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라하시한인침례교회, 목사 자질 문제로 갈등
탈라하시한인침례교회, 목사 자질 문제로 갈등
  • 박지호
  • 승인 2007.07.10 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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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인 문제일 뿐"…"목사의 상습적인 비윤리가 문제"

플로리다 탈라하시에 있는 탈라하시한인침례교회 담임 임종수 목사는 2005년 초 당시 집사장이었던 홍 아무개 집사에게 교회 성장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보라고 했다. 홍 집사는 2005년 5월 16일 13페이지 분량의 '교회 발전을 위한 성장 전략' 보고서를 만들어 담임목사에게 주었다.

교회 운영 전반에 걸쳐 조사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개선 과제까지 도출했다. 새신자 관리, 제자훈련, 선교, 예배를 비롯해서 담임목사의 설교와 리더십에 대한 평가까지 교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과 없이 담았다. 담임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보고서는 담임목사에게만 전달했다. 각 페이지마다 "복사 혹은 회람을 삼가달라"는 문구도 실었다. 

문서 조작, 누가? 왜? 

당시 제출한 보고서 내용 중에서 조직 개편에 대한 내용은 상당 부분 받아들여져 새신자반과 제자훈련반 등이 신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2006년 1월 7일 담임목사에게 제출한 보고서가 부메랑이 되어 홍 집사에게 돌아왔다. 담임목사는 "홍 집사가 교회를 지배하려 든다"며 홍 집사가 작성했다는 보고서를 일부 교인들에게 회람했다. 2005년 7월경에 홍 집사가 직접 건넨 자료라고 설명했다. 여러 도형이 설명 없이 첨부되어 있었고, 홍 집사를 중심으로 목사님, 장로님, 셀 리더, 제직회의가 배치되어 있었다. 누가 봐도 홍 집사의 역할이 기형적으로 강조되었음을 알 수 있는 그림이었다. 

   
 
  ▲ A와 B는 홍 집사가 담임목사에게 제출했다는 원본. C와 D는 담임목사가 제3의 인물에게 받았다는 출처 미상의 문서. 그림 C에는 특정인의 역할이 기형적으로 강조되어 있다. 담임목사는 "홍 집사의 생각에 동조하는 제3의 인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해명했고, 홍 집사는 "담임목사에게만 준 서류"라며 목사가 원본을 복사해서 변조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중직자들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보고서 진위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담임목사는 중직자 회의에서 "홍 집사에게 직접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홍 집사는 "담임목사의 요청에 의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2005년 5월에 이메일과 함께 담임목사에게만 제출했다"며 원본을 공개했다.

원본에는 담임목사가 제시한 자료에 담긴 그런 그림은 없었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에 들어가 있는 다른 형태의 도형만 있었다.

담임목사는 홍 집사가 줬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었으며, 홍 집사의 생각에 동조하는 제3의 인물이 자신에게 전달했다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누군지에 대해서는 "선교 여행을 다녀온 뒤라 여독이 풀리지 않아 당시 누가 책상에 갖다 놓았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홍 집사는 제3자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담임목사의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담임목사가 제시한 보고서와 자신이 제시한 원본에 나와 있는 도형의 모양이 그대로 일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양 보고서는 화살표 모양과 간격이 정확히 같고 심지어는 복사본의 음영(원본은 칼라)까지 똑같이 들어맞았다. 홍 집사는 "담임목사가 원본을 토대로 변조 혹은 위조해서 원본을 복사해서 옮겨 놓지 않으면 같을 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담임목사는 기자에게 "언급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면서, "그건 상식 이하의 짓인데,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에 대한 벌은 하나님께서 내릴 것이라고 본다. 일일이 대꾸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담임목사의 말처럼 누가 준지도 모르는 상식 이하의 자료를 가지고 당사자도 없는 자리에서 다른 교인들에게 공개했다는 것은 보고서 작성자가 누구든 일련의 과정에서 드러난 담임목사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예산안 부결이 원인?

담임목사에게 제출된 뒤 7개월 동안이나 아무 탈이 없었던 보고서가 왜 나중에서야 문제가 된 것일까. 담임목사는 왜 느닷없이 "홍 집사가 교회를 지배하려 든다"며 정체불명의 보고서를 교인들에게 내밀었던 것일까.

그 사이인 2005년 9월에 '2005-06년도 예산안' 심의가 있었다. 담임목사는 예·결산을 앞두고 재정부장을 통해 사례비 인상을 요구했다. 그 전 해에 담임목사에게 지불한 7만 4,135불(급여 4만 8,000불에 기타 비용을 합친 금액)도 총 예산인 22만여 불의 33%에 해당하는 액수다. 유학생이 절반가량 차지하는 교회에서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교회가 시끄러워질 것을 염려한 홍 집사장은 일부 예산편성위원의 반발을 무릅쓰고 최종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다음날 담임목사는 교통비 인상과 3년마다 찾아오는 안식월에 대한 적립금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러한 담임목사의 요구에 예산편성위원들은 사례비가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고 목회자 사례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주변 지역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교회를 표본으로 교회 예산과 목회자 경력 등을 고려했다. 조사 결과 타 교회에 비해 20~30%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예산편성위원회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목회자의 사례비의 세목을 전부 모아 처음으로 총액을 공개했다. 또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장로와 안수집사들로 구성된 '장로·안수집사위원회'(가칭)를 집사회 내부에 두기로 결의했다. 예산 집행시 200불 이상은 위원회의 결재를 받도록 한 것이다. 

