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하는 젊은층 증가
미국, 동성결혼 합법화 지지하는 젊은층 증가
  • 김명곤
  • 승인 2007.07.10 2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7% "젊은층 투표, 대선에 막대한 영향 끼칠 것"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진보 성향을 가진 미국 젊은이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진보 성향의 강도도 과거보다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 <CBS뉴스>, <MTV> 등이 지난 6월 15일부터 23일까지 17~29세의 미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수 659명, 조사의 오차 한계 ±4%)에서 개혁적 의료보험제도, 개방적인 이민정책, 동성결혼의 합법화 등을 지지하는 비율이 기성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젊은이들은 4년 전보다 대선에 관심도가 높아져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4년 조사에서 18세에서 29세 사이의 젊은이들 가운데 대통령 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35%였던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58%에 달했다.

54% “민주당 후보에 투표” … 43%, 힐러리에 비판적

또한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의 비율도 크게 늘어났다. 미국 젊은이의 54%는 2008년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배럭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지지도가 각각 18%와 17%에 달했다. 민주당의 투톱에 이어 공화당의 줄리아니 후보는 14%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특이한 점은, 젊은이들이 오바마와 힐러리에 대한 지지도가 모두 높기는 했으나, 두 후보에 대한 비판의 정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컸다는 것. 오바마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젊은이들이 19%였던데 비해, 힐러리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젊은이는 무려 43%에 달했다. 힐러리에 대한 거부감이 오바마에 비해 배 이상이 높다는 사실은 힐러리 캠프가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남게 되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 것 중 하나는 젊은이들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급전직하, 28%로 낮아졌다는 것. 9·11테러 이후 미국 젊은이들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80% 이상이었으며, 이후 3년 동안 계속 하강곡선을 그어 2004년 대선에서는 40%로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의 젊은층 유권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대선에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화당 후보보다는 민주당 후보를 선호했었다. 1984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젊은 세대로부터 59%의 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또한 현 조지 부시의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88년 선거에서 젊은이들로부터 52%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애슐리 로빈슨(21)은 <뉴욕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현재 젊은이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인식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젊은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려고 하고 있다”면서 “반면 기성세대의 표를 얻으려 애쓰고 있는 공화당은 젊은 세대의 숫자가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이처럼 민주당 후보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현재의 민주당 정책이 젊은이들의 성향에 더 잘 부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젊은층의 52%가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젊은이들과 비슷한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36%만이 공화당이 그러하다고 응답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젊은이들의 민주당과 공화당에 대한 단순 호감도 차이는 이보다 더 큰 58% 대 38%로, 20%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젊은이 44% “동성 커플 결혼 승인해야”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이처럼 높아진 것은 진보적 성향을 가진 젊은이들의 수가 크게 증가한 데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젊은이들의 28%가 자유주의자라고 답한 반면, 일반 대중은 20%가 자유주의자라고 응답했다. 또한 젊은이들의 27%는 자신을 보수주의자라고 답한 반면, 일반 대중은 32%가 보수주의자라고 대답했다.

진보적 성향의 젊은층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의 인종이나 성별 등에 대한 태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젊은이들의 대다수는 미국사회가 여성이나 흑인을 뽑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사회가 아직은 코카인을 사용했거나 몰몬교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자신들은 마리화나를 사용했던 사람들을 용인하겠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들 가운데 오바마는 젊은 시절에 코카인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는 몰몬교도인데, 이들에게는 일단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해 보인다.

   
 
  ▲ 미국 젊은이들의 44%는 동성 커플의 합법적인 결혼을 승인해야 한다고 답해 일반 대중의 28%를 훨씬 앞섰다.  
 
특히 지난 대선 이후 미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된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 젊은이들의 태도가 일반인들과 큰 차이점을 보인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국 젊은이들의 44%는 동성 커플의 합법적인 결혼을 승인해야 한다고 답해 일반 대중의 28%를 훨씬 앞섰다. 2004년 대선 출구조사에서도 18세부터 29세까지의 투표자들 가운데 41%가 동성결혼을 합법화시켜야 한다고 대답해 미국 젊은이들의 개방성을 보여준 바 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들은 소량의 마리화나 소지를 합법화하는 것에도 기성세대보다 높은 지지 의사를 표해왔다.

의료보험 개혁 문제 또한 젊은이들의 진보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젊은이들의 62%는 일부 후보들이 제안하고 있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의료보험제도를 지지한 반면, 일반대중의 47%만이 이 견해에 찬성했다. 미국 인구의 15%가 무보험자인 것을 비롯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이슈는 2008년 대선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민자 문제 역시 젊은이들이 일반인들보다 개방적이었다. “미국인들은 항상 새로운 이민자들은 환영해야 한다”고 답한 젊은이들이 30%였던데 반해, 일반 대중은 24%였다.

젊은이들의 낙태에 대한 시각은 일반 대중의 시각과 맥락을 같이했다. 젊은이들의 24%는 낙태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38%는 엄격한 규정하에서 낙태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37%는 낙태가 전면 허용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51% "전쟁 승리할 것", 87% "징병제는 안돼!"

한편, 이번 조사에서 징병제와 전쟁에 대한 젊은이들의 모순된 태도가 드러난 점이 특이했다.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징병에는 반대하면서도 전쟁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긍정적 시각을 보여준 점이 그것이다.

42%의 젊은이들은 국가가 몇 년 이후에 군대 징병을 재개할 것이며, 3분의 2는 공화당이 징병을 재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해 징병제 추진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인지 젊은이들의 87%는 징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징병에 대한 두려움이 큰 젊은이들이 전쟁의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 즉, 젊은이들의 51%는 미국이 전쟁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답해 일반 대중의 45%와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젊은이들은 역사적으로 일반 대중들보다 대통령의 전쟁 수행에 대해 지지도가 높은 경향이 있어서 한국이나 베트남의 전쟁 때에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전쟁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그러나 미국사회의 반전 분위기 또한 젊은층에 의해 주도된 역사적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

   
 
  ▲ 많은 젊은이들이 징병에는 반대하면서도 전쟁에 대해서는 기성세대보다 긍정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상당수의 미국 젊은이들이 국가의 방향과 미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이 노출되었다. 즉, 젊은이들의 70%는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48%는 그들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잘 살지 못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미국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의 77%는 그들 세대의 투표가 차기 대통령 선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젊은이들은 미국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정치적인 영향력 행사를 통해 국가를 쇄신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가올 선거에 젊은이들의 참여도가 어느 때보다 높으리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명곤·성호연
* 이 글은 플로리다에서 발간되는 <코리아위클리>에 실린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