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이라크 전쟁 종식을 위해 행동에 나서다
[번역] 이라크 전쟁 종식을 위해 행동에 나서다
  • 최봉실
  • 승인 2007.06.07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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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워싱턴 DC에 위치한 국립성당에서 ‘3·16 기독인 평화 증거 대회’(the March 16 Christian Peace Witness)가 열렸다. 이 글은 이 대회 예배에서 연설한 짐 월리스의 발표문을 정리한 것이다 - 편집자 주.

4년 전에 저의 아들 잭이 태어났습니다.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끔찍한 전쟁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를 늘 인식합니다. 이처럼 이라크 전쟁은 저에게 있어 극히 개인적인 의미를 지닌 사건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에게 있어서도 이라크 전쟁은 각자에게 무척 개인적인 사건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여러분이 와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귀중한 생명의 보배를 잃은 3,200명 이상의 미군의 가족과 그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전쟁은 참으로 개인적인 일입니다. 매일같이 라디오와 TV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그들은 너무 젊은 나이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결코 죽지 않아도 되는 죽음을 어이없이 겪고 있습니다. 제 아들을 바라볼 때마다, 아들의 생일을 축하할 때마다, 저는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다시는 자신의 자녀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 없게 된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지를 잃고 정신적·정서적 상처를 입고, 이제는 무관심 속에 버려지고 내팽개쳐진 수만 명의 군인들에게도 이 전쟁은 그들의 개인적인 인생을 짓밟은 일입니다.

수십만이나 되는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모든 이라크인에게 있어서도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죽은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시체실에서 줄을 기다리면서도 제발 자신의 사랑하는 이가 발견되지 않기를 바라는 그 처절한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오직 상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제 아들을 볼 때마다 다시는 생일을 기념하지 못할 모든 이라크 어린이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단지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수백만인 우리들 모두가 극히 개인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 모인 우리 모두에게 있어 이라크 전쟁은 사실 개인적인 것 이상의 문제입니다. 바로 믿음의 문제인 것입니다.

기독교의 정신과 가르침에 대한 깊은 확신으로, 이라크 전쟁은 의도는 좋았는데 실수를 한 것이 아니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전쟁은 애초부터 도덕적으로 부정한 것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나 성 어거스틴의 ‘정의로운 전쟁’의 기준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전쟁은 국제사회의 검증과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으며, 처음부터 그러했습니다. 이 전쟁은 마지막 남은 생명을 모조리 바치는 젊은 미국인들에 대한 범죄행위이며, 끔찍한 대가를 지불한 이라크인에 대한 범죄행위입니다. 그리고 자원과 우선순위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한 피해의 대가를 고스란히 입게 된 미국 빈민들과 전 세계 빈민들에 대해서도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뿐만 아니라 바로 하나님에 대한 공격이며 범죄행위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모였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이라크에서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려 합니다. 분노가 솟구치지만 분노 가운데 행하지 않으려 합니다.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단지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 하지 않겠습니다. 무엇보다 믿음으로 행하려 합니다. 우리는 믿음의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예배와 행진은 또 하나의 정치적 항의일 뿐만 아니라, 믿음의 행위이며 기도의 행위이며, 비폭력으로 증거하는 행위입니다. 정치가 우리를 이 전쟁으로 이끌었기에 정치가 우리를 구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지만, 그러한 반대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적 제안들은 제출되는 족족 거부당하고 말았습니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하리라 믿습니다.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합니다. 신앙의 공동체가 조직적으로 움직일 때만이 정치적 기후와 바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사랑의 혁명이 일어나야 합니다. 이 끝 모를 전쟁은 궁극적으로 두려움에 근거한 것으로, 예수는 온전한 사랑만이 두려움을 내쫓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믿음의 사람들인 우리는, 예수를 따르는 우리는 이 나라의 양심을 마비시키고 우리를 합당하지 못한 백성이 되도록 만들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침해하는 것을 묵묵히 참고 관용하도록 하며, 폭력과 반폭력의 끝없는 쳇바퀴를 돌게 만드는 그 깊은 두려움을 사탄으로 규정하고 몰아내야만 한다는 것을, 이 두려움은 쫓겨나야만 한다는 것을 말해야 합니다.

그러한 두려움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신앙과 기도와 사랑과 소망 안에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전쟁을 지속시키고 있는 두려움들을 치유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호전적인 태도로 행진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심지어 이 전쟁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그런 지도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행진하는 것도 아닙니다. 당파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간의 고난을 이용하고자 행진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밤 우리가 백악관을 향해 행진하는 것은 믿음의 행위로써, 오직 믿음만이 지금의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음을 믿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전쟁은 종종 우리가 믿는 신앙의 이름과 상징으로 은폐되어왔고, 미국의 제국적 야망을 하나님의 목적과 혼동시켰으며, 미국인의 잘못된 행위 및 의제를 기독교 신앙과 동일시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불신하게 만드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전 세계의 수백만 사람들은 슬프게도 이것이 ‘기독교인의 전쟁’이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믿음의 사람들인 우리가 오늘 밤 전 세계의 우리의 형제자매들에게 할 수 있는 한 분명히 전합시다. 미국은 지구의 희망이 아니며 세상의 빛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빛과 희망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따르는 것은 그의 길이지 이 전쟁을 범한 각국의 지도자들의 잘못된 길이 아닙니다. 복음주의 기독교도인 나는 이라크 전쟁이 그리스도의 대의를 가로막아왔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는 이 전쟁에 대해 회개해야 합니다!

따라서 오늘 밤 우리는 행진합니다. 믿음이 두려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믿으며, 소망이 미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믿으며, 온전한 사랑만이 미움과 두려움을 모두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을 믿으며, 그리고 그리스도의 평화가 전쟁의 길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믿으면서 말입니다.

여전히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으면서도 전쟁에 지쳐있는 이 나라를 향해 외칩시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그대와 함께 있도다!” 마틴 루터 킹이 40년 전 이 봄날에 오늘 밤과 같이 거대한 군중이 운집한 경배의 장소에서 우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위한 오래고 쓰라린, 아름다운 투쟁에 우리 자신을 다시 헌신’합시다.

그런 다음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대중의 지지를 홍수와 같이 일으켜 좀처럼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맹목적이고 완고한 백악관과 지나치게 신중하여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의회를 강력히 압박하여 기필코 전쟁 종식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합시다.

이 모든 것이 기도의 힘으로 압도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 안에서 우리의 기도를 통해 여전히 기적을 행하실 수 있다는 것을 믿읍시다. 행동하는 기도가 절망의 계곡을 희망의 산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믿읍시다.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이미 역사하셨고, 우리를 통해 다시 행하실 하나님임을 우리는 믿습니다. 이 성당을 출발하기 시작하면 겸허히 하나님의 평화의 도구가 되고 하나님나라의 지상 대리인이 되기를 희망합시다.

때때로 평화의 빛은 미국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시 촛불을 밝히고 그 평화의 빛을 백악관으로 가져갑시다. 오늘밤, 이라크 전쟁의 종식을 위해 믿음으로 행동에 나섭시다.

*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의 편집장이다. 
* 번역 / 최봉실


<미주뉴스앤조이>는 <Sojourners>의 허락을 받아
Jim Wallis의 칼럼 원문, 번역문, 해설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양심적인 미국 지성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수준 있는 글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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