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누가 살릴 것인가?
지구, 누가 살릴 것인가?
  • 최봉실
  • 승인 2007.08.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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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운동과 인종 정의 운동, 서로가 필요하다!

   
 
  ▲ 미국의 노예제와 인종차별, 아프리카의 식민화와 인종차별정책, 그리고 전 세계에 걸친 백인 우월주의의 지배를 초래했던 배후의 논리는, 동물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바로 그 논리와 동일하다. (사진 제공 : 코넷)  
 
최근까지 생태 정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의 해방운동에서 주요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흑인들은 환경에 관심이 없다”는 말은 백인 생태학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전형적인 평가다. 인종 정의와 경제 정의는 기껏해야 주류 환경 운동의 주변적 관심에 불과했다. “백인들은 우리나라 도시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는 흑인 어린이들의 생존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돌고래와 반점 올빼미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의 믿음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흑인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이들과 지구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공적인 담론의 장과 실제 그 담론이 적용되는 현장에서 서로를 무시해왔다. 이렇게 서로 갈라져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동일한 적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예제와 인종차별, 아프리카의 식민화와 인종차별정책, 그리고 전 세계에 걸친 백인 우월주의의 지배를 초래했던 배후의 논리는, 동물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바로 그 논리와 동일하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백인 우월주의사회의 발전과 옹호에 기여하는가와 관련해서만 규정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을 기계화하고 도구화하는 논리이다. 백인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싸우면서도 그들이 지구를 파괴하는 문제와 연결시켜 대항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알든 모르든 반생태적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생태 부정의에 대항해 싸우지만, 백인 우월주의에 맞서 오래도록 단련되고 지속되어온 싸움에 함께 하지 못하는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인종주의자들인 셈이다. 정의를 위한 싸움은 분리될 수 없고 모든 형태의 생명을 구하는 싸움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주류 환경 운동의 지도자들 대부분은 분노해 있는 흑인들과 문화적이고 지적으로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중상류층 백인들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의 지도자들은 위협적인 인종차별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백인과 대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양쪽 모두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의와 평화와 창조의 온전성을 실현하기 위한 싸움에서 서로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흑인 해방운동은 생태 운동의 렌즈를 통해 자신의 운동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볼 것을 감히 제안한다. 또한 생태 운동은 미국 역사와 문화에서 심각하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인종주의의 사회적 계약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해 스스로를 비판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 우리는 두 진영 사이의 침묵을 깨고 참된 연대를 증진시키고, 그것을 통해서 인류와 모든 생명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 전체의 생명의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다고 희망한다.

지구를 살리는 것은 모든 이가 책임져야 할 도덕적 문제이다. 인간의 파괴적인 행위로부터 지구를 구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 사실 때문만으로도 어떤 피부색을 지닌 사람이든 모두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지구라는 행성을 만들기 위한 싸움에 함께 손을 맞잡고자 일어나야 한다.

하지만 1세계 나라에서 진행되는 환경 관련 논의를 살펴보면 생태적 위기에 가장 책임 있는 문화권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늘 결여되어 있다. 특히 미국의 백인 윤리학자들과 신학자들 사이에서 그러한 비판은 실제로 찾아보기 어렵다. 내가 읽어본 대부분의 글이나 서적에는 백인들이 백인 우월주의 세상에서 희생자로 살아야 했던 이들로부터 우리가 생태적으로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과 관련해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는 단서가 거의 없다. 만일 한쪽이 자신들이 모든 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면 어떻게 백인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자들 간의 진심어린 상호 생태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한 문화가 생태적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지니고 있으면서 지구의 해방을 위한 도덕적 지적 자원도 제공하리라고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흑인과 다른 소수자들은 종종 왜 그들이 주류 생태 운동에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백인 신학자들과 윤리학자들에게 묻는다. 왜 그대들은 인종 문제와 관련된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가? 오직 인종주의에 대한 투쟁이 자신의 인류애를 위한 싸움이라는 것을 백인 신학자들이 깨달을 때에만, 우리는 지구를 구하는 싸움에 흑인과 백인과 다른 모든 이들의 연합된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 제임스 콘은 <God of the Oppressed>(억압받는 자들의 하나님) 등의 다수의 책을 저술했으며, 유니온신학교 조직 신학 교수이다. 이 글은 <Earth and Word>의 일부를 수록한 것이다.  

* 번역 / 최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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