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 이승규
  • 승인 2007.07.22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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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애타는 호소…"탈레반도 자식 있는 부모 아닌가"

   
 
  ▲ 제발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만 하라고 호소하는 가족들. 왼쪽부터 이주연 씨의 어머니, 서명화 서경석 남매의 어머니와 아버지. ⓒ 뉴스앤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 활동을 하다 납치된 청년들(23명)의 가족이 두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서명화·서경석 씨의 부모님, 이주연 씨의 부모님, 이정란 씨의 남동생은 7월 22일 분당에 있는 모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납치된 딸과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봉사 활동을 한다고 해서 보냈는데, 이런 변을 당해 참담할 따름이다"며 "우리 자녀를 납치한 탈레반 무장 세력도 자식이 있으니, 우리의 심정을 헤아려 제발 아무 일 없이 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23명의 청년 가족이 초조하게 TV뉴스를 보고 있다. ⓒ뉴스앤조이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지금 심경을 좀 말해 달라.
서명화·서경석 아버지 - 우리는 아이 둘이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떠났다. 처음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지금도 역시 긴장하고 있다. 하루 빨리 좋은 소식이 있기 바란다.

이주연 씨 아버지 - 낯선 곳에서 공포에 떨고 있을 딸을 생각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 안전하게 돌아오길 바란다.

이주연 씨 어머니 - 비록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만, 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연약한 몸으로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 가서 봉사를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정부와 국민이 너희를 성원하고 있다. 부디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살아 돌아오길 바란다.

이정란 씨 남동생 - (이정란 씨는 당초 몸이 아파, 일행보다 먼저 귀국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편집자 주) 무사하게 있길 바란다.

아프가니스탄에 간 뒤, 전화 통화한 적은 있나.
가족들 모두 - 한 번도 없다.

그 지역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나.
서명화·서경석 아버지 - 우리 딸(서명화)은 지난해에도 우간다에 갔다 왔다. 그 전에는 인도를 갔다. 우리는 늙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딸의 얘기를 들으니, 아주 오지로 갔다 왔다고 하더라. 우리는 하지 못하는 일을 딸이 하고 있어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번에도 간다고 해서 잘 갔다 오라고 했다. 경석이(아들)도 이번에 처음 누나를 따라 갔다. 아들이 미용을 배웠는데, 그것을 이용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하더라. 이렇게 좋은 일을 하러 갔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가. 대통령과 외교통상부가 열심히 힘써 달라. 지금 가슴이 조마조마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함이 있다.

탈레반 무장 세력의 최후통첩을 앞두고 우리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말이 있나.
서명화·서경석 아버지 -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해 달라. 한 사람의 생명이 소중한데, 23명은 오죽하겠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공해 달라.

   
 
  ▲ 이주영 씨의 어머니는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려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뉴스앤조이  
 
서명화·서경석 씨 어머니 - 어제 외교통상부로 버스를 타고 가다, 독일인 한 명을 처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들이 가슴을 부여잡고 울었다.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신뢰감이 생긴다. 부모의 마음이나 대통령의 마음이 다 똑같을 것이다. 오늘 최후통첩 시간인 저녁 11시 30분도 어제처럼 잘 넘어갔으면 좋겠다. 좋은 소식이 오길 기다리겠다.

이주연 씨 어머니 - 사람의 생명은 귀하다. 탈레반 무장 세력도 자식을 둔 부모일 것이다. 그리고 감정이 있는 인간이지 않는가. 무자비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주연 씨 어머니 - 우리와 똑같은 사람 아닌가. 부모의 마음도 이해해 달라. 자녀들을 무사히 보내주면, 탈레반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서명화·서경석 씨 아버지 - 명화야 경석아. 너희들이 봉사 활동하러 간다고 했을 때, 기꺼이 승낙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고 보니, 내 심정은 발등을 찍은 기분이다. 지금 너희들이 처한 입장이 얼마나 어려운 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너희들을 생각하면, 내 가슴이 미어진다. 정부와 국민이 너희를 성원하고 있다. 나는 너희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언제 만날지 모르지만, 기쁜 마음으로 만나자.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꼭 돌아오길 기대한다.

서명화·서경석 씨 어머니 - 억장이 무너져 말이 안 나온다. 선한 목적으로 봉사를 하러 갔는데, (말을 잇지 못함)

이주연 씨 어머니 - 주연아, 너무 성실하고, 모범적이어서 내가 KS 마크라고 별명까지 지어줬는데. 그곳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딸아, 자랑스럽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랄게. 오면 함께 맛있는 것 사 먹자.

이주연 씨 아버지 - 사랑하는 딸아.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지나면 반드시 터널 끝이 나온다. 희망을 잃지 말고 인내하면서, 내일의 기쁨을 생각하자. 즐거운 날을 맞을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이정란 씨 남동생 - 무사히 돌아오면, 누나한테 못 한 것 잘 해줄 테니까, 빨리 돌아와.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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