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약속을 이번 주로 착각했네요'를 영어로?
'어머, 약속을 이번 주로 착각했네요'를 영어로?
  • 김은정
  • 승인 2007.06.24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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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영어 7

'어머, 약속이 다음 주인 줄 모르고, 이번 주로 착각했네요'는 영어로 어떻게? 막상 영어로 해볼라치면 막막하시죠? 이번엔 약속과 관련된 말들을 배워볼까요?

‘약속’, ‘다음 주’, ‘이번 주’, ‘착각’ 같은 한국말들을 일일이 영어로 바꿔보려고 머리를 굴리지 마세요. 그런 한국식 영어 공부 방식이 우리 앞길을 가로 막는다는 거 아닙니까. 문장으로 단어를 익히세요. 문장하고 따로 노는 단어들, 우리의 앞길만 어지럽힙니다. 

영어를 잘해서 여러 말 길게 설명하면 좋겠지만 일단 '어머, 약속이 다음 주인 줄 모르고, 이번 주로 착각했네요'는 가장 간단한 영어로 'I got the dates mixed up'입니다. ‘date’는 날짜고  ‘mixed up’은 ‘헷갈렸다’, ‘짬뽕됐다’는 뜻이죠.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했던 것처럼 영어 문장을 분석하려 들지 마세요. 열심히 줄치면서 단어도 외우고 문법도 외웠지만 영어로 말이 되던가요. 절대 안 되죠? 가장 간단하게 나의 ‘한국적인(?)’ 의도를 전하는 영어, ‘아들이 엄마식' 미국 영어입니다.

어머, 약속이 다음 주인 줄 모르고 이번 주로 착각했네요. (I got the dates mixed up.)

나 그때 시간 돼요. (I’m available at that time.)

나 그때 딴 일이 있어서 안돼요. (I’m not available at that time.)

바빠서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겠다. (I’m spread thin.)

약속 시간을 정하고 싶은데요. (I’d like to make an appointment.)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Something came up,)

못나가겠어요. (I can’t make it.)

‘나 그때 시간 돼요’는 ‘I’m available at that time'입니다. ‘available’이라는 단어는 나 사귀는 사람 없다. 싱글이다. 뭐 그런 뜻으로도 쓰이니까 조심해서 쓰세요. 반대로 ‘나 그때 약속 있어서 안돼요’는 거기다 ‘not’만 붙여서 ‘I’m not available at that time’이죠 뭐. 영어를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아는 문장, 아는 단어를 최대한 이용하셔서 상대방하고 의사소통만 되면 최고 아닙니까?

다만 첨부터 제대로 말이 되는 말을 배우셔야죠. ‘엉터리 영어, 무식한(?) 영어’ 통한다고 자꾸 그대로 쓰시면 영 못 고칩니다. 미국에 오래 살았다고 그냥 영어 다 되는 거 절대 아니라는 거 다들 아시죠? 

‘바빠서 미치겠어.’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겠다.’ 그런 말 많이 하시죠? ‘I’m busy’가지고는 전달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마치 ‘큰 빵조각에 눈곱만큼 있는 쨈을 겨우겨우 펴 바르듯 나는 바쁘다’가 ‘I’m spread thin’입니다. 내가 한 숟갈의 쨈이고 빵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내가 가진 시간과 능력에 비해 발라줘야 할 빵의 면적이 크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몸이 두개라도 모자라겠다’라는 뜻의 영어입니다. 그 말들을 영어로 만들어 보려고 ‘eye’, ‘nose’같은 영어 단어들을 생각하는 게 우리의 습관인 거죠. ‘spread’는 ‘펴 바르다’고, ‘thin’은 다들 아시듯이 ‘마른’이라는 뜻이지만 ‘얇은’이라는 뜻도 되는 겁니다.

‘약속 시간을 정하고 싶은데요’는 ‘I’d like to make an appointment.’ 어디서든 ‘나이스’하게 부탁의 말을 할 때 ‘I’d like to…’를 쓰시면 됩니다. '약속을 했는데 못나가게 됐다.' 이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실래요? 의사하고의 진료 약속이건 선생님하고의 면담이건 아무튼 못 나간다고 이야기하긴 해야 되는데 자세한 얘긴 영어로 다 못 하겠고….

자세히 얘기하실 필요도 없고요. 그럴 때 한국말로 머라 하세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못나겠어요.' 그러잖아요. 우리말로는 그게 한 문장으로 되지만 영어로는 자르세요.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영어로 'Something came up'이고요. 굳이 ‘갑자기’라는 뜻의 ‘suddenly’를 안 써도 ‘up’이라는 부사에 갑자기 무언가가 ‘퍽’ 올라온 느낌이 있어서 충분합니다. ‘I can’t make it’에서  ‘make’는 ‘만들다’라는 뜻 말고도 훨씬 많이 쓰이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약속에 못 나간다는 뜻이죠.

이제 아시겠죠? 영어 문장을 단어 따로 분석하지 마시고 문장으로 익히세요. 쓸데없는 말들, 내가 절대 쓸 일 없는 교과서 같은 말들 배우지 마시고 내가 한국말로도 쓰는 말들을 영어로 배우세요.

제가 벌써 50문장 가까이 가르쳐 드렸습니다. 시험 한 번 볼까요? 다음 주 칼럼에서 복습 한 번 하겠습니다. 일주일에 7문장 이상 안 가르쳐 드립니다. 하루에 한 문장만 배우시고 써먹는 게 중요하니까요. 질문 받습니다. 영어로 하고 싶은 말 물어보세요. english@thekonet.com 입니다.  

   
 
   
 
* E.J. Brown  / 본명 김은정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굿바이 영어 울렁증' 저자.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기사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코넷>(http://www.thekonet.com)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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