집사회는 만장일치로 예산안을 부결시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위원회 구성을 위해 내규를 수정할 것을 결의했다. 부임 이후 처음 발생한 예산안 부결로 인해 자신의 사례비 인상이 거부된 것은 물론 예산 집행을 견제하는 위원회까지 생기기에 이르자 담임목사는 당시 예산편성위원이자 집사장이었던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홍 집사는 보고 있다.

담임목사도 해명 자료를 통해 "교회가 겪는 진통의 근원은 작년 가을에 새 회기년도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모인 집사회에서 당시 집사장이었던 홍 집사가 큰 문제도 아닌 것을 문제 삼아 신년도 예산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시작된 것"이라고 말해 홍 집사를 문제의 주범을 인식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목사 사례는 "월급이 아니라 신수비(神受費)"

담임목사는 '교회와 목회자'라는 자료를 만들어서 중직자를 대상으로 교육했다. '목회자는 누구이며, 교회가 목회자에게 배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를 정리해 놓은 자료였다. 여기서 임 목사는 목사를 구약의 제사장과 동일시했다. 

   
 
  ▲ 목회자를 구약 시대의 제사장과 동일시하는 대목에서는 한국 교회에 만연한 사제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제사장(목회자)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에 준하는 신학 교육과 안수를 받은 사람"이라고 자답하면서 '레위 지파에 속한 사람'만 제사장이 되었던 출애굽기 28장을 근거로 내세웠다.

'제사장(목회자)의 임무'에 대해서는 "제사에 관련된 업무, 중보자, 백성들의 신앙교육에 관련된 제반 사역"이라고 설명했다. '제사장에 대한 하나님의 주택 및 생활 배려'라는 항목에서는 민수기 18장과 35장을 근거로 '주택을 제공하고, 12지파가 드리는 십일조를 기업으로 줌'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목회자를 구약 시대의 제사장과 동일시하는 대목에서는 한국 교회에 만연한 사제주의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냈다. 가톨릭의 사제들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에 매개 역할을 하면서 부패와 타락으로 치닫는 것에 반발했던 종교 개혁의 정신에 위배되는 발상이다.

담임목사는 "목회자에게 주는 생활비는 월급이 아니라 신수비(神受費)"라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목회자가 영적·행정적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영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회 활동비, 선교 활동비, Tax 지원, 도서비 등등을 열거하면서 목회자 생활비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3가지(행정적·재정적·영적)를 언급했지만 실제 관심은 돈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목회자는 하나님께 부름 받은 하나님의 사역자다. 따라서 교회는 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서 목회자가 목회 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 줌은 물론, 목회자로 하여금 자신의 사역에 대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했다.

"영혼을 다루는 데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보다 못 받아서야"

사례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담임목사는 수의사인 교인을 빗대어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기도 했다. 영혼을 다루는 목사가 동물을 다루는 수의사보다 못한 대우를 받아서 되겠냐는 것이다. 이에 담임목사는 "앞뒤 문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일부 교인들이) 목회자를 몰아내기 위해서 사례비를 문제 삼았다. 마침 말한(문제 제기한) 사람의 남편이 수의사였다. 개나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도 그렇게 대우 받는 데 영혼을 돌보는 사람이 그보다 덜한 대우를 받아서 되겠느냐는 말"이라고 했다.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담임목사는 또 한창 문제가 불거질 당시 주일 설교를 통해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에게 "목회자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마귀에게 속고 있다"거나 "영적으로 그로기 상태에 있는 성도들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는 식의 표적 설교를 하기도 했다.

또 임 목사는 "자신은 유학생 교회에 달란트가 있다. 이민자는 자기 유형에 맞는 교회를 찾아가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공공연히 해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도록 유도했다고 일부 교인들은 말했다. 유학생들은 학기마다 새로 들어오고, 3년에서 5년 주기로 바뀌기 때문에 교회 문제에 관심이 적은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문제를 둘러싸고 일부 교인들은 "우발적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자행된 목회자의 횡포이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객관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하여 교회 내에 지나친 잡음을 막자"며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집사장은 조사위원회 구성을 거부했다.

또 올해 2월에 열린 정기 신도총회에서는 재정부장이 교회 문제로 인해 악화된 재정 상태를 보고하며 예산안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논란이 일어 결국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신도총회는 유야무야 끝났다. 목사의 자질을 문제 삼고 있는 교인들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고, 목사는 "일부 사람들의 문제"라며 "개교회 문제에 관여하지 말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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