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라는 큰 산, '믿음'과 '행동'으로 옮기자
'가난'이라는 큰 산, '믿음'과 '행동'으로 옮기자
  • 박지호
  • 승인 2007.06.08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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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코스트2007, 분명한 목적과 탄탄한 콘텐츠가 성공의 열쇠

   
 
  ▲ '펜트코스트 2007' 셋째 날 오후 참가자들은 'Vote Out Poverty'(투표로 가난을 몰아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박지호)  
 
   
 
  ▲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도 마음으로 이들의 대열에 동참했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환호했고,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경적을 울려 지지를 표했다. (박지호)  
 
"Vote Out Poverty" (투표로 가난을 몰아내자)
"Poverty is not a family value" (가난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Make poverty history" (가난을 역사책 속으로)

‘펜트코스트 2007’ 셋째 날 오후 참가자들은 ‘비전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가난’에 대해서 2,000번이 넘게 언급하고 있는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반응이자, “가장 작은 자를 섬기라”고 말한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한 작은 실천이다. 이라크 전쟁에 수천억 불에 달하는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단 2불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버티는 극빈층이 미국에서만 3,700만에 이르고, 가장 부유한 나라에 살면서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어린이의 숫자가 600만이 넘는 미국의 현실도 이들의 외침에 힘을 실어주었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들도 마음으로 이들의 대열에 동참했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창문을 열고 환호했고, 차를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경적을 울려 지지를 표했다. 행진은 의회 근처 Senate park까지 계속됐다. 참가자들은 의회를 방문해 자신의 지역 정치인들과 만나 준비했던 자료를 보여주며 ‘가난한 자’들을 위해 제도적 지원에 힘써달라고 요구했다.

펜트코스트 2007이 추구하는 주제는 단순하고 분명했다.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프로그램은 ‘가난’이라는 이슈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짐 월리스는 그런 관점에서 기독교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을 끌어 모았다. 그는 ‘가난’이라는 주제가 현 시대에서 구현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사회 정의’(social justice)의 한 측면임을 주장했다. 짐 월리스는 하나님은 인격적인(personal) 분이지만, 개인에게 국한되는(private) 분이 아님을 거듭 강조하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천들이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부시 행정부의 서열 3위이자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하원의장에게 주어지는 의장봉을 받아 들었을 때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해서 받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가난한 어린이가 살아가기엔 아직 너무 힘든 세상"이라고 말했다. (박지호)  
 
짐 월리스는 무엇보다 ‘불가능에 맞서라’(Against Impossible Odds)고 말했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되 냉소주의나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했다. 겨자씨만 한 믿음으로도 산을 옮길 수 있다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거대한 산을 옮겼던 인물들을 예로 들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인종차별이란 거대한 산을 믿음으로 옮겨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투투 주교도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인종분리정책 철폐를 이루어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다양한 정치인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큰 성과였다. 힐러리 클린턴·바락 오바마·존 에드워드와 같은 대선주자들을 비롯해 부시 행정부의 서열 3위인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 데비 스테이브나우 상원의원 등도 초청해 그들이 ‘빈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도록 만들었다. 짐 월리스가 이런 정치인들을 불러내 토론장에 세울 정도의 무시하지 못할 정치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줄서지 않고서도, ‘가난’이라는 자신의 의제에 정치인들이 따라오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 '빈곤에 대해 지역 교회와 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로 토론을 벌인 심플웨이의 쉐인 클레어본. 이날 젊은 참여자들은 쉐인의 강의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박지호)  
 
컨퍼런스에 참여한 강사들도 사회적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생각과 경험들을 나눴다.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 있다’는 점들을 보여주어 참가자들이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 ‘가난’이라는 이슈를 어떻게 지역 교회와 사회,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가난한 자’들을 위해 애쓰도록 만들었다. 특정인이나 일부 단체들의 운동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교회와 단체와 지역사회에서 이런 운동들을 펼쳐갈 수 있도록 격려했다. 모세라는 대학생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번 대회 덕분에 머릿속이 바빠졌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했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20~30대의 젊은층과 40~60대까지의 중장년층이 절반씩 자리를 차지했다. 대회 전반적으로 젊은층을 견인해가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엿보였다. 이들을 ‘차세대 리더 그룹’(Emerging Leader Group)으로 묶어 참가비를 면제해 주거나 숙소를 지원해 주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셋째 날 저녁에는 대회에 참석한 차세대 리더 그룹들과 짐 월리스·쉐인 클레어본·크리스타 마조네가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하는 시간을 별도로 가지기도 했다. 대회 진행의 총책임을 맡은 <소저너스>의 필모어 씨는 “회를 거듭할수록 젊은이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 참여자들은 강의가 끝난 뒤에도 강사들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하며 고민의 폭을 넓혀갔다. (박지호)  
 
펜트코스트 2007은 각 세션마다 크게 강의, 질의응답, 워크숍 단계로 진행됐다. 다양한 의견과 경험을 들을 수 있도록 여러 명의 강사를 섭외했고,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그룹별로 나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또 세대별로 그룹을 편성해 활발한 참여를 유도했다. 집회 둘째 날에는 윌로우크릭교회의 린 하이벨스 사모, 시더리지교회의 브라이언 맥라렌 목사, 심플웨이의 쉐인 클레어본 등이 참여해 ‘빈곤에 대해 지역 교회와 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 날에는 ‘비전에서 행동으로’, ‘크리스천들을 위한 정치적 행동주의’, ‘지극히 작은 자들과 큰 꿈꾸기’, ‘교회에서 변혁 사역을 세워가려면’ 등 15개의 영역으로 나눠 워크숍을 가졌다. 워크숍에서는 강사들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서 실제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 <소저너스>가 주관하고 30여 개 단체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했다. 단체에 대한 소개와 사역의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 (박지호)  
 
폐회 예배 때는 'The pentecost 2007 Award' 시상식도 있었다. ‘가난’과 ‘불의’에 저항하며 예언자적 목소리를 발하는 사람에게 주는 아모스 상은 불우한 환경을 딛고 탁월한 변혁 운동을 펼쳐 온 로멀 튠 목사가 받았고, 자신의 위치에서 가난한 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요셉 상은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의 대표로 있는 게리 허겐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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