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건강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었으면"
"교회가 건강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었으면"
  • 박지호
  • 승인 2007.05.16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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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논문' 시인…"당시 목회하면서 집필하느라 실수"

논문 표절의 당사자인 양승원 목사와 몇 차례 인터뷰를 했다. 5월 12일 토요일 처음 전화 통화를 하고 13일 주일 교회로 찾아갔다. 이후 몇 번 전화 통화를 한 뒤 양 목사의 요청에 의해서 17일 목요일 버지니아로 다시 갔다.

양승원 목사는 논문을 표절한 사실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보다는 그 문제가 불거졌을 때 생길 여파를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개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년간 공부해서 받은 박사학위가 취소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앞으로 목회자로서 사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특히 일부 교인들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에 미칠 파장을 예상할 때 그런 반응은 일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 특히 목회자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도덕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계 자체가 마비되거나 거세된 듯하다. 그런 도덕성 마비 상태에서 지금 부흥을 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100년 전 평양대부흥운동이 회개와 각성을 통한 부흥이었다면, 지금은 100년 전 평양대부흥운동이라는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서 장사를 할 뿐이지, 실제로 회개나 각성의 현장은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평양대부흥'을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표절을 한다는 것은 상상키 어려운 일이다. 그가 베낀 책 곳곳에는 '회개의 현장'이 나온다. 7달러를 훔친 것을 회개하고, 시험 칠 때 부정행위를 한 것도 회개한다. 그런 내용을 가지고 표절을 한 것이다.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도 갖가지 이벤트를 벌이고 목사 입장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교인들을 쫓아내는 방식으로 부흥을 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참된 부흥, 생명 공동체의 참된 회복은 정직한 회개, 그에 따른 징계, 만회하기 위한 진실한 노력을 통해서 하나님의 은혜가 쏟아져야만 가능하다.

남의 것을 표절해서 논문을 쓰고 박사학위를 받은 목사가 어디 하나둘인가.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서 돈으로 산 박사학위를 갖고 허세를 부리는 목사가 하나둘인가. 하나의 사건을 통해서 한국 교회에 만연한 도덕적 불감증에 대해서 진정으로 회개하는 영적 각성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사를 쓴다.

다음은 양승원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가 여러 차례 진행되어서 중복되는 것은 생략한다. 존칭도 생략한다.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이 있다.

아마 두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시대적 배경에 대한 문제다. 박 교수의 생각이 너무 잘 정리되어 있다.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는) 어디를 뒤져봐도 그것보다 잘 정리된 글은 없다. 그분(박 교수)이 자료를 많이 수집해 놓았기 때문에 그 자료를 이용했을 수 있다.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분의 생각을 많이 노출시켰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분명히 인정할 수 있을 거다.

두 번째는 한국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확하게 코테이션 마크(인용 표시)를 다는 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글을 쓸 때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교수들하고 많이 토론했는데 (교수들도) '한국적인 문화'라는 정도까지 인정했었다.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포커스가 있다면 1901~1910년(부흥 운동)이 우리 기독교 문화 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박용규 교수가 큰 흐름을 주었다. (그래서) 인용하면서 했던 것이고, 결론은 기독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것인데, 만약에 내 논문을 가지고 하나하나 토씨(조사)를 따라가다 보면 걸릴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거다. 그렇게밖에 말을 못하겠다. 근데 그게 왜 그렇게 문제가 돼서 뒷조사까지 하게 됐는지 당혹스럽다.

논문과 박용규 교수 책을 비교해봤다. 평양부흥회하고 원산부흥회 부분이 똑같던데. 상황적인 이유가 있었나.

특별한 이유는 없었을 거다. 글을 쓸 때 실수했던 부분들이 있었을 거다. 그 부분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그대로 수용했는데…. 상황적인 설명을 하자면 당시 논문을 쓰면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새벽 예배 마치고 논문을 썼을 때 그랬을 가능성도 있을 거 같다.

분주하니까 그랬다는 건가.

