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나이스'하게 따지는 법
영어로 '나이스'하게 따지는 법
  • 김은정
  • 승인 2007.05.26 1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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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영어 5

 "Give me number 3." 미국 사신 지 근 10년이 되시는 어떤 집사님이 차를 타고 가다가 맥도날드 Drive-through에서 하신 영어랍니다. 주문하고, 돈 내고, 주문한 3번 햄버거 받고, thank you는 살짝 생략하고, 가던 길로 핸들을 돌리시는 그 집사님은 참 마음이 좋으시고 신앙심이 좋은 분이랍니다.

미국서 사업도 오래 하셨고, 회사에 미국 종업원들도 많고, 영어도 안 막히고, 영어로 대화도 잘하십니다. 근데 'please'가 빠진 그분의 편리한(?) 영어 때문에 알고 보면 참 좋은 그분을 안 좋게 보는 미국 사람이 많겠다는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내가 막말 하니까 상대방도 안 좋게 나올 수밖에요. 내가 먼저 무례하게 "야, 3번 햄버거 줘" 그래 놓고 뻑뻑하게 나오는 상대방한테 "미국 애들은 원래 저렇게…"라면 문제가 있겠지요. 꼭 부탁할 때만이 아니라, 내가 돈을 내더라도, 받는 서비스가 있으면 'please'를 붙이시는 게 '나이스'해 보입니다. "Can I have number 3?" 아니면 "I’ll have number 3, please"라고 하시면 훨씬 좋죠. 아니 왜 내가 내 돈 주고 사는 건데 힘들게 그러냐고요? 말끝 하나 안 붙여서 욕먹을 거 없잖아요.

이민 생활 10년 동안 여기저기서 주워 모아 배운 영어로, 맞든 안 맞든 척척 대화하시는 우리 집사님, 정말 장하십니다. 그분이 그때 그 상황에서 'please'를 못 붙인 건 순전히 습관 때문이거나, 영어에는 나이가 많건 적건 다 'you'라는 식으로 '위아래가 없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영어를 말할 때는 위아래라는 개념보다 수평적으로 '나이스하게' 라는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결혼 초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한국식으로 "자기야, 문 좀 닫아"(Honey, close the door)라고 했더니, 파란 눈의 우리 신랑 눈이 동그래지면서 기분 나빠하는 거예요. 그런 식의 명령조는 죽고 못 사는 부부 사이에도 예의가 아니라는 거죠.

"Can you close the door?"라고 해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문을 닫을 수 있죠. 어디 몰라서 묻습니까? 근데 우리말도 그렇잖아요. "야, 문 좀 닫아" 하고 "문 좀 닫아줄래요?" 하고 그 차이가 크잖아요. 남편은 7살짜리 아들한테도 "Can you close the door, please?"라고 그래요. 자녀의 가정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들하고도 그런 식으로 대화하더라고요.

제 남편은 와이프가 영어를 잘 하니까 당연히 미국적인 상식도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무례함에 놀랐던 거죠. 저도 미국에 살면서 미국인하고 결혼해서 배운 거고, 지금도 배우고 있답니다.

바빠 죽겠는데 오버해서 공손할 것까진 없고요, 그저 '나이스'한 정도는 지키면서 살면 나도 더 대접 받지 않을까요? 이를테면 잔돈을 받고 보니 계산이 안 맞는다고 칩시다. '에이 몇 푼 안 되는데, 영어도 안 되니 말을 말자' 하고 그냥 분한 마음을 갖고 돌아서진 않으세요? 그러지 마세요. 남의 나라 살면서 낼 꺼 다 내고 사는데 왜 내 권리를 포기합니까? 영어 연습도 할 겸 나이스하게 따지세요.

"Excuse me" 아니면 "Can I ask you something?"으로 시작하세요. 그리고는 "저기요, 이게 아닌 것 같은데요"(Excuse me. I don’t think this is right)라고 하세요. 'I don’t think…'는 내가 생각을 안 한다는 뜻이 아니고요, '나'에 부정어를 써서 '나이스'하게 니가 잘못했다는 것을 따지는 거죠.

말을 그렇게 시작하고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지적하는 거예요. "It is on sale, but I was charged wrong"(이거 세일인데 나한테 정가를 받았네요)라고요. 혹은 "You gave me the wrong change"(잔돈을 잘못 줬네요)라면 나이스하죠.

한국말로도 "야, 가서 저 테이블 좀 치워"(Go clean up the table)라며 종업원 부리듯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 "가서 저 테이블 좀 치워줄래요?"(Can you go clean up the table?)라고 하는 게 더 듣기 좋잖아요.

영어도 똑같아요. 영어하실 때 'Can you…' 두 단어만 붙이면 고상하고 '나이스'한 사람이 됩니다. 내가 부리는 나이 어린 미국인 종업원들도 월급 주는 내 앞에서는 아무 말 안 할지 몰라도, 내가 막 하는(?) 영어 땜에 기분 나빠서 뒤에서 욕하는 경우 있을 걸요.

할 말 하고 사세요. 속으로만 끓이고 계시지 말고 내가 꼭 해야 될 말, 하고 싶은 말부터 영어로 배우세요. 다만 처음부터 '나이스'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세요.

Can I have number 3? (3번 주세요.)

Can you close the door? (문 좀 닫아줄래요?)

Can I ask you something?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I don’t think this is right. (이게 아닌 거 같은데요.)

It is on sale, but I was charged wrong. (이거 세일인데 저한테 정가를 받았네요.)

You gave me the wrong change. (잔돈을 잘못 주셨어요.)

Can you go clean up the table? (가서 저 테이블 좀 치워줄래요?)

"이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나요?" 코너로 질문하세요. (english@thekonet.com)

   
 
   
 
* E.J. Brown  / 본명 김은정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기사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코넷>(http://www.thekonet.com)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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