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 위해 교인들 쫓아내다
건강한 교회 위해 교인들 쫓아내다
  • 박지호
  • 승인 2007.07.12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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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 양승원 목사 비판하는 교인 6명 출교

   
 
  ▲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는 7월 8일 주일예배 후 임시 신도사무총회를 열어 교인 6명을 출교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개표위원들이 투표지를 개수하는 모습. 양승원 목사가 뒤에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다.  
 
논문 표절한 사실을 덮어주고 이해해달라던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 양승원 목사는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 6명을 출교하는 것으로 ‘교회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이 교회는 7월 8일 주일예배 후 임시 신도사무총회를 열어 일부 교인들의 출교 여부를 투표했다. 찬성 148표, 반대 17표, 기권 6표. 양 목사는 개표 결과를 발표한 뒤 “신도들의 결정으로 인해서 (6명은) 더 이상 오늘 부로 교인이 아니고 예배당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교인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교인 징계 앞두고 축제?

   
 
  ▲ 이날 교인들은 총회 전날 축제에서 나눠준 '건강한 교회 VKBC'라고 적힌 노란색 티셔츠 입고 나왔다.  
 

총회를 하루 앞둔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는 들뜬 분위기였다. 토요일에는 “노래와 웃음과 음식의 한마당”인 ‘FUN FUN FUN FESTIVAL' 축제가 열렸다. 참석자들에게 ‘건강한 교회 VKBC’라고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나눠줬다. 교회 홈페이지 관리자는 “주일 예배 때 입고 나오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소원하는 건강한 교회를 다짐했으면”하는 마음이란다.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내일은 교회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주일이 될 것 같네요. 모두가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길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걸렸다.

주일이 되자 교인들은 노란 옷을 입고 교회로 등장했다. 좌석의 대부분은 노란색으로 채워졌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이미 대부분 교회를 떠났다고 일부 교인들은 전했다. 주보에는 억울함이 깃든 비장한 분위기의 칼럼이 실렸다. 원래 건강한 교회이지만 문제 많은 교회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교회에 대한 진실, “우리 교회는 건강한 교회이다”를 우리 교우들과 세상에게 알려 주고 싶다. 우리 교회가 건강하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교회가 건강한 교회인가? 그것은 건강한 성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착한 리더와 성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회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 길다. 그러다 보니 교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가게 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 교회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오늘 여러분과 나는 건강한 교회의 한 지체임을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 건강한 교회를 온 세상에 당당하게 선전해야 한다.”

   
 
  ▲ 임시 신도사무총회가 열리는 날 주보에는 억울함이 깃든 비장한 분위기의 칼럼이 실렸다. 원래 건강한 교회이지만 문제 많은 교회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건강한 교회임을 당당하게 선전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총회가 시작되자 기자들을 예배당 밖으로 내보냈다. 양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해당 교인들을 출교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특정 교인들을 사탄의 전술에 빠져 교회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반대로 집을 팔아 1만 불을 십일조로 헌금했다는 교인은 추켜세우며 칭찬했다.

"출교 대상자는 교회 망가뜨리려는 자들"

예배 후 양 목사의 사회로 임시 신도사무총회가 시작되었다. 안건을 발의한 교인 중 대표가 나와 제안 설명을 했다. 그는 “교회 이름이 바깥에 나가서 교회가 사회에서 모인 단체보다 못한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접하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잘못을 저지른 담임목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목사의 잘못을 외부에 알린 교인들을 탓했다.

그러면서 출교 대상이 된 교인들을 향해 “교회를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며 “오늘 하루로 우리 교회가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누구를 쫒아내는 투표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 표가 교회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이에 교인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이의를 제기한 원로 안수집사 중 한 명은 헌장 및 규약을 근거로 절차상의 문제들을 지적했다. 그는 “108명의 서명 요청으로 발의가 되었다고 하는데, 누가 발의를 했는지 밝히라”고 주장했다. 또 “헌장에 의하면 모든 회의는 2주 전에 서면 또는 주보를 통해 안건을 공고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2주 전인 6월 24일 주보에도 공고되지 않았고, 예배 끝나고 나가면서 보니까 출입문에 공고문만 붙어 있었다”고 했다.

또 그 공고문에는 “교회 물의를 일으키는 성도들의 출교 결의 안건”이라고만 적혀 있었다며, “잘못했으면 징계를 해야겠지만 죄목이라도 제대로 알려주고 투표를 해야 할 것 아니냐”며 징계 사유를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얼마 뒤 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졌고, 교인들의 야유와 박수 소리에 더 이상 발언을 할 수가 없어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발언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곧바로 투표에 들어갔다. 출교 대상자들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수차례 발언을 신청하는 외침이 있었지만 양 목사는 “한 분만 발의하도록 했다”며 그대로 진행했다. 곧이어 나온 찬송가 연주에 항의하는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양 목사는 총회를 마치면서 “출교당하고 제명당하신 분들이 다른 곳에서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위로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교회가 더 이상 이런 일에 개입되지 아니하며 복음과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 건강한 교회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자”고 했다.

총회를 마치고 집사장이 간단히 교회 측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2주 전(24일)에 서면으로 총회를 공고했고, 주보에 싣지 않고 서면으로 한 것은 주보를 금요일(22일)에 만드는데 토요일(23일)에 발의되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목회위원회가 6월 23일 결의했고, 서명자 108명을 점검하였다”고 발표했다. 

절차와 사유 모두 문제점 내포

이번에 징계 받은 6명은 지난해 12월 출교 조치된 3명에 가족들까지 포함된 숫자다. 지난번에는 수습위원회 설치를 주도하고 불법으로 임시 신도사무총회를 여는 등 교회의 혼란을 야기하고 불신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징계했었다. 당시 출교를 당했던 교인들은 “양 목사가 헌장을 무시하고 안수집사 휴무제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의 발단”이라며, 제명하려면 특별위원회(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청문회 거쳐야 하는데, 양 목사의 측근들로 구성된 목회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작년 출교 이후 양 목사가 표절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는 등 문제가 커지자 이번에는 총회를 열어 가족들을 포함해 다시 징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날 버지니아한인침례교회에는 지역 경찰관 20여 명이 출동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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