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꼬마 선교사님들
웰컴, 꼬마 선교사님들
  • 양국주
  • 승인 2007.06.2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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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주의 세상 이야기

하버드대학의 에드윈 라이샤워 교수(1910-1990)는 일찍이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평양에서 공부하였다. 당시에는 평양을 중심으로 기독교가 급성장했던 터라 선교사들의 사역이 주로 이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선교사 자녀 학교가 평양에 있었던 탓이다. 1960년대 주일대사를 수년간 역임하고 미국에서 '동아시아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한 근저에는 그의 성장 배경과 결코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웨스트버지니아 산골 마을 출신인 펄벅이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자란 인연으로 위대한 '대지'가 탄생되었다. 펄벅을 통해 중국 인민뿐 아니라 세계인이 그녀의 풍성한 문화적 결실을 나누어 갖게 되었다.

외국인들이 선교사로 나가면 그 지역에는 반드시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학교가 세워진다. 라이샤워도 그러한 성장 배경이 있기에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학문적 성과와 이해가 깊었고, 심지어는 장보고에 대한 그의 평가는 놀라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벽안의 두 선교사가 미국으로부터 제물포항에 첫발을 내디딘 1885년 4월로 한국의 개화는 시작되었다. 언더우드를 중심으로 했던 미국인 선교사들은 우리에게 문명한 세상을 보여 주었다.

사람은 태어난 자연과 역사라는 환경과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자연히 미국적 사고를 하게 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이번 수요일(27일) 전 세계 오지로부터 100여 명의 한국인 선교사 자녀들이 워싱턴을 찾았다. 선교사로 헌신한 부모들을 따라 오지에서의 생활, 척박한 환경에서 선택이 아닌 운명적 삶으로 살아가야 하는 꼬마 선교사들인 셈이다. 전문직 외교관들보다 유창한 현지 언어가 가능하고 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도 뛰어나다. 국가적으로 비용을 들여 인재를 키우려 해도 이보다 나을 수는 없다.

지금 전 세계에는 17,000명에 가까운 한인 선교사들이 있다. 한 가정 당 평균 두 명의 자녀를 셈해도 우리는 엄청난 지구촌 시민 사회의 리더들을 길러낸 셈이다. 겉으로야 기독교라는 간판을 걸었지만, 그들은 기독교라는 지평을 넘어 세계를 바라보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홍보대사요 제2, 제3의 반기문이다.

한인 선교사 자녀들을 차세대 리더로 키우고 글로벌 시대의 개척자로 이들을 꿈꾸는 것은 결국 사람을 키워야 하는 이유도 된다. 종교와 지역을 넘어 또 다른 세기를 이어주는 역사의 벤처 산업이다.

선교사 자녀 컨퍼런스가 끝난 후 이들에게 며칠 동안의 잠자리와 한인 2세들과의 형제애를 맺게 해주려고 지난 3주 동안 워싱턴 지역의 여러 교회들을 통해 광고를 해왔다. 불행스러운 것은 이들 꼬마 선교사들을 반기려는 가정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말로써 세계 선교를 외치고 순교하겠다는 교회의 또 다른 이중성을 보는 셈이다. 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배려도 없으면서 선교를 내세우는 것은 무슨 흉심이던가?

양국주 / 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국제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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