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폭력을"
"감독회장 되겠다는 사람이 어떻게 폭력을"
  • 이승규
  • 승인 2008.11.17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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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M 아카이브>는 나누고 싶은 과거 기사 ‘다시보기’ 코너입니다.

감리교 사태 관련해 성명서 발표한 뉴욕지방회 성영철 감리사

한국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감독회장 선거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감리교 본부는 폐쇄된 지 2주일이 넘었고, 고수철 목사와 김국도 목사는 서로 자신이 감독회장이라며, 대화로 해결하라는 판사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사태 해결의 끝은 보이지 않고, 온갖 잘못된 소문과 주장만 난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주에 있는 감리교 목회자 300여 명 중 60여 명이 성명을 발표했고, 뉴욕지방회에 속한 21명의 목회자도 성명을 발표했다. 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해 연회나 지방회에서 목소리를 낸 곳은 미주 지역이 처음이다.

▲ 지난 9월 열린 감리교 총회. 신경하 감독회장이 김국도 목사 쪽 사람들에 둘러싸여 총회 장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뉴욕지방회는 성명에서 "감리교회가 사이비 단체로 전락할 수 없다"며, "김국도 목사의 '후보 등록 효력 정지' 판결을 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최소한 기독교 양심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 법정에서 위증으로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고도 뉘우침이 없는 양심과 윤리 의식을 가진 자가 감리교의 최고 영적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을 재천명한다"고 했다.

이 성명서의 내용은 감리교 뉴욕지방회에 속한 21명의 목회자가 모두 동의했다. 뉴욕지방회 감리사이면서, 성명을 발표하는 일에 참여한 성영철 목사를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해 연회나 지방회가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성명서를 내게 된 배경이 있나.

그렇다. 9월 한국에서 열린 총회에 뉴욕지방회 감리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동안 목회하면서 내가 감리교 목사라는 게 자랑스러웠는데, 총회 현장에서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신경하 감독회장의 길을 막아 총회는 아예 개회도 못했다. 감독회장 되겠다고 하는 사람이 그럴 수 있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폭력을 수단으로 사용해도 되나. 아무리 44%가 지지를 했어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를 물리적으로 막은 것은 분명히 규탄 받아야 한다. 감리교 헌법인 교리와 장정에는 감독회장이 될 수 있는 자격으로 분명 무흠한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미주 지역 목회자 60여 명과 뉴욕지방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이유는 학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참고로 고수철 목사는 감신대 출신이고, 김국도 목사는 목원대 출신이다. 감신대와 목원대, 협성대는 감리교단에서 인가한 신학교다.)

뉴욕 지방은 감신 출신만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미주특별연회 목회자 중 절반 이상이 감신 출신이긴 하다. 그렇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신 출신도 김국도 목사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 않나. 뉴욕지방회는 감신, 목원, 협성 모두 있지만, 이번 성명서는 전부 동의했기 때문에 발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수철 목사를 지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게 보이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법대로 하면 된다. 감독회장은 무흠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교리와 장정에 쓰여 있지 않나. 법대로 하면 김국도 목사는 감독회장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를 하는데, 심판이 선수보고 반칙했으니 퇴장하라고 했는데, 심판 말 듣지 않고 골을 10골, 20골 넣으면 뭐 하나. 그게 제대로 된 경기라고 볼 수 있나.

감리교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나.

그러게 말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모든 감리교 목사가 저렇다는 건 아니다. 일부 세력이 감리교를 이 지경으로 끌고 왔다. 신경하 감독회장만 해도 정의와 평화에 관심이 많았다. 원래 감리교가 이런 데 관심을 많이 쏟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세습을 가장 많이 한 교단이라는 오명이 있고, 어떤 목사는 자신이 세습했다는 얘기를 공개 석상에서 자랑스럽게 얘기를 한다. 창피한 일이다.

고수철 목사가 좀 더 강력하게 사태를 대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같이 폭력을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둘 다 각목 들고 싸우면 어떡하나. 감리교 본부를 일영연수원으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고수철 목사가 폭력으로 사태를 해결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러다 갈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교단 분립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막상 교단을 분리한다고 하면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다시 선거하자고 얘기하는 사람들 있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재선거는 선거가 잘못됐다는 의미인데, 선거는 잘못되지 않았다. 사회법이 판결한 가처분 신청 받아서 신경하 감독회장은 집행했는데, 선관위 일부 위원들이 말을 듣지 않은 것 아닌가. 답답한 건 이번 사태를 보면서 연회나 지방회에서 성명서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적어도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는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것도 얘기하지 못하는 기본 양심이 없다면 큰일 아닌가.

다음은 뉴욕지방회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감리 교회! 사이비 단체로 전락할 수 없다'

작금, 우리 감리교회 126년 역사와 전통이 지난 2008년 10월30일 제28회 총회에서 감리교 역사상 유례없는 수치와 무법천지의 파행적 행위로 총회가 무기한 연기되는 최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우리 미주특별연회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철저하게 준비된 폭력에 분노하고 비통한 마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가슴을 치며 수수방관만 할 수 없기에 156만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뜻을 모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1.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교리와 장정>(232단1항)을 왜곡하고 특정 후보(김국도 목사)의 결격사유를 알고서도 당선을 위해 온갖 편파적 불법을 저지른 장동주 전 선거관리위원장을 규탄한다.

2.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감금과 협박, 금품 유혹의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고 '하늘의 해를 손으로 가릴 수 없다'고 절규했던 신경하 감독회장의 양심 선언을 신뢰한다.

3.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김국도 목사의 '후보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을 판결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최소한의 기독교 양심임을 천명한다.

4.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자격 없는 김국도 목사가 감독회장을 사칭·빙자하고, 허위문서 작성발송, 불법적 회의 소집 등 온갖 비상식적이고 불신앙적 행위의 중지를 강력히 요구한다.

5.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은 사회 법정에서 위증으로 무고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하고도 뉘우침이 없는 양심과 윤리 의식을 가진 자가 감리 교회의 최고 영적인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을 재천명 한다.

우리 뉴욕 지방 교역자 일동의 이 작은 외침이 불꽃 되어 우리 감리 교회가 이성과 양심을 회복하고 희망을 주는 진정한 감리 교회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

2008년 11월 11일

기독교대한감리회 미주특별연회 뉴욕 지방
감리사 성영철 목사 외 교역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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