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이 그리도 만만한 '홍어 좆'인가
소돔이 그리도 만만한 '홍어 좆'인가
  • 김종희
  • 승인 2008.11.12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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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소돔이 멸망한 원인은 "동성애자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의인 10명이 없어서"

▲ 만만한 게 홍어 좆이란다. 가만 보니 뭔가 다르긴 다르다.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만만한 게 홍어 좆'이라는 말이 있다. 홍어란 녀석의 수놈은 유별나게 큰 생식기를, 그것도 두 개나 갖고 있다. 건어물 가게에 매달려 있는 수놈 홍어의 좆을 이 아줌마 한 번, 저 아저씨 한 번 툭툭 건드리면서 지나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목사들에게 만만한 건 '소돔'이다. 동성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소돔을 홍어 좆처럼 툭툭 건드린다. 다른 여자랑 바람 피웠다가 들통 나자 교회 돈 수억 원을 사건 무마비로 쓰면서도, 동성애자는 절대 살려놓아서는 안될 죄인이라고 설교하는 이가 틈만 나면 건드리는 게 소돔이다.

아무리 만만하다 해도 자꾸 만지면 덧난다. 2003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 때문에 하나님의 진노를 사서 멸망했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자 19살 먹은 한 동성애자가 “소돔과 고모라 운운 하는 가식적인 기독교인들에게 무언가 깨달음을 준다면 난 그것만으로 죽는 게 아깝지 않아요. 수많은 성적 소수자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것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반성경적이고 반인류적인지… 우리더러 죄인이라 하기 전에 자기네들이나 먼저 회개하고 이웃 사랑 실천해야 할 거예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는 기독교인이었다. 동성애자인데다가 자살까지 했으니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지옥 중에서도 가장 뜨끈뜨끈한 곳으로 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최근 일이다. 워낙 유명했던 최진실 씨의 자살 때문(혹은 덕분)에 세인의 관심권에 벗어난 무명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연예인 장채원 씨는 최진실 씨 사건 이튿날인 10월 3일, 모델 김지후 씨 나흘 뒤인 6일 자살했다. 장채원 씨는 하리수 씨처럼 성(性)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였고, 김지후 씨는 동성애자였다.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사건에 대해서 언론마다 '베르테르 효과'를 언급했다. 하지만 아무나 베르테르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뭇가지가 고작 마지막 한 송이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지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눈의 무게를 이를 악물고 견뎠으나, 결국 마지막 한 송이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만만한 홍어 좆처럼 이 놈 한 번 저 놈 한 번 집적대니 배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화여대는 '레즈비언 인권 운동 모임'이라는 동아리 주최로 매년 레즈비언 문화제를 여는데, 해마다 진통을 겪는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자료집, 걸개그림, 벽보 등 각종 전시물이 훼손되거나 도난당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시물이 찢어지고 무지개 걸개가 사라졌다. 범인이 잡혔다. 예상대로 기독교 동아리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당당했다. 폭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를 몸소 실천했을 뿐이다. 기독교 대학인 이화여대가 소돔이 되는 걸 막으려 했을 뿐이다. 장채원 씨나 김지후 씨의 죽음과 동성애자들의 문화제에 폭력을 행사한 기독교인들의 행동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번 미국 대선과 동성애를 연결시켜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동성애자들의 천국이 되고, 따라서 소돔과 고모라처럼 유황불 맞아서 멸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던 한국 목사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국 목사들도 대선 전에는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 대선이 끝나고 오바마의 시대가 왔는데도, 미국이 소돔이 될 날이 임박했는데도 이 땅을 떠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인다. 자기가 롯인가? 입으로 믿는 것과 몸으로 믿는 것이 달라야 만사가 편리하다.

그럼 소돔이 정말 그렇게 만만한 홍어 좆인가. 동성애 논쟁이 일어날 때마다 소돔 이야기는 성경적 근거로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보수적인 학자들과 진보적인 학자들은 늘 팽팽히 맞선다. 보수적인 학자들은 동성애를 소돔 멸망의 결정적 원인으로 본다. 진보적인 학자들 사이에는 '소돔의 멸망이 동성애 때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는 데부터 '롯이 이방인 신분으로 소돔성에 머무는 주제에 자기 권한을 넘어선 행동을 한 데 화가 나서 저지른 것이지 동성애적 행위는 아니다'는 견해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극과 극 중에서 어느 한쪽 편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굴지 말고, 양극 사이에 여러 견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참고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 소돔과 고모라가 하나님의 유황불 심판을 받는 그림.
<존 스토트의 동성애 논쟁>(홍성사)에서 존 스토트는 기본적으로 동성애를 죄라고 했다. 소돔의 여러 죄악 중에서 동성애를 비중 있게 보았다. 그러나 동성애가 소돔의 유일한 죄는 아니라고 했다. 하나님의 심판이 임한 것은 여러 가지 죄 때문이라고 했다. (22쪽)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동성애 성관계를 특별히 정죄해야 할 것으로 따로 떼어내서 보면 안 된다. 하나님이 계시하신 의도에서 벗어나는 모든 종류의 성적 관계나 행위가 사실상 하나님을 불쾌하게 하는 것이며,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된다"고 했다. (39쪽)

존 스토트가 베일리의 주장을 인용했듯이, 이사야는 위선과 사회적 불의를, 예레미야는 간음과 사기와 사회에 만연한 사악함을, 에스겔은 교만과 욕심과 가난한 자에 대한 무관심을 소돔의 죄악으로 꼽았다. 소돔에는 동성애 말고도 별의별 죄악거리들이 득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 = 죄 = 그러다가 소돔과 고모라 짝 난다' 하는 사람들은 '다른 죄는 난 몰라' 하는 식이다.

