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쫓겨난 '진짜 리더' 하나님
교회에서 쫓겨난 '진짜 리더' 하나님
  • 김명곤
  • 승인 2007.06.22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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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목사의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리더십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소리를 들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부장적 또는 제왕적 리더십만을 경험해 오던 터에 어느 날 갑자기 '원탁회의'를 특징으로 하는 리더십에 직면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스스로를 '국민의 충복'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조차도 실상 충복이라기보다는 군림하는 제왕의 자세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수평적 리더십'을 내세워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위장이며 위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기실 우리 사회의 리더십의 위기는 리더십에 대한 몰이해와 오용 때문일 터이다.

교회는 어떤가. 세상 것을 다 버리고 '주의 종'이 되겠다며 광야로 나선 목회자들조차도 세속적 리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의 종이 되기보다는 주를 리드하는 리더가 되어 있고, 섬기는 자의 삶을 살기보다는 군림하는 자의 삶을 사는 목회자들이 허다한 현실이다. 세상에서 버린 것보다 더 큰 것을 교회 안에서 더욱 알차게 거머쥔 꼴이 된 것이다.

이 같은 교회 현실에 더 이상 하나님이 설 자리는 없다. 성령님이 일할 자리도 없고, 예수의 십자가는 패배자의 천박한 넋두리가 되어 버렸다. 성령님의 역사, 예수님의 십자가라는 '말'이 예배실 공간과 사람의 마음속을 가득 채운다 할지라도, 그곳에는 이미 인간의 리더십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고도 한국 교회는 이것을 '영적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세속적 리더십 차용, 전혀 영적이지 않은 '영적 리더들'

   
 
  ▲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 (오세용 목사 저 / 드림북)  
 
오세용 목사의 책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리더' 하나님이 '가짜 리더' 인간에게 밀려난 시대를 통탄해 마지않는다.

한국 교회 현실을 냉철히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교회의 리더들이 교회 안에서 '영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전혀 영적이지 않아 '영적 리더십'은 교회 안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자가당착적 현실에 메스를 들이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재 영적 리더십 이론의 대가들의 상당수는 애당초 세속적 리더십 이론을 거의 그대로 또는 상당 부분 차용하여 영적 리더십으로 슬쩍 둔갑시킨 주범들이다. 교회의 지도자들은 주님의 교회를 세운다는 미명하에 이를 거침없이 용납하였다. 이 때문에 유명 교회의 대부분은 거짓 영적 리더십을 기초로 '모래 위에 성 쌓기'식 성공을 거두었으리라는 혐의를 벗을 수 없게 된다.

한국 교회 안의 수많은 분쟁과 쇠락한 영성은 기실 이 세속적 리더십 때문에 생긴 필연적 결과라는 것이 이 책의 분석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현재 한국 교회의 시스템뿐 아니라 신앙적 흐름에 대한 하나의 '반항'이라 할 수 있다.

대형교회의 리더들도 실상은 교인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휘 감독하는 CEO형 리더에 불과하고, 특히 요즘 잘 나간다는 대형교회 목회자들 가운데에서도 "다른 사람이 양을 돌보는 것을 보는" '목장 경영자' 정도의 리더일지언정 '섬기는 종'으로서의 성경적 리더는 아니라는 분석에 이르러서는 무서울 정도다.

한국과 미국에서 오랫동안 법학과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를 했던 저자는, 우리 시대의 리더십 대가라는 인물들의 주장에 대해 전체적 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세세하고 날카롭게 실증적 분석을 가한다. 그래서 설득력 있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문제제기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어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부분들도 저자의 재치 넘친 논증력으로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특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리더십 대가라는 사람들의 역사적 사실 왜곡이나 통계치의 오용,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 구성, 심지어는 해괴한 어법 등까지 종횡무진 메스를 가해 리더십 이론 자체는 물론 리더십을 주장하는 리더들의 '허위'를 벗겨낸 것은 압권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우리의 소망을 하나님께로"

오 목사는 <사람에게 영적 리더십은 없다>를 통해 거짓 '영적 리더십'이 횡행하고 있는 한국 교회 현실에 절절이 낙심을 토로한다. 그러나 절망을 말하려 하는 게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절망의 나락으로부터 희망을 말하려는 열망을 깊게 깔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런 방법도 희망도 없는 것일까? 아니다. 소망은 있다. 이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에게 거는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의 소망을 '리더'에게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두어야 한다. 그것만이 리더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리더의 성품과 능력, 해결책 안 된다' 중)

이 책은 애초에 '부패하고 죄악된 존재'로서의 인간에게 '영적 리더십'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인간이 빼앗은 리더십을 하나님께 돌려주자는 것이다.

상당수의 한국 교회 목회자가 저마다 아성을 쌓고 봉건 영주 같은 존재로, 제왕 같은 존재로 '힘의 행사'에 함몰되어 있는 요즘, 특히 '영적 리더십'으로 고민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명곤 /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발간하는 <코리아위클리> 대표이며, 미국의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중량감 있는 글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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