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아멘’한다고 믿음 좋아지진 않아
무조건 ‘아멘’한다고 믿음 좋아지진 않아
  • 김형희
  • 승인 2007.08.13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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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스러운 교인’만 있는 것은 복음 잘못 가르쳤기 때문

아내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마음에 병을 얻어 얼마 전부터 동네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교회에서 여름 수련회를 가는데 아내더러 참석하라고 하니, 혼자는 절대 못 간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동행하기로 하였다. 수련회 첫날 교회는 모 지역 교회연합회의 총회장 목사가 설교를 했다.
 
그 목사가 설교를 하다가 갑자기 눈을 감고 생각하며 듣고 있던 나를 보며 “왜 아멘을 하지 않느냐”고 나무랬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리니 자연히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목사님이 하는 설교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생각하면서 듣는 중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가 하는 말이 “목사는 하나님의 대언자이며, 진리를 외치는 참된 종이니, 목사가 하는 말에는 무조건 아멘이라고 크게 외쳐야 믿음이 충만해진다”는 말을 했다.

아뿔싸!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의 현실이다. 목사가 하는 설교는 무조건 ‘아멘’을 크게 외쳐야만 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목사의 설교에 반론을 하는 것 자체가 죄악이며 마귀의 자식임을 증명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과연 목사의 설교에는 무조건 아멘이라고 크게 외쳐야만 믿음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목사란 무엇인가? 목사란 일반 교인들과 다른 특별한 몸을 지녔을까? 목사는 인간의 성정을 가지지 아니했을까? 성경은 모든 인간이 죄 아래 있다고 가르친다. 모두가 악하다고 말씀하신다. 바울조차도 육신으로는 죄밖에 나올 것이 없다고 고백한다.

모든 인간이 죄인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목사라는 사람도 실수와 잘못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의식구조를 가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불완전한 육체를 가진, 죄인의 한 부류인 목사의 설교에 무조건적인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리라.

정치와 시사 문제 등등을 가지고 설교 주제를 삼다보면 도통 이해가 안 가거나 나와 다른 가치관이나 생각을 표현할 때도 있다. 목사의 말은 곧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 일점일획 잘못이 없다고 믿고 무조건적으로 아멘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설교 내내 아멘으로 화답하여 ‘아멘스러운 교인’임을 자처하게 만드는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아멘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성도들은 아멘을 크게 외치지 않으면 목사들이 ‘아멘을 크게 외치라’고 닦달을 하고 종용을 하니 습관이 되어 무조건적으로 교회가 떠나가라 크게 아멘을 외치는 것이다. 아멘을 열심히 크게 외치기 위해 목사의 설교가 어떤 뜻을 내포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다.

한국 교회가 ‘아멘스러운 교인’들로 가득 찬 근본 원인은 잘못 가르친 복음 때문이다. 배우가 관객들이 환호하고 크게 박수치는 것에 기뻐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듯이 목사 또한 자신의 설교를 듣고 크게 외치는 아멘 소리에 자기만족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만족을 위해 교인들에게 아멘을 재촉하고 강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고픈 목사의 속마음 때문에 끊임없이 교인들에게 아멘을 크게 외치라고 강권한다. 끊임없는 그런 강요에 세뇌되어 이제 교인들은 목사가 하는 말에는 자동적으로 아멘을 외친다. 목사가 ‘하나님의 대리자’라는 관념 때문에 목사의 설교에는 무조건 아멘을 외치는 아멘스러운 교인들.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교회 풍토 때문에 나날이 교회는 오감만족을 시켜주는 세상적 설교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세상 축복을 설교하는 목사들은 교인들의 우상이 되는 것이다. 생각할 줄 모르는 소경된 교인들을 양산하는 거짓 목사들의 설교 때문에 교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멘을 외치는 ‘아멘스러운 교인’들로 넘쳐 나게 되는 것이다. 들을 귀 있는 자들은 들으라!

* 이 글은 한국 <뉴스앤조이>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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