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목사, "예수 믿는 사람 대통령 세우면 왜 안 되나"
오정현 목사, "예수 믿는 사람 대통령 세우면 왜 안 되나"
  • 박지호
  • 승인 2007.07.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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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할렐루야대회서 대선 겨냥해 특정 후보 지지성 발언

뉴욕 할렐루야대회 주강사였던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집회 중간 중간 농도 짙은 정치적 발언을 남겼다.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공간적 거리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한국 교회와 사회에서 본인이 갖는 위치를 인지하지 못해서였을까,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임에도 특정 후보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숨기지 못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한 교인은 “헌금을 강요하거나 기복주의 설교만 일삼는 일부 부흥사들과 달리 성경에 근거해 알기 쉽게 말씀을 전했다”며 오 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는 후한 점수를 줬지만, “뻔히 보이는 정치적 발언은 옥에 티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 뉴욕 할렐루야대회 주강사를 맡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연일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해 성황리에 대회를 치렀다. 하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듯한 오정현 목사의 정치적 메시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과거 대통령 두 분이 장로님으로서 좀 잘 못했지만…”

오 목사가 연말에 치를 대선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첫날 그는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족과 시대를 기도의 방패로 지켜야 하니 미국에 가서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라”며 할렐루야대회 참석을 만류했던 옥한흠 목사의 말을 전했다. 둘째 날에는 “기독교 좌파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을 대통령 세우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면서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특별히 젊은이들 가운데 기성세대를 함부로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싶다). 심지어 기독교 좌파에서는 예수 믿는 사람을 대통령 세우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 그들이 믿는 예수는 어떤 예수인가. 그래도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낫지 않겠나. (청중들 아멘) 나는 정치를 이야기할 마음이 없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면, 정말 복음의 능력이 있다면….

하지만 한국 기독교, 특히 오정현 목사가 특정한 기독교 좌파에서 '예수 믿는 사람을 대통령 세우면 안 된다고 반대하고 있다'고 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기독교 일각에서는 '예수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이냐 아니냐 하는 표면적인 기준보다는 그의 삶과 정책의 방향이 하나님나라의 가치와 연결되어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령, 이명박 후보가 기독교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삶과 정책에서 드러내지 못한다면, 굳이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할 까닭이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오정현 목사는 자신의 기독교인 대통령 지지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하나님을 두려워하면서 정치를 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도 아니다. 

그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 “과거에 어떤 대통령 두 분이 장로님으로서 좀 잘 못했던 것 있지만, 그래도 하나님을 두려워한 사람들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 목사는 전날 발언으로 부족했던지 다음날 설교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학력을 언급하며 “민족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축복”이라고 추켜세웠다. 

“…민족 역사의 길목에 섬광처럼 빛나는 선각자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었다. 이것이 한국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독특한 은혜였다. 세계 어느 나라 1대 대통령이…학력을 좀 이야기해보겠다. 학사학위는 조지워싱턴대학에서, 석사학위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는 프린스턴대학에서 받았다. 이것은 전 세계 유래 없는…식민지 나라로 독립국가가 된 초대 대통령이 이런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말로 다할 수 없는 축복이다.…”

학벌을 강조하는 이런 발언에서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우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학벌지상주의에 대한 우호적인 그의 태도와 정서를 감지할 수 있다. 오 목사는 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한 듯 “말년에 문제도 있었지만, 앞으로 새로운 재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 날에는 “어제 오늘 복음과 성령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말씀을 많이 못 드렸다”며 작정한 듯 대선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 교회는 3년 동안 회개의 기도를 드렸다. 많은 성도들이 나라를 위하여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12월 19일에는 하나님이 세우신 지혜로운 지도자의 복을 허락하여 달라고…10만 명의 마음은 사람이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4,000만 명의 마음은 하나님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기도해야 한다.”

   
 
  ▲ 오정현 목사는 지난 2월 <복음과상황>과의 인터뷰에서 "교회는 신앙의 순결성을 해치고 복음의 능력을 손상시키는 그 어떤 정치적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뉴스앤조이  
 
“부흥의 역사가 연결되려면 100% 투표 참여해야”

지난번 대선 때를 떠올리며 이번 대선에서는 적극 나서 줄 것을 호소하면서 “이번 선거는 나라의 운명을 가늠할 특별한 시기”라며 기도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전날 서울에 들어갔다. LA 공항에서 어떤 특정 후보의 후원팀이 '선생님 이번에는 누구누굽니다' 하면서 저한테 패키지를 하나 주더라. 나는 그분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패키지를 보고 알았다. 너무너무 열심히 하더라. 무슨 소명으로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른 쪽(상대 편)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아, 역사가 달라지겠구나 (생각했다.)…”

“…부탁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전화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 주민등록증 남아 있는 사람들은 (한국으로) 다 들어가야 한다. 다 들어가셔서 한 표를 행사해야 된다. 만약에 서울에서 잘 곳이 없으면 사랑의교회로 전화해라. 교회 수양관을 내주겠다.…”

오 목사는 한 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의식을 가지고 모두 투표에 임하지 않으면 부흥의 역사가 새로운 은혜의 물길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표가 중요하다. 우리가 민족을 향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연말 대선에는 예수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100% 투표 참여해야 한다. 이거 하지 않으면 평양 100주년 부흥의 역사가 새로운 은혜의 물길로 연결이 안 된다. 나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우리 민족이 잘 되기만을 소원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할 때에 이민 사회하고 한국 사회하고 잘 네트워킹이 되어서 선교를 마무리하고 예수님의 재림을 대비할 수 있는 민족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예수 편”

오 목사는 “정치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정치색 농후한 자신의 발언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 오 목사는 자신의 정치적·이념적 중립성을 공언해왔다. 2004년 10월에는 주일예배 광고 시간에 소속 교단의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시국선언문을 소개했다가 교회 내에서 논란이 일자, "자신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편이다"고 해명하기도 했었다. (<뉴스앤조이> 2004년 10월 13일자 기사 참조)

지난 2월에는 <복음과상황>과의 인터뷰에서 오 목사는 ‘2007년 부흥 운동을 정권 교체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말하는 일부 교계의 흐름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었다. 

“…신앙의 순결성을 해치고 복음의 능력을 손상시키는 그 어떤 정치적 흐름도 경계해야 한다.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가 필요하다. 과거 YS 때 한국 교회를 대표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얼마나 교회의 권위와 고고함과 순결함을 해쳤는지….나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결코 강단에선 표를 내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세속 정치에 휩쓸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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