조금 다른 견해도 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의 김회권 교수는 <하나님나라 신학의 관점에서 읽는 모세오경>에서 소돔성 이야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에스겔 16장 49절을 보면, 소돔은 '불법', '불의', '약자의 부르짖음'으로 가득 찬 공동체였다. 하나님은 이곳을 심판하려 하셨다. 아브라함은 중보기도를 해서 소돔성의 심판을 거두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심판 천사들이 롯을 만나고 롯은 이들을 영접했다. 그러나 소돔 남자들은 두 천사에게 집단 성폭행을 가하려고 했다. 이것은 '동성애적 집단 성폭행'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것은 고대 사회에서 새로운 거주자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가하는 원주민들의 관습화된 폭력의 일종이었다. 이것은 사회화된 집단 폭력 문화였다." (118쪽)

잘 보면 김 교수는 '동성애'보다 '사회화된 집단 성폭력'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사기 19장에서 방랑하는 레위인의 첩에 대한 베냐민 지파의 집단 성폭행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구약의 여러 선지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소돔에는 별의별 죄악들이 판을 쳤다. 그중에 동성 섹스라는, 그것도 아주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형태의 동성 강간이 자행됐다. 그 악행이 매우 선정적이고 괴이한지라 성경 저자의 눈에 강렬하게 찍힌 것 같다. 그래서 유독 동성 강간 얘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 같다. 이즈음에 이르면 "신학 공부도 안 한 사람이 어떻게 저리도 자유주의 신학에 깊이 물들었을까" 하는 사람들이 태반이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소돔에서 벌어졌던 죄악은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 널렸다. 불법과 불의, 사기와 교만, 간음과 위선, 부자들의 만행과 가난한 자들의 절규가 교회 안과 교회 밖을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동성애가 있다. 앞에 언급한 수많은 죄악들은 너무 낯익어서 둔감해질 대로 둔감해졌는데, 동성애는 매우 낯설고 이색적인 죄악이어서 유독 그 부분만 눈에 확 꽂힌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동성애자가 절대 못 들어가는 교회 마당을 불법, 불의, 간음을 일삼는 자, 가난한 이들을 짓밟는 자들은 어찌 그리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을까.

소돔은 동성애 때문에 멸망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뿐 아니라 그것보다 훨씬 질이 나쁜 숱한 죄악들이 모이고 모여서 멸망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소돔이 정말 동성애 때문에 망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하나님은 소돔의 죄악을 보시고 쓸어버리려고 결심하셨다. 그런데 아브라함이 간청했다. 하나님은 의인 50명이 있으면 그 의인들을 봐서라도 소돔을 멸망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50명부터 시작해서 10명으로까지 내려갔지만 결국 심판을 면할 수는 없었다. 의인 10명이 없었던 것이다. 동성애자가 10만 명이 있다 해도 의인이 10명만 있었다면 소돔은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돔이 망한 것은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의인의 부재 때문이었다.

동성애 때문에 나라 망한다고 저들에게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마음에 합한 의인이 없어서 나라 망한다고 나의 가슴을 치며 한탄해야 하지 않을까. 동성애자들 때려잡는 열심의 절반만 발휘해도 이 땅을 살릴 의인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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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er 2008-11-13 12:28:05
첫째로, 제목의 선정성이다. 꼭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적당히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학적 상상력의 부재이거나, 어휘력의 부족일 것이다. 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낸다고 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이 사이트가 기독교 언론이라고 여긴다면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로, 내용에 있어서 논리의 비약과 모순이 보인다.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단순히 성적 범죄, 즉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여러가지 사회적 범죄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동성애의 문제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죄는 죄일 뿐이다(딤전 1:10 참조). 하나님앞에서는 어떠한 죄도 심판에서 예외가 될 수 가 없을 것이다(약 2:10-12 참조). 물론 동성애가 죄가 아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기야 동성애자에게 목사안수를 주는 교단도 있는 마당에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렇더라도 반대편의 입장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기자는 동성애에 대해 꽤 동정적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세째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원인이 죄의 결과냐 의인이 부족해서냐의 논리는 양자 택일의 흑백논리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점의 차이이다. 즉 의인이 부족해서 그렇게 죄가 관영했다고 볼 수도 있고, 죄악이 관영해서 의인이 설 땅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것은 어떤의미에서 같은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세째로, 간음하는 목사가 동성애를 정죄했다고 해서 동성애를 정죄하는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는 식의 논리를 펴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이다. 동성애를 비난하는 사람중에서 얼마든지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은 존재하는 것이다. 네째로,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원인이 동성애를 포함한 성적 범죄가 더 큰가 아니면 사회적 불의와 같은 사회적 범죄의 비중이 더 큰가는 한마디로 따질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