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투자하는 Chick-Fil-A
사람에게 투자하는 Chick-Fil-A
  • 강희정
  • 승인 2007.07.1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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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기독교 기업

한때 한국 기독교 기업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모 기업이 노사 분규에 휘말리면서 기독교 기업의 정체성에 관한 도전을 안팎에서 받고 있다. 이 사태를 보면서 ‘기독교 기업이란 과연 어떤 기업을 말하는가’ 또는 ‘이윤 창출을 최고의 목표로 추구하는 기업이 기독교 정신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들을 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들의 연장선 속에서, 미국에서 성공한 기독교 기업들 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는 Chick-Fil-A(칙필에이)라는 회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 Chick-Fil-A 레스토랑(사진 제공 CFA Properties Inc.)  
 
Chick-Fil-A는 애틀랜타 주 출신의 트루엣 캐시(Truett Cathy, 1921~)가 창업한 치킨샌드위치 레스토랑 회사로 일종의 패스트푸드 기업이다. 트루엣 캐시는 하숙집을 하는 어머니와 경제 대공황으로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10대의 나이부터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 1946년 2차 대전 직후에 치킨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레스토랑 하나를 열었다.

현재 Chick-Fil-A는 미국에서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 다음으로 큰 치킨 푸드 업체로서, 미국 전역에 1,300개가 넘는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으며, 아주 우수한 경영 실적과 지속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2006년)도 점포 당 판매 성장률은 10%가 넘는다고 한다.

이 회사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음으로써 기독교 기업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레스토랑 업체가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많은 주부들이 일요일에는 요리하지 않고 외식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원칙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알려진 남침례교 출신인 창업자 트루엣 캐시가 창업한 첫해부터 지금까지 지켜오는 원칙 중의 하나이다. 트루엣 캐시에 따르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것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우리의 관심을 사업보다 더 중요한 일들에 향하도록 하게 만드는 길이다.”

싸고 간편해서 미국인들이 즐겨 먹기는 하지만 패스트푸드는 비만과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사회악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맥도날드가 이와 같은 비판의 정면에 서 있는 반면에 Chick-Fil-A는 이 비판을 비켜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직원들을 배려하는 기업으로 인정받으며 되레 미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

   
 
  ▲ Chick-Fil-A 창업주 Truett Cathy. 회사의 목적으로 1. To glorify God by being a faithful steward of all that is entrusted to us 2. To have a positive influence on all who come in contact with Chick-Fil-A.라고 쓰여 있다.(사진 제공 CFA Properties Inc.)  
 

이 회사는 닭고기와 관련된 패스트푸드만을 판매하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A급의 치킨 필레”를 판매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트루엣 캐시가 레스토랑을 처음 열었을 당시 미국인들은 햄버거를 즐겨 먹었고 닭고기는 즐겨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그가 치킨 샌드위치를 개발한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치킨 상품만을 고집했던 그의 선택은 건강을 고려해 쇠고기 대신 닭 가슴살 고기를 선호하게 된 미국인들의 식생활 변화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게 되어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닭고기를 더 많이 먹으라는 구호("Eat Mor Chiken")를 광고로 애용하고 있다.

Chick-Fil-A 레스토랑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된 데에는 다른 여러 가지 요인도 있다. 이 회사가 이윤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여러 면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트랜스 지방이 사회 문제로 거론되었을 때, 다른 어느 회사보다도 먼저 트랜스 지방 쓰는 것을 중지하여 소비자의 건강을 앞세운다고 하는 회사의 원칙을 증명해 보였다.

이 회사가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판촉물들은 다른 레스토랑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들과 다르다. 맥도널드나 웬디스, 버거킹과 같은 대부분 레스토랑 회사들이 값싼 장난감들을 끼워주고 있는 반면에, Chick-Fil-A는 동화, 어린이 도서, 유익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CD 등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어린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하여 회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처사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어린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1984년에 한 재단(WinShapeFoundation Inc.)을 설립하기도 하였다. 이 재단을 통하여 남여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개설하고, 수십 곳의 어린이 보육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창업주 트루엣 캐시는 교회에서 44년간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어린이들을 바로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으며, 성공의 비결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며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주력해왔다. 그에 따르면, 우리 자신이 최선을 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몸소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미래를 위한 자기 개발에 힘쓰도록 격려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도록 하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가정 형편상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트루엣 캐시는1973년부터 레스토랑에 고용된 시간제 종업원들에게 일하면서도 대학에 진학할 것을 권장하기 위해 1,000달러씩의 대학 진학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2005년도에 이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높은 수익률을 낸 점장들에게는 링컨컨티넨탈이라는 최고급 자동차를 1년간 사용하도록 하고 2년 연속으로 높은 수익률을 냈을 경우에는 그 차량을 보너스로 제공하기도 한다.

   
 
  ▲ 트루엣 캐시가 20000번째 장학금을 한 Chick-Fil-A 종업원에게 수여하고 있다.(사진 제공 CFA Properties Inc.)  
 

직원들을 위한 복지 제도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회사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프랜차이즈 제도이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본력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그들에게 전속 대리점 운영권을 부여하고 기술과 식자재 및 부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수익의 일부를 회사에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지점 수를 늘려간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전속 대리점 운영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Chick-Fil-A는 대리점 운영권을 자본금이 있는 사람들에게 팔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 가운데서 성실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그들에게 레스토랑의 책임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개발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으로 인한 재정적인 위험은 본사가 부담하면서 그 대신 젊은 직원들에게 단독 사업체 운영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소정의 교육 절차를 밟은 후에 레스토랑 책임자로 임명되게 되면 운영에 소요된 모든 경비를 제외하고 얻은 수익에 비례하여 자신의 소득으로 가져가게 된다.

레스토랑 책임 운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인터뷰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수억 또는 수십억짜리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자본력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돈이 많은 사람에게 레스토랑 운영권을 팔아넘기는 대신, 회사가 자본 부담을 안고 성실하고 가능성이 있는 젊은 직원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사람에게 투자하는 기업’이라 불릴 만하다. Chick-Fil-A는 성실하고 근면하게 최선을 다하는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 회사도 한 때 경영난을 겪은 때가 있었다고 한다. 1982년도는 심한 인플레이와 높은 금리로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웠으며, Chick-Fil-A가 개발한 치킨 샌드위치 상품을 다른 업체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하여 고전을 면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이때 창업주 트루엣 캐시는 일 년 동안 자신의 월급을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하지 않았으며, 다른 거대 기업에서 매도할 것을 제안했을 때 가족같이 지내온 직원들을 버려두고 자기만 이기적으로 어려움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 회사를 팔아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 회사가 기독교적인 기업 윤리와 운영 방식을 유지해 오는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좋은 평판만을 들은 것은 아니다. 2002년에는 6년 동안 근무했던 이슬람교 직원이 직원 기도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고되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운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목사의 추천서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종교에 따른 차별을 한다는 비판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

   
 
  ▲ 창업주 트루엣 캐시는 여러 권의 책을 펴낸 바 있다.(사진 제공 CFA Properties Inc.)  
 
Chick-Fil-A의 창업주 트루엣 캐시에 따르면, 사람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독교 정신과 기업 윤리를 가지고 소비자와 직원들을 위한다면, ‘성공하는 것이 실패하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다. 그는 <It’s easier to succeed than to fail>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 그는 지난 60여 년의 사업을 통하여, 기독교 기업이 지향해야 할 기업적 가치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기독교 정신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서도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의 목표를 능히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적 가치와 기업 윤리를 온전히 지키는 일이 바로 성공의 지름길임을 몸소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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