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주자들의 신앙과 가치 검증
미국 대선주자들의 신앙과 가치 검증
  • 박지호
  • 승인 2007.06.0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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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TECOST 2007 둘째 날…에드워드·오바마·힐러리 등 민주당 후보

   
 
  ▲ PENTECOST 2007 둘째 날 열린 토론회. 미국 대선에 뛰어든 민주당 후보들의 신앙과 가치를 검증하는 기회였다. (박지호)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신앙과 가치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펜트코스트 둘째 날인 6월 4일 열린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는 1,000여 명이 참석해 조지워싱턴대학 리즈너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날 포럼은 CN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1시간이 넘게 토론회가 진행되는 동안 청중들은 대선주자들의 입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했다.

<소저너스>가 멍석을 깔고, CNN 앵커인 소울대드 오브라이언이 사회를 맡았다. 짐 월리스를 비롯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빈곤’에 관한 주제로 질문을 던졌다. 대선주자들에게 신앙과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진행을 맡은 오브라이언 앵커가 질문했다. 오브라이언은 난감한 질문들을 거침없이 하는 바람에 대선 후보들은 당황했고 청중들은 즐거웠다. 대선주자들도 뛰어난 언변으로 재치 있게 위기(?)를 극복하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고, 청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에드워드, “가난을 몰아내기 위해 나의 모든 것 쏟겠다”

   
 
  ▲ 존 에드워드 전 의원. (박지호)  
 
짐 월리스는 “현재 미국에는 3,900만의 빈곤층이 있다. 우리는 10년 안에 반으로 줄이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계획은 무엇인가”라며 존 에드워드 전 의원에게 물었다. 에드워드 전 의원은 “가난이라는 이슈는 내 자신의 한 부분이다. 빈곤을 없애는 것을 내 삶의 중요한 미션으로 여기고 있다. 나는 30년 안에 빈곤에 대한 문제를 완전히 해소해버릴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서 ‘가난’을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전 의원은 다소 까다로운 질문도 여유 있게 받아냈다. 오브라이언이 “기도할 때 하나님의 목소리와 자신의 목소리를 어떻게 구분하는가”라고 묻자, 그는 “하나님의 목소리와 나의 생각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와 그 뜻을 순종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하며, “기도는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삶의 원동력”이라며, “아들을 잃어버렸을 때도, 아내가 암에 걸렸을 때도 기도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견뎠다”고 대답했다.

진화론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진화론을 믿는다. 하지만 진화론을 믿는다고 해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며 “진화론의 한걸음 한걸음마다 하나님이 개입하셨기 때문에 둘 다 믿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들의 결혼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위치에서 내리는 판단은 달라야 한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지은 죄 중에 제일 큰 죄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에드워드 전 의원은 “매일매일 죄를 짓는다. (죄의) 리스트가 너무 길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로마서 3장 23절을 인용하며 “우리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바마, “하나님이 내 편인가, 내가 하나님 편인가”

   
 
  ▲ 바락 오바마 의원. (박지호)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아가며 시카고 흑인 공동체에서 빈민 운동에 참여했던 오바마 의원에게 짐 월리스는 “빈곤에 대한 문제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했다.

오바마 의원은 “미국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가난은 개인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가난에 대한 책임은 사회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의 사고를 버리고 ‘그리고’라는 개념을 가지고, 가난을 우리 모두의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테러리즘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하나님이 어느 쪽 편을 든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는 “하나님이 우리의 편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가 하나님 편인가를 물어야 한다”는 아브라함 링컨이 말을 언급하며, “우리가 정의와 자유를 위해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부시가 ‘선(good) vs 악(evil)’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해서는 “세상엔 분명히 악이 존재한다. 비행기를 납치해서 빌딩에 부딪혀 수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명백한 악이다. 악의 세력이 사람들을 위협할 때는 전쟁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노예해방을 위한 남북전쟁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정당한 명분을 갖고 움직인다 하더라도 모든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늘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우회적으로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다.

힐러리, “ 신앙의 힘으로 클린턴의 외도 이겨냈다”

   
 
  ▲ 힐러리 클린턴 의원. (박지호)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힐러리 의원을 맞은 첫 질문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것이었다. 2002년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에 대해서 도덕적 책임을 느끼는가라는 물음에 힐러리는 “모든 표결에는 도덕적인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내가 가진 정보를 근거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답하며, “지금 우리가 아는 만큼의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리고 전쟁으로 생긴 힘을 부시가 맘대로 이용할 줄 알았다면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외도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신앙이 어떤 도움을 주었나”라는 물음에는 “만약 나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그 시기를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신앙의 힘으로 역경 속에서 굳건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믿음은 세상이 뭐라고 말하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힘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앙은 개인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믿음을 공적인 자리에서 과시하는 사람들의 동기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의 신앙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의식했다.

패널로 참여한 수잔 존슨 쿡 목사가 “낙태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힐러리는 “낙태를 찬성하는 쪽(pro-choice)과 낙태를 반대하는 쪽(pro-life)이 너무 오랜 시간 깊이 갈라져 있기 때문에 서로 좋은 대안을 모색해보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또 교육에 대해서 강조하며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미디어를 사용해서 교육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혼자서 도덕적인 책임이 무엇인지 찾도록 내버려두었다”며 교육 정책의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1,000명이 넘는 청중들이 대선주자들의 입에 눈과 귀를 모았으며, CNN이 생중계했다. (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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