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쇠퇴의 한국 교회사가 남긴 교훈
성장과 쇠퇴의 한국 교회사가 남긴 교훈
  • 박지호
  • 승인 2007.06.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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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 교수, '영적대각성연합집회'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 회복 강조

   
 
  ▲ 집회 첫날인 6월 24일 저녁 집회에서 박용규 교수는 "진정한 부흥의 역사는 외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성품과 인격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30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2007년 한국 교회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코 ‘부흥’일게다. 100년 전 평양대부흥이 재현되길 갈망하며 여기저기서 부흥을 위해 ‘회개’와 ‘각성’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회개하고 각성할 것이냐는 물음에는 대답이 궁색하다. 미련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회개했던 100년 전 부흥 운동의 주역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뉴욕에서 열린 영적대각성연합집회 강사로 나선 박용규 교수와 한국 교회의 성장과 쇠퇴의 굴곡을 되짚으며, 오늘날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가 ‘무엇’을 회개해야 하고, 무엇을 위한 ‘부흥’을 외쳐야 할 것인지 살펴봤다.

6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열린 이번 '영적대각성연합집회'는 리틀넥에 있는 아르메니안 소사이어티에서 열렸다. 첫째 날과 둘째 날 저녁에는 평신도를 대상으로 평양대부흥운동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통해 진정한 부흥이란 무엇이며 그 부흥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돌아봤다.

첫날 저녁 집회에서 박 교수는 "성품의 변화 없는 부흥은 가짜"라며, "진정한 성령의 역사는 외형적인 성장이 아니라 성품의 변화"임을 강조했다. 둘째 날 오전에는 “한국 교회 성장과 쇠퇴의 한국 교회사적 평가”라는 제목으로 목회자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아래 내용은 박 교수가 세미나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박 교수는 이날 한국 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모든 지역 교회가 보편적 교회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한국 교회가 프로그램 중심에서 벗어나 말씀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 전도와 사회 선교를 균형 있게 펼쳤던 초기 한국 교회 선교사들을 예로 들어 교회의 사회적인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회의 무분별한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그는 또 한국 교회에 만연한 개교회주의를 강하게 질타하며, 개교회가 보편적 교회의 일원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교회의 연합이라는 부흥의 열매가 맺히길 소망했다.

박 교수는 한국 교회가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말씀 중심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은 목회자들이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라며, 교회들이 대형교회들의 프로그램을 쫒아가려고 애쓰기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치고 실천하도록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교회의 사회적·민족적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민 교회를 향해 “마치 교인 유치 경쟁을 벌이는 신도시에 있는 교회를 보는 것 같다”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교회의 사회적인 책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알렌 선교사가 왕실의 마음과 민중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던 것은 서울 인구의 15분의 2에 해당하는 수많은 환자를 섬겼던 그의 활발한 사회적인 역할 덕분”이었다며, “기독교의 균형 잡힌 선교 사역이 당시 시대적으로 종교적 공백기에 있었던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후 기독교는 직접 선교와 간접 선교의 균형을 잃고, 복음 전도에만 집중하는 불균형을 드러냈다. 기독교의 이런 불균형이 “기독교가 내세적인 신앙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낳았고, 근본주의 신앙이 자리 잡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고 박 교수는 지적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1940~50년대 이승만 정권을 예로 들면서 한국 교회의 무분별한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당시 장로였던 이승만 대통령이 교계 지도자들을 정치판으로 대거 끌어들였고, 이로 인해 교회가 사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을 상실해버렸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군부 독재 정권을 지지하고 그들의 폭압 통치에는 침묵했던 한국 교회의 과거가 오늘날 한국 교회의 쇠퇴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정권에 영합하지 않고 곧은 소리를 냈던 “가톨릭의 김수환 추기경으로 인해 천주교는 사회 정의(social justice)에 관심이 많은 종교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당시 10~20대였던 잠재적 교인들이 훗날 천주교로 대거 이동하게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일부 교회의 세습 문제도 한국 교회의 쇠퇴를 가져 온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세습한 교회보다 세습을 준비하는 교회가 더 많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교회가 세습하는 일은 자제하고 절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사랑의교회를 예로 들었다. 사랑의교회 리더십 교체 과정을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일을 언급하면서 “아들도 없는 목사가 후임 목사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일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앞을 다투어 보도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지극히 상식적인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특별해 보이는 것”이라고 신문 기자들이 말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개교회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개교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각 교회가 우주적인(보편적) 교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별히 교회에서 나눠주는 전도지를 예로 들었다. 어느 교회 전도지에서 “○○교회는 다릅니다”라는 문구를 봤는데, 이는 “우리 교회가 최고라는 말이며, 기존 신자를 타겟으로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교인 유치 경쟁에 빠진 교회들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교회가 성장하려면 ‘교회 자랑’ ‘목사 자랑’을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교회가 있다”면서 “‘목사 자랑’, ‘교회 자랑’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교회만 최고라는 인식은 우주적인 교회에 대한 인식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우려하며,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각 교회가 우주적인 교회에 일원이라는 의식을 교인들에게 심어줄 것”을 요청했다.

[행사 후기] 너무 평범해서 특별했던 집회
 

   
 
  ▲ 둘째 날 세미나 이후 기도회를 인도했던 박용규 교수는 참석한 목회자들을 향해 서로의 교회를 위해 기도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목회자들은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상대방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한 일이 오히려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뉴욕에서 열린 ‘1907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영적대각성연합집회’도 지극히 평범한(?) 집회였지만 그렇기에 특별한 집회로 주목받았다.

교단도, 교파도, 지역도 다른 54개 교회와 단체가 함께 준비한 이번 집회는 애초부터 특정인이나 특정 교회가 부각되지 않도록 조심했다. 일부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집회를 위해 수고하긴 했지만 한사코 자신을 알리길 원치 않았다. 좋은 기사를 쓰면서 익명으로 써야하는 흔치 않은 경우다. 세를 과시하는 이벤트성 행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광고도 자제했다. 좋은 것은 나눠야겠다는 생각에 몇몇 평신도들이 자체적으로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을 뿐이다. 

집회를 위해 모여서 함께 기도하기는 했지만 별도의 조직이나 기구를 만들지 않았다. 또 하나의 정치 세력화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슨무슨 조직위원’이니 하는 집회와 무관한 타이틀 하나 얻어 자신과 교회를 드러내려는 유치한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집회의 순서도 간단하다. 개회·찬양·말씀·기도회가 순서의 전부다. 말씀 중심의 집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수많은 순서를 만들어 목사들이 돌아가면서 강단에 서는 일도 없었다.

축복 받으려면 돈 내라는 식의 강요도 없었다. 아예 헌금 순서를 넣지도 않았다. 각자가 섬기는 교회에 헌금하도록 했다. 후원금은 이번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54개의 교회와 단체들과는 무관한 평신도들이 마련했다. 교회의 이름으로는 일체의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 행사 순서지 뒷면에는 “받은 성령의 은혜대로 각 교회를 섬기시기 바란다.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는 분들은 가까운 교회에 문의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넣었다. 
 
박 교수는 둘째 날 세미나 이후 기도회를 인도하면서 참석한 목회자들을 향해 서로의 교회를 위해 기도할 것을 제안했다. 참석한 목회자들은 두서너씩 짝을 지어 서로의 기도 제목을 나누고 상대방 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박 교수는 한국 교회 초기에 장로교와 감리교가 협력해서 선교 사역을 감당했던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번 모임을 시작으로 연합운동을 이루는 기초가 되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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