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우리 시대, 무엇이 도덕인가?
[번역] 우리 시대, 무엇이 도덕인가?
  • 최봉실
  • 승인 2007.05.25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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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문제, 폭넓게 의견 일치를 이뤄가는 복음주의권과 리차드 시직

우리 시대의 도덕적 문제(이슈)에 대해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이 펼쳐지고 있다. 올봄 초 제임스 돕슨(James Dobson), 토니 퍼킨스(Tony Perkins), 게리 바우어(Gary Baure)와 그 외 20여 명의 인사들로 이루어진 기독교 우파 그룹이 전미복음주의협회(the 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이사회 앞으로 편지를 보내왔다. 그들은 정부 문제 관련 부회장인 리치 시직(Rich Cizik)을 겨냥하여, 전미복음주의협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아넣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지구 온난화를 반대하는 ‘냉혹한 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사임을 권고할 것’을 제안하며 편지를 끝맺었다.

이 편지에서 기독교 보수주의 지도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발생과 그것의 인류에 대한 함의는 전 세계를 아우르며 뜨겁게 불붙고 있는 논쟁의 주제”라고 주장했다. 기후 변화가 지구에 가하는 위협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바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 세상을 보호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하고, 그리고 ‘바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과학자·종교 지도자·기업가·경제학자 모두를 망라해 국제적인 일치가 이뤄진 상태다. 존 맥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과 조 리버먼(Joe Lieberman)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과연 인류의 활동이 초래한 문제인가에 대한 토론은 일단락되었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발발했으며, 그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 그리고 이는 인간이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지금 이 나라에서, 그리고 더더욱 전 세계적으로는 광범위한 의견 일치가 이뤄진 상태다.”

리치 시직은 복음주의자들을 분열시키기는커녕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해 폭넓게 의견 일치를 이뤄가는 복음주의권의 한 일원일 뿐이다. 그는 존경받는 복음주의 지도자로서, 기후 변화의 점증하는 위험에 주목하고 그것을 다루어 나가도록 기독교인들을 모아내고 있는, 새로운 복음주의 세대의 학생들과 목사들의 영웅이다. 이 새로운 세대가 바로 ‘창조 세계에 대한 돌봄’(creation care)의 기치를 주류 복음주의권의 주요 문제로 부각시켜냈다. 지난 해 발표된 성명인 ‘복음주의 기후 발의’(the Evangelical Climate Initiative)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우리 복음주의자들은 기후 문제의 진상과 그것을 드러내야 할 인류의 책임에 대해 더 이상 머뭇거림 없이 이 문제에 개입해야 함을 확신하다.”

돕슨과 그의 동료들이 보내온 편지는 사실상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그 원인에 대해 복음주의자들 사이에 실지로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도덕적 문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시직의 사임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진실로 우리 시대의 심각한 도덕적 문제 중 하나인지 아닌지에 대해 실제로 토론을 벌이는 것이 어떤가?

나는 다음의 진술에 주목하고자 하는데, 돕슨은 편지에서 “더욱 중요하게는, 시직을 비롯한 여타 인사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결혼의 고결함, 성 절제와 도덕성에 대한 자녀 교육과 같은 중요한 도덕적 문제들에 대해 기독교인이 주목하지 못하도록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라고 분명히 언급했다. 나 역시 그 세 가지 사안이 우리 시대의 중대한 도덕적 문제들이라고 당연히 믿는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하게 중대한 도덕적 문제인가? 그것이 바로 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오늘 하루 그리고 매일같이 세계적으로 3만 명의 어린이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인해 죽게 된다는 사실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게 커다란 도덕적 문제인가? 하나님의 자녀들인 30억의 친구들이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생계비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어떤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이 나라에서조차 광범위하게 펴져 있는 가난은 도덕적 추문이 아닌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 세대를 휩쓰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인 에이즈와 같은 전염병은 어떠하며, 어마어마한 수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밀거래되고 있는 것은 어떠한가? 다푸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량 학살은 기독교인들이 염려해야 할 도덕적 문제임에 틀림없는가? 또한 이라크와 같은 막대한 재난을 초래하는 전쟁은 어떤가? 그리고 돕슨과 그의 동료들을 매우 흥분시키는 문제가 또 있다. 기후 변화가 실재하며 그것은 인간 활동에 의해 초래되고 있으며 이는 수십만의 죽음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보는 과학적 합의가 옳다면, 그렇다면 그것은 또한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아닌가? 사실상 지구 온난화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인간이 함부로 다루었다는 놀라운 증거일 수 있겠는가?

전미복음주의협회는 이사회 회의의 결론에서 ‘고문 반대 복음주의 선언’(An Envangelical Declaration Torture)이라는 획기적인 문서에 서명했다. 그것은 2003년 채택된 ‘국가의 건강을 위하여’(For the Health of the Nation)란 또 하나의 획기적인 문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문서는 ‘전체 지역 사회를 위한 기독교의 정치 참여 행동 원칙’(principles of Christian political engagement to our entire community for action)을 격찬하고 있다. 이 원칙은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① 우리는 종교적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일한다. ② 우리는 가족의 삶을 배양하고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한다. ③ 우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그 본성을 지키기 위해 일한다. ④ 우리는 가난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을 위한 정의와 온정을 추구한다. ⑤ 우리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한다. ⑥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폭력을 막기 위해 일한다. ⑦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힘써 노력한다.

전미복음주의협회의 공식 언론 문건은 돕슨의 편지를 통해서 해고를 요구받고 있는 시직에 대해 단 한 번 언급한다. “연례 이사회 연회에서 연설을 한 정부 문제 관련 부회장인 리차드 시직은 60년 전 복음주의자들을 각성시킨 복음주의 신학자 칼 F. H. 헨리의 말을 인용했다. ‘오늘날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인류의 울음소리가 수없이 들린다. 인간 조건의 총체성을 외면하는 복음주의는 감히 기독교의 이름으로 반응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칼 헨리를 알았고, <소저너스> 초창기에 그와 수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의 성서 신학과 사회적 양심, 그리고 그가 지닌 정치적 균형 감각은 젊은 세대에게 중대한 도덕적 지침이 되어 주었다. 오늘날 우리는 그의 음성이 그립다. 하지만, 전미복음주의협회 이사회와 그 회장인 리스 앤더슨(Leith Anderson)은 새로운 복음주의 세대가 그와 같은 건강한 신학과 균형 감감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기독교의 도덕적 관심(과 하나님의 관심)은 단 몇 가지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있다.

이제 토론을 제안한다. 아니, ‘토론’이란 어조를 바꿔 ‘대화’를 하자. 하나님의 백성이 펼쳐가야 할 깊고 긴요한 그런 대화로 바꿔가자. 실제로 이것은 이 나라 전체에 걸쳐, 그리고 세계 전체에 걸쳐 복음주의자들(과 가톨릭교도들과 다른 종파의 수많은 기독교인들)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중차대한 대화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제대로 풀어가야 할 우리 시대의 중대한 도덕적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는 제임스 돕슨과 나 사이의 대화를 주최하고자 열망하는 6개 주요 기독 대학으로부터 이미 초청을 받아 놓았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두 사람만의 대화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기독 대학에서 벌어져야 할 대화이며, 모든 교회와 이 나라 전체에 걸쳐 대중적인 토론이 일어나야 할 대화이다. 특별히 또 다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기독교인의 도덕적 의제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나눠보자.

*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의 편집장이다. 
* 번역 / 최봉실


<미주뉴스앤조이>는 <Sojourners>의 허락을 받아
Jim Wallis의 칼럼 원문, 번역문, 해설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양심적인 미국 지성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수준 있는 글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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