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을 강요하십니까?
'아멘'을 강요하십니까?
  • 김영완
  • 승인 2007.08.1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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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고백하는 신앙 풍토 ‘아멘’ 남발로 이어져

“아멘을 하시기 바랍니다.”
“아멘 안 하십니까?”
“여기서 아멘하셔야 됩니다.”
“아멘할 때가 됐는데?”
“좋은 말 할 때 아멘하세요”
“방금 아멘 하신 분만 은혜 받으시기 바랍니다.”

설교 중에 틈틈이 설교자가 성도에게 아멘을 하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멘을 외치고 고백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습관처럼, 설교자와 성도의 주고받는 사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용이 어찌됐든 아멘을 자주 외치며 고백하는 사람은 설교를 잘 받아들이고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기도 합니다.

설교 중에 교인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설교 시간에 있을 수 있는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한 순수한 동기로 아멘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풀어 해석하고 선포하는 은사를 받았다면서 아멘을 강요하는 설교는 씁쓸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아멘을 의도적으로 이끌어 내거나 반말을 섞어가며 무리하게 아멘을 유도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간혹 어떤 설교에서는 교인들에게 말씀을 듣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보다 일단 아멘을 외치는 것이 자기 신앙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신앙의 성장을 바라거나 은혜 받기를 바란다면 안 믿거나 또는 지금 믿어지지 않더라도 아멘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더 크게 아멘을 외치거나 아멘을 많이 하는 것이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기계적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아멘에 대한 부담감과 강박증 같은 것은 수십 년에 걸쳐 한국 교회의 설교 환경에서 쌓여온 설교자와 청중들 간에 훈련의 결과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억지스런 성경 말씀의 대입을 설교자가 교인들에게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유치한 주장을 하나님의 말씀에 대입하여 주장한 후, 아멘을 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멘을 하느냐 안 하느냐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겉으로 하는 신앙 고백의 중요성이 한국 교회에는 절대시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교 중에 군중이 집단적으로 고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집단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개인의 믿음과 신앙을 무시한 듯 집단적으로 아멘을 유도할 때는 가끔 본질과 동떨어진 신앙생활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마저 들게 합니다.

설교자의 위치는 성경의 권위 아래 복종하는 마음으로 성경 말씀을 성도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이런 설교자의 위치를 분명히 인식한다면 설교자는 아멘이라는 고백을 들어야 자신이 바르게 설교를 했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교인들이 아멘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 설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설교가 끝난 후에 들었던 말씀대로 실천하게 되는 아멘이 진정한 아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설교자들은 설교 후 성도의 삶과 신앙 가운데에서 아멘을 고백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어야 합니다.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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