그럴 수도 있다. 내 책임도 있다. 너무 좋았기 때문에 다른 글을 써봤자 (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이 글을 내가 도용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거기다 도입을 시켰을 거다. 그리고 원산이라는 곳이 침례교가 있었던 동네다. 그래서 그쪽 부분을 많이 그랬던 것 같다.

박 교수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박 교수를 아나?

전혀 모른다. 당시 논문을 쓰고 있다고 하니까 누가 (그 책을) 선물해줬다. 만약에 그걸로 인해서 책임을 추궁한다면 받아야 하지 않겠나.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아서 내가 읽으면서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에 자료에 있는 것은 다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풋 노트 같은 것을 찾아보고, 학교에서 도서관에 요청을 해서 원산 같은 부분은 더 첨부할 게 없는 것 같아서 백그라운드(역사적 배경)는 내가 크게 관심 갖지 않고 수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봤을 때 거의 카피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하도 오래 전 상황이니까. 그렇지만 표절이다 뭐다 하면 감당해야겠다. 그 당시 상황에서는 너무 얕잡아 봤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백그라운드고, 너무 잘 정리되어 있으니까. 너무 잘 정리를 해놓으셔서 도용… 어, 수용을 하자 그렇게 했는데. 또 솔직하게 말한다면 영어이기 때문에 패러프레이즈(의역)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만약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 다를 수 있잖나.

자료를 찾아보니까 박 교수 책에는 인용문 표시가 있는데, 논문에는 인용문 표시가 빠져 있더라.

다른 페이퍼가 굉장히 많았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박 교수의 책이) 가장 잘 정리가 됐다. 그런 페이퍼를 다른 논문에서 읽으면서 했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런 약점은 다 나올 거다. 학위 논문이라는 게 졸업을 하기 위해 쓰는 거니까. 목회하면서 썼기 때문에 바쁘게 썼고, 1년 반 만에 졸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논문을 쓴 이후로 논문을 한 번도 안 보았는가.

못 봤다. 지도교수가 좋은 분이었다. 선교사였는데, 아시아권의 영어의 한계를 아시고 많이 이해해주셨다. 당시 어렸을 때부터 10년을 섬겼던 교회가 어려워져서, 논문을 쓰고 있는데 들어오라고 하더라. 가장 중요한 시기에 들어갔다. 논문을 못 쓰겠더라.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와서 자료 수집하고 그런 식으로 썼기 때문에 부족한 게 많을 거다. 여유 있게 도서관에서 쓴 논문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보면 걸릴 게 있을 거다.

근데 좀 걸릴 게 좀 많이 있는 것 같다. 제목까지 똑같은데.

그럴 수 있다. 히스토리(역사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실수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회적으로도 표절을 엄하게 다룬다. 한국에서는 논문 표절로 인해 장관직까지 내려놓을 정도고, 미국에서도 범죄 행위로 취급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 논문도 아니고, 신학 논문이다. 더군다나 평양대부흥운동에 대한 내용은 회개와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인데.

어떤 대답을 원하나. 언어로 표현한다는 게 뭐해서 가만히 있는 거다.

전화 통화에서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고 말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여전히 크게 중요하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뭔지 모르지만 감당해야겠다고 본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 아닌가.

도용한 사실은 인정하는 것인가.

흐름 속에서 볼 때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할 수 없다. 시간을 달라. 지금은 교회만 생각하고 있다. 이것을 자꾸 교회와 연관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렇다. 내가 하는 말 한마디가 (교회 상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서 그렇다.

논문은 직접 쓴 것인가.

논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가 어떤 건가. 그것을 통해서 나에게 교훈을 주자는 것인가, 그것을 통해서 하나의 목회자를 힘들게 하는 것인가, 그걸 잘 모르겠다. 나와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될수록 교회가 상처를 받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후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말했지 않았나. 그런데 그것을 제보했다는 것은 한 목사의 뒤를 캐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마음 아프다. 교회 문제건 개인의 문제건 한 교회가 성장하고 한 교회가 안정된 다음에 얼마든지 말하겠다. 조금만 참아 달라. 기사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논문을 보면 'revival movement'라는 표현을 많이 썼는데, 역사신학을 전공한 학자들에 의하면 'revival'이라고만 한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평양부흥운동의 고유명사는 'Pyongyang Revival'이다. 왜 'movement'라고 표현했나. 원본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논제를 잡을 때는 지도교수랑 상의한다.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협의를 해서 하는데. 논문들을 다 추적한다면, 우리 문화 풍토에서 그런 패러프레이즈(의역)라든지, 번역할 때 놓치는 부분이 있다. 'movement'냐 'revival'이냐가 하나하나 이슈가 되면….

