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대통령,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기독 대통령,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복음과상황
  • 승인 2007.07.23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봉호 교수, "신앙이 자동적으로 훌륭한 정치가 만드는 것 아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한국 교회도, 이민 교회도 덩달아 시끄럽다. 한 쪽에서는 이왕이면 예수 믿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기독교인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느냐가 선택의 요건이 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가 기독교인(장로 혹은 집사)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나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할까. 복음주의 기독학자 5명에게 물었다. (편집자 주)

   
 
  ▲ 왼쪽부터 손봉호 교수, 최갑주 사무처장, 이국운 교수, 백종국 교수, 박득훈 교수.  
 
"기독교 신앙이 자동적으로 훌륭한 정치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손봉호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만약 다른 조건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기독교인을 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어떤 후보자가 평소에 정직하고 공정하며 약자를 배려함으로 그의 신앙이 진실함을 보여 주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이 자동적으로 훌륭한 정치가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내세우는 신앙이 참된 신앙이란 보장도 없다. 만약 비기독교인이라도 정직하고 공정하며 좋은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우수하면 그에게 투표하는 것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이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느냐는 점이다"
백종국 교수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지금 한국 기독교의 역사성으로 보아 거의 고려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이러한 고려는 대선 후보들이 기독교를 이용하려고 유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기독교의 사회적 평판을 악화하는 원인이 된다. 진정으로 우리가 고려할 점은 각 후보들이 어느 정도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고 실천하느냐는 점이다.

“장로가 대통령 되는 것보다 하나님의 공의와 가까운 사람이 뽑혀야”
최갑주 사무처장 (공의정치실천연대 )

정치는 가장 중요한 신앙적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사회의 많은 부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 믿는 사람들이 기독교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정치를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명목상의 기독인이라면 오리려 안 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이나 김영삼 대통령 등의 기독인들이 있었으나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정치를 했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반기독교적 정치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장로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하나님의 공의와 가까운 사람이 뽑혀야 한다. 남북으로 동서로 갈등하는 우리나라에 혹이라도 종교 문제까지 갈등을 야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기독교인이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서는 안 돼”
이국운 교수 (한동대학교 법학부)

단순히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냐 아니냐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독인 유권자로서는 오히려 후보자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도를 정치에 실현하고자 하느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 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후보자는 기독교적 정신에 전혀 기초하지 않았으면서도 오로지 기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기독인 유권자에게 지지를 요구하는 후보자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교회를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이론적으로는 다른 모든 점이 동일하다면, 기독인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모든 점이 동일한 경우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한국 사회와 교회의 실정에선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박득훈 목사 (언덕교회)
  

현재 한국 사회와 교회의 실정에선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제대로 된 기독 신앙인이라면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미숙하고 부패한 상태를 감안할 때, 특정 정치인이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자칫하면 교회와 정치권력의 결탁으로 교회는 더욱 부패하게 될 것이다. 또 그런 교회의 왜곡된 집단적 이기주의에 기반을 둔 부당한 정책이 채택됨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농후하다. 

* 이 글은 <복음과상황>에 실린 ‘2007년 대선, 이렇게 선택하라’라는 글에서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