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골 때리게 웃긴다"를 영어로?
"너 골 때리게 웃긴다"를 영어로?
  • 김은정
  • 승인 2007.05.10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영어 4

‘저 여자 폭발 직전이야. 건드리지 마’를 영어로 할 수 있어요? ‘I’m hungry’ 대신 ‘배고파 죽겠다’는요?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실컷 시켜봐’ 같은 말도 영어로 하고 싶으시죠?

말이라는 게 감정을 전달하려는 건데, 그 기분을 다 살려서 영어로는 왜 못 하겠어요. 미국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인데요. 감정을 표현하는 정도나 말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지 영어에도 우리가 쓰는 표현이 다 있어요. 물론 한국말의 풍요성이나 우수성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요. 그러니 한국말 하듯 영어를 배우세요. 한국 동료들한테 말하는 것처럼, 같이 일하는 미국 사람한테 시답잖은 얘기도 건네고 그러세요.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면 미국에 아무리 살아도 영어가 늘겠어요?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말을 건네냐고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부터 먼저 배우시라니깐요. 상대방 얘기를 못 알아들을까봐, 그 다음 할 말을 못 이어갈까봐, 첫마디도 못 떼고 있으면 영영 배울 기회를 놓치는 거죠.

너 골 때리게 웃긴다. (You crack me up.)

저 여자 폭발하기 직전이야. (She is gonna blow.)

쟤 건드리지 마. (Leave her alone.)

배고파 죽겠다. (I’m starving to death.)

부담 갖지 마세요. (Don’t worry about it.)

오늘 내가 쏘는 거니까. (It’s my treat today.)

실컷 시켜봐. (Order whatever you want.)

저는요. ‘You crack me up’이란 말을 쓸 때마다 망치로 호두를 깨는 생각이 나요. 호두가 마치 인간의 ‘골’, 유식한 말로 ‘두뇌’같이 생겼잖아요. 또 그냥 ‘You are funny’라고 그러는 것보다 ‘You crack me up’이라고 하는 게, 우리말의 ‘너, 골 때리게 웃긴다’는 말과 딱 맞아 떨어지죠.

‘crack’이라는 단어는 ‘틈이 벌어지다’라는 뜻이에요. 너무 웃겨서 골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거죠. ‘Treat’는 ‘대접’, ‘접대’라는 뜻이고, ‘whatever’는 ‘아무거나’라는 뜻이잖아요. 그 정도는 다들 아시겠지만 단어가 혼자 따로 놀고 있으니 말할 때도 힘들고, 들을 때는 단어마다 직역하려고 드니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거죠. 그러고는 “캬, 나는 단어가 딸려서 영어가 안돼”라고들 하죠. 단어 때문이 아니고요. 문장하고 따로 노는 단어들 교통정리가 안돼서 그래요. ‘이런 단어는, 이런 문장에서 쓴다’는 식으로 영어를 익혀야 해요.

그러니 한국말로 쓰는 말들을 영어로 배우세요. 영어로 말해도 ‘나는 나’잖아요. 내 말투를 영어에서도 찾으세요. 근데요, 앞으로 찬찬히 말씀드리겠지만 영어에도 당연히 존댓말이 있고 예의 바르게 말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해요. 잘 모르는 영어라는 핑계로 마구 말해서 대접 못 받는 일이 없도록, 영어를 조금만 알아도 제대로 배우셔야 해요. 오늘 배우는 표현들은 친근감을 주기 위해서 반말로 썼지만, 존댓말을 쓰고 싶은 상대에게 써도 전혀 하자가 없는 말들이에요.

그동안 좋은 교재가 없어서, 좋은 영어 선생을 못 만나서 영어를 못 배운 게 아니고요, 배운 것도 써먹지 않으니까 늘지도 않는 것 같고 (사실 늘지도 않고) 중간에 다들 포기하는 거죠. 그러니까 써 먹을 일 없는 영어, 나랑 상관없는 말들은 아예 제쳐두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배워서 당장 써먹으라는 거예요. 하루에 한 문장씩, 1년에 365문장을요.

제 남편이 미국 사람이잖아요. 우리 둘 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하고, 또 사이가 좋아서 서로 말을 많이 해요. 아무리 그래봤자 만날 쓰는 말만 많이 쓰고, 그 말이 그 말이죠. 한국 부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끽해야 수십 문장이나 말하나? 수백 문장은 안 될 겁니다. 하루에 한 문장씩 365문장을 배우고 써먹다 보면 웬만한 말은 다 한다니까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실 거 아닌 담에야 말이죠.

한국 사람들하고 수다 떨 때도 그렇지 않던가요? 늘 하는 말만 하잖아요. 돈 버는 얘기, 애들 얘기, 남 얘기, 교회 얘기, 건강 얘기…. 주제별로 나눠서 10문장씩만 외워서, 단어만 바꿔주면 어떤 얘기든 다 할 수 있죠.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세요? 한국 사람들 만나서 수다 떠는 얘기들 중에 영어로 할 수 없는 말들을 물어보세요. 가장 간단하게 가르쳐 드릴 테니까 꼬옥 써먹으세요. 
(질문은 english@thekonet.com으로 주세요.)

   
 
   
 
* E.J. Brown  / 본명 김은정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기사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코넷>(http://www.thekonet.com)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