이것을 통해서 우리 교회는 더 힘들어진다. 우리 교회가 살아나는 데 도와줘야 한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교회가) 힘이 있을 때 지적해야 하지 않나.

(이 대목에서 양 목사는 몇 번이나 그만 얘기하자고 했다. 양 목사는 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강조했고, 기자는 논문 표절과 관련된 사실을 확인하려 해서 몇 번 대화가 중단됐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꾸 교회 문제로 가져가니까 이번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닌가 한다.

그분들이(반대하는 교인들이) 이것저것 뒤지다가 마지막 논문까지 뒤진 것이다. 글을 보는 게 제일 정확하잖나. 그 사람의 약점도 나오고 다 나오니까.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교회에 문제로 시작해서 쫓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것저것 사용하는 것이다. 안타깝다는 말밖에 못 하겠다.

(17일 목요일 기자는 양 목사의 요청에 의해서 버지니아로 다시 내려가서 양 목사를 만났다. 전보다 현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나 여전히 교회 문제와 연결해서 얘기했다.)

(서든뱁티스트신학교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어 가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3일 동안 이런 저런 고민을 했다. 일이 이렇게 심각하게 진전되면서 학교에까지 이야기가 전달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더 심각하게 느꼈다. 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양 목사 박사 학위만 없애면 청빙 문제 다시 시작해서 교회를…' 이런 식으로 (나를) 몰아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을 발견했다.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게 교회 문제 때문인가, 논문 때문인가.

둘 다다. 또 그 당시(논문 쓸 때) 목회를 하면서 (시간에) 쫓기다 보니까 그렇게 썼고, 지도교수와 이야기했고, 교수님도 자기 시간에 맞춰서 그렇게 진행했던 것이다. 그리고 표절이라고 하면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나.

표절인 것을 인정한다는 건가.

그렇다.

교회 홈페이지에 '정직'에 대해 글을 쓴 것을 봤다. 목회자 본인이 정직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교인들에게 정직을 이야기할 수 있나.

한 목사의 정직에 대한 척도는 논문일 수도 있고, 전체적인 사람의 됨됨이 속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교회가 힘들어지니까 그냥 넘어가 달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문제를 일으키는 목사들이 주장하는 전형적인 논리다.

내가 논문을 가지고 한 번도 써먹은 적은 없다. 객관적으로 조사하다가 이런 문제가 나왔다면 충분히 감당하겠지만, 이건 내 뒷조사를 하다가 (나온 거다.) 두 달 전에 '너의 논문을 뒤지겠다'는 이메일을 몇 번 받았다. 두 달 전부터 약간 불안하긴 했다. 급하게 쓴 논문이고, 그래서 논문에 대해서는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논문과 관련된 이야기가 튀어 나왔을 때 내 생각에는 (나에 대한) 도덕적인 검증보다는 그 논문을 통해 (나에게) 타격을 줘서 교회에서 몰아내려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개인적인 것하고는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표절은 그 자체로 범죄 행위다. 마땅히 처벌과 책임이 따르는데.

교인들에게 설명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박 교수한테도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할 것이다. 학교에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문제를 신문에 드러내서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교훈을 주겠지만, (나한테는) 그것 이상으로 (힘들게) 받아들여지니까.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번 일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는지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양 목사 얘기의 결론은 표절은 시인하되, 지금은 교회가 어려운 사정이니까, 교회가 건강해질 때까지 지켜봐주고, 나중에 또 문제가 일어나면 그때 보도해도 늦지 않는 것 아니냐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장시간 논의 끝에 보도하되, 양 목사의 얘기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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