大綱)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비평적 응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논문은 이 세 책에서 공통적으로 제기하는 쟁점인 구약과 신약의 단절성 문제와 신구약 단절의 사례인 요한복음 이해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성서의 통일성, 신구약의 구속사적 연속성을 옹호하는 논의와 요한복음에 대한 유대교-구약적 이해에 대한 옹호를 통하여 도올의 주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이 글은 책의 순서를 따라 논의 대상을 택하는 비평적인 서평의 형식을 띠겠으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중간 중간에 도올의 문체와 접근 방법, 문제제기 방식, 그리고 그의 의도 등에 대한 필자의 논평과 해석을 삽입하는 에세이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의 저작들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도전과 깨달음(challenging inspiration)과 정당한 토론거리, 그리고 그의 저작들이 노출하고 있는 과잉 단순화, 단견과 속단에 근거한 진술들을 나누어 응답하려고 한다.

이 글의 목적이 도올의 저작에 대한 비평적 읽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먼저 도올의 저작들이 최근에 운위되고 있는 인문학적 위기 담론을 돌파하는 하나의 좋은 출발점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비평적 읽기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는 고전 해석학자로서, 경전화된 본문들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과 공포어린 묵종으로부터 인간의 정신을 자유롭게 하려는 인문학자로서 성서와 기독교 담론을 쏟아낸다.

<절차탁마 대기만성>(1987) 2부(“讀書法과 판본학의 입장에서 새롭게 본 기독교,” 65-153쪽)에서 천명되듯이, 도올에게 있어서 성서와 기독교 해석은 고전 해석의 일환이다. 따라서 도올의 기독교 및 성경 관련 저작들과 강의들에 대한 기독교계 일각의 마녀사냥식의 대처와 몰지각적 몰이성적인 광분과 적의 노출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우리는 도올을 교주시하며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이제 도올에 대한 열광적 지지나 적의어린 즉흥적 반감 노출보다는 차분하고 사려 깊은 학문적 숙고로 그의 담론에 응답해야 할 때다. 이것이 인문학을 보양하고 발전시키는 자세요 인문학자인 도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강대상에서 쏟아지는 적대적인 도올 비난 발언이나 네티즌들의 흥분어린 고함질이나 삿대질을 잠시 뒤로 하고 우리는 도올의 저작들을 자세히 읽어야 한다.

자신의 신앙을 차분한 지성과 논리와 학문적 견고성으로 옹호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사람들은 남의 말을 듣고 쉽게 흥분한다. 그것은 열등감에 찌든 몰이성적 몰지각이다. 2001년에 출간된 오강남의 <예수는 없다>에 대하여 쏟아진 기독교 일각의 광기어린 적의와 반대는 성숙한 기독교인의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류의 책이 나올 때 일단 먼저 깊게 읽고 성숙하게 응답하는 학자적 자세를 견지하여야 할 것이다.

요즘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고 보도되는 인문학 담론인 문사철 담론을 대중화시킨 도올의 노작들을 자세히 읽으면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유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김회권 / 숭실대 인문대 기독교학과 교수
* 이 글은 제1회 인문과학연구소 포럼, '회권, 도올을 깨다'(2007년 4월 24일)에서 저자가 발제한 논문으로, 저자의 허락을 받아 몇 차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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