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다보스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
[번역] 다보스에서도 일하시는 하나님
  • 최봉실
  • 승인 2007.07.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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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한 차례씩, 눈부시게 아름답고 고요한 스위스 산간 마을 다보스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찾아온 정치·경제 지도자들의 차지가 된다. 이 다보스포럼의 2006년 행사가 내건 기치는 ‘세계 상황을 향상시키기 위한 약속과 헌신’이다. 이 포럼은 안전요원 8,000명의 삼엄한 경비 속에 전 세계 1,200명의 정부·기업·시민사회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광범위한 주제와 세계 명망가들로 이뤄진 토론진. 여기저기 불꽃 튀는 토론이 다보스를 뜨겁게 달궜다.

견제 장치 없이 경제 성장과 기업의 무한 이윤을 맹렬히 추구하는 세계화라는 것은, 가난한 나라에 심각한 피해가 되는 융자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실질적 발전을 끈질기게 가로막아왔고, 정의를 실현하라는 요구 사항들은 줄기차게 좌절시켜왔다. 내가 참석했던 많은 부문 회의장에서 바로 그러한 관행과 구조적 문제들에 대해 중대한 비판이 가해졌다. 특별히 전 세계 의료 위기와 극심한 가난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는데, 이는 희망의 징조였다.

9·11 이후부터 몇몇 종교 지도자들이 초청 받게 되면서, 이들은 위태로운 종교간 분열을 돌파하고 대회에 더욱 폭넓은 도덕적·윤리적 관점이 보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종교를 초월한 대화의 자리를 발 빠르게 마련했다. ‘서구-이슬람 세계의 대화’ 부문 참석자들은 “차이를 이해하고 공통점을 확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온 우리 6명을 포함해 전 세계 24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2006년 다보스를 찾았고, 이들은 상호간 대화뿐만 아니라 경제·정치 지도자들과도 활발히 대화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전 켄터베리 대주교인 조지 캐리 박사 주관 아래 매일 회합을 가지면서, 또한 각자 대화로 진행되는 다양한 부분으로 흩어져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히나 더욱 불리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전 지구적인 가난과 질병에 관한 솔직한 대화들이 나눠지는 것에 크게 고무되었다. 한 주제 부문에서는 매년 죽어가는 1,000만 어린이들 중 1/4이 백신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백신은 선진국에서는 일상적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쓰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널리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신약이 부자 나라에 소개되는 것과 세계의 빈곤 지역으로 소개되는 데에는 시기적으로 약 20년의 간극이 존재하며, 이 두 지역 간의 평균 수명의 차이는 놀랍게도 40년이다. 빌 게이츠는 의료 제도 시장이 부유한 나라들의 비위나 맞추다가 실패하고 말았다고 꼬집으며, 생명을 구하기 위해 ‘거대한 위험 부담을 각오할 것’을 요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창안자가 세계가 가장 심각한 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이토록 철저히 공부하여 그 대안을 찾고자 자신을 바치고 자신의 재산의 상당 부분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무척 인상적이다.

‘아프리카를 위한 다음 단계’ 부문은 아주 두드러졌다. 이 부문의 토론자들은 2005년이 언약의 해라면 2006년은 이러한 언약들이 이행되고 철저한 이행 여부가 꼼꼼하게 감시되는 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인 올루세군 오바산조는 자신의 나라의 부패 문제와 부유한 나라들과 기업들의 거래에서 행해지는 부패 문제 모두를 용감히 지적해 온 아프리카의 개혁 지도자로서 일관되게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다. 아일랜드의 음악가이자 운동가인 보노는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가는 나라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 무역이 이뤄져야 함을 강력히 역설했으며, 최빈국들에 대해 ‘특혜적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유럽의 모든 소에 하루 2달러의 보조금을 할당하는 서구의 농업 보조금 정도라면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프리카인에게 소만큼이라도 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재무 장관인 고든 브라운은 마틴 루터 킹을 인용하여 발전을 위해 서구가 맹세한 ‘약속 어음’이 ‘잔고 부족’으로 끝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긴급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해 창조적인 전망을 제시했는데, 가장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세계 각처의 어린이들에게 세계적 차원에서 교육과 의료를 제공하는 것을 그 예로 소개했다.

독일의 새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개회사에서 국내의 반대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개발 원조금으로 자신의 나라 GDP의 0.7퍼센트를 내놓기로 한 맹세를 끝까지 존중하여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세계은행 총재인 폴 윌포위츠(그는 자신의 여자 친구 고용과 월급 인상의 특혜 문제로 인해 2007년 5월 사임했다. 부시는 다음 세계은행 총재로 전 국무부 장관인 로버트 졸릭을 지명한 상태다. - 역자 주)는 이와 관련한 미국의 약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빈국에서 개발이 진행되는 데 있어서는 많은 경우 500달러에까지 이르는 창업비가 있어야 하는 등의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이런 비용들이 다보스의 많은 이들에게는 ‘한 번의 비싼 점심 값’ 정도에 지나지 않겠지만,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액수이기에 사업을 시작하는 데 있어 커다란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세계 불평등, 희망은 없는가?’ 부문의 연설에서 성경의 예언자들은 불평등이 (오늘날처럼)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 때에 주저 없이 바로 일어났음을 설파했다. 그리고 ‘미국 정치에서의 하나님의 손길’이라는 또 다른 부문에도 참석하여 연설했는데, 나의 연설을 들은 많은 유럽인들이 기독교 우파만이 미국의 유일한 기독교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인 릭 워렌과 나는 여기서 처음 만났는데, 서로 많은 공통된 의무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는 교회에 대한 ‘목회적 과제’와 ‘예언자적 과제’가 가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투쟁에서 어떻게 서로 보완적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 긴 대화를 나눴다.

2008년의 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도 많이 참석했다. 그 중에는 상원 의원인 존 맥케인과 존 케리, 전 버지니아 주지사인 마크 워너도 있었다.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지구 기후 변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정치적·문화적 갈등이 오늘날 세계를 위협하는 3대 요소라고 말하면서, 유능하고 힘을 지닌 이들 회중들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고 끝까지 싸워간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보스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이미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아주 인상적이고 유망한 신세대 지도자들과 사회적 기업가들이 있었다. ‘봉사와 선의 실천’ 부문에서 그들 중 한 명을 만났는데, 그는 피에르 타미라 불리는 젊은 스위스인이다. 그는 기독교인이 된 후 캄보디아로 가서 성매매에 붙들려 있던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도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그가 세운 기독교 개발 기구인 ‘하갈 센터’는 12년 동안 10만 명의 여성들의 삶에 다가가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성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고, 무수한 작은 기업 신화를 일구며 그들이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을 개척했다. 이들 신세대 지도자들을 향한 연설을 마쳤을 때, 타미는 내게 “저는 당신을 알고 있어요. 소조 메일을 받아보고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다보스는 아주 중요한 인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장으로, 신앙 집단이 이 지구촌 회의에서 보다 큰 역할을 감당해가고 있다. 그런데 한 기독교 지도자가 예수가 초청을 받는다면 다보스로 왔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자 근처에 있던 한 랍비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소곤거렸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탁자 중 몇 개는 아마 뒤엎으셨을걸요.’ 정말 그랬을 것이다.

* 짐 월리스는 <소저너스>의 편집장이다. 
* 번역 / 최봉실


<미주뉴스앤조이>는 <Sojourners>의 허락을 받아
Jim Wallis의 칼럼 원문, 번역문, 해설을 동시에 게재합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양심적인 미국 지성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수준 있는 글로 영어도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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