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눈부시도록 당당한 아름다움
이란 여성, 눈부시도록 당당한 아름다움
  • 양국주
  • 승인 2007.08.24 20: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국주의 세상 이야기

고대 이라크, 바벨론 왕조의 느부갓네살은 이란 북부 카스피해와 아르메니아 접경 지역인 메디아의 처녀 아뮤티스를 왕비로 맞이했다. 카스피해의 절경과 아름다운 산에서 살았던 그녀가 사면이 온통 흙먼지 사막인 이라크에 살면서 향수병에 걸렸다. 왕은 바그다드 남쪽으로 50킬로 떨어진 유프라테스 강가에 그녀의 고향을 닮은 듯 인공산을 만들고 계단식 물이 흐르는 공중정원을 지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까지도 따주고 싶은 게 모든 남성의 소망이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뮤티스 같은 여성의 품위와 사랑 받을만한 조건을 갖춘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들었던 천상 정원은 장구한 역사와 더불어 지금까지 한 여인을 향했던 대왕의 애틋한 사랑으로 회자되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나 연모하는 마음이 크고 깊었기에 그녀를 위해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버금가는 공중공원을 지었다는 말인가?
 

   
 
  ▲ 이스파한에서 만나 어렵게 찍은 여학생들. 화장기 없는 모습에서 오히려 완숙미가 물씬 풍겨진다. (사진제공 양국주)  
 
환웅과 웅녀의 설화를 지어낸 우리 설화처럼 헬라인들은 바람둥이 제우스 신과 천하절색의 미녀들이 맺은 사랑의 결실로 오늘날의 그리스인이 탄생된 것으로 설명한다. 신과 인간의 결합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지상 최대의 걸작이 바로 그리스인인 셈이다.

무릇 사람은 제각기 개성과 아름다운 특질을 지니고 있다. 복스러운 서부 아프리카인의 두상이나 몸매는 르노와르의 육질 좋은 모델처럼 감각적 볼륨을 지니고 있지만 알젠틴 미녀들의 눈매는 가히 환상적인 흡입력으로 뇌쇄를 당한다. 그러나 육감적인 몸매와 나이브한 곡선, 피부에 이르기까지 이란 여성처럼 완벽한 육체는 없는 듯하다. 더욱이 주변 국가인 아프간 여성들의 하늘 청색 부르카, 이라크 여성들의 때가 절은 듯 먼지투성이처럼 보이는 부르카에 비해 멋스러운 이란 여성들의 검정색 부르카는 패션마저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품위를 느끼게 해준다.

   
 
  ▲ 어느 화상의 벽에 걸린 색 바랜 여인의 초상화. (사진제공 양국주)  
 
테헤란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타지리스의 고미술 상을 찾았다. 가난한 이들의 달동네와 그림쟁이들이 모여 사는 곳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인 탓이다. 갤러리를 50여 곳쯤 돌았을까? 어느 화상의 벽에 걸린 색 바랜 여인의 초상화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 내가 찾던 그림이야!’ 순간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쁨에 가슴이 요동쳐 왔다.

“팔지 않습니다.”

“아니 팔지 않는다니?”

30년도 훨씬 더 넘어 보이는 그 그림은 오랫동안 오일도 바르지 않은 탓인지 세월의 흐름과 시공을 뛰어 넘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잠시 그림에 대한 덕담을 주고받은 후 왜 이 그림을 팔 수 없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내 누드모델이었습니다.”

잠시 지난 날 가난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삶을 불태웠던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촉촉이 젖은 눈매가 슬퍼 보였다. 순간 이 그림쟁이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었구나 하는 직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연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연민을 하찮은 돈과 맞바꾸는 것은 감히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문을 하면 다시 그려주겠노라는 제의도 있었지만 가슴으로 그린 영혼의 작품이 있는데, 영혼이 떠난 손끝으로 그림을 그려 돈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를 귀찮게 굴면 찾아온 성의를 괘씸히 여겨 팔지 않을까 하는 기대 반으로 서너 번을 찾았지만 그의 결심은 언제나 요지부동이었다. 그림과 그림 속의 여인에 대한 순수함 때문이었다. 이란 방문 기간에 만난 사진 속의 처녀는 그림 속의 여성과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일요일에 열리는 바자르는 여느 나라처럼 북적대는 인파와 구경꾼으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는 일도 재미있지만 이런 군상들을 쳐다보는 일만으로도 흥에 겨운 일이 아니던가? 테헤란 바자르에는 아르메니안과 우즈벡 사람들, 몽골인, 아프간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제 각기 제 나라 살림 밑천을 들고 나와 행상을 벌리는 폼이 유럽의 벼룩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 북새통을 이룬 시장통에서 만난 이란 여성. (사진제공 양국주)  
 
북새통을 이룬 시장통에서 그녀를 만난 것은 기적이었다. 피곤한 듯 함께했던 일행과 떨어져 홀로 있던 모습이 가히 인상적이었다. 부르카로 온몸을 감싼 채 부끄러운 듯 다소곳한 정적을 즐기고 있던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란 사람들은 자신의 표현을 부정어법으로 표현한다더니 처음에는 거절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무안해하며 돌아서려는데 그녀의 입에서 “no problem”이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실루엣을 찍고 바자르 한구석 양지바른 곳에서 간단한 포즈를 취해준 그녀의 입에서 “enough”라는 말이 떨어지기까지 채 2~3분이 안 걸렸다.
 
입을 반쯤 벌린 그녀의 모습을 나 혼자만의 즐거움으로 간직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작심했다. 이는 마치 갤러리에서 만난 그림쟁이가 자신의 모델 그림을 팔려하지 않던 속사정과 다를 바 없으리라. 어찌 나라고 눈부시게 당당하던 그녀의 비밀스런 아름다움을 가슴에 새기고 싶지 않겠던가?

느부갓네살이 그토록 가슴에 담았던 여인 아뮤티스가 그의 가슴에 영원한 활화산으로 타올랐듯 바자르에서 만난 처녀나 갤러리 벽면을 장식했던 모델은 당당한 이란의 자존심으로 눈부시게 우리를 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국주/ 열방을섬기는사람들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Bertha 2011-08-27 09:21:46
God help me, I put aside a whole afternoon to fgirue this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