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목회자 3인을 만나다
1.5세 목회자 3인을 만나다
  • 박지호
  • 승인 2007.08.27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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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 건강한 씨앗 키워낼 모판될 터

   
 
  ▲ 2세 목회 현장에 있는 그들이지만 1세 교회에서 자랐고, 사역했기에 1세 교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역시 깊었다. 이들이 말하는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또 1.5세 목회자로서 1세 교회와 2세 교회를 위한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뉴욕과 뉴저지에서 2세 목회를 하고 있는 1.5세 목회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잘못했습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라는 말을 한인 교회에서 가장 먼저 배웠다는 어느 2세 사역자의 말을 들었던 탓에 이들이 1세 교회에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1세와 2세 교회를 섬길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기자도 놀라고 본인들도 놀랐다.

2세 목회 현장에 있는 그들이지만 1세 교회에서 자랐고, 사역했기에 한인 교회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역시 깊었다. 애정이 깊으면 충고도 매서운 법이다. 이들이 말하는 한인 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또 1.5세 목회자로서 1세 교회와 2세 교회를 위한 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번 좌담에는 뉴저지에 있는 Riverside Community Church의 담임목사인 브라이언 리 목사와 Joy Christian Fellowship church의 담임목사인 대니 한 목사가 참여했고, 플러싱에 있는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의 담임목사인 노진산 목사가 진행을 맡았다.

아름다운 이민 교회…그 나름의 고유성 인정해야 

노진산 / 1.5세로서 1세 교회에서 자랐고, 1세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을 했었고, 현재는 2세 목회를 하고 있다. 모두 매우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여러분들이 바라본 이민 교회는 어떤 모습인가. 

   
 
  ▲ 플러싱에 있는 Living Faith Community Church의 담임목사인 노진산 목사가 이날 좌담의 진행을 맡았다.  
 
브라이언 리 / 이민 교회는 아름답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땅에서 믿음을 지켜나가고 하나님나라를 확장시켜나가는 성도들의 모습이 눈물겹다. 이민 교회는 온실에서 자란 꽃이 아니라 비바람 맞아가며 자란 들국화 같다. 그래서 그런지 이민 교회 성도들은 겸손하고 순수하다. 그런데 이민 교회를 미국에 있는 또 다른 한국 교회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담임목사를 청빙해 오거나 대형교회 프로그램을 상황화 작업 없이 그대로 이식하곤 하는 것 아닐까. 이민 교회가 그 자체로 고유성을 지닌 독자적인 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대니 한 / 솔직히 1세 교회에 관심이 없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예전엔 1세 교회에서 2세 목회를 하는 것은 희망이 없다고까지 단정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 전 ‘세대 간 회복’이라는 주제로 열린 집회에서 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2세 목회자들이 1세 목회자들을 미워하고 존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회개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최근 1세 목회자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노진산 / 궁극적으로 1세와 2세 목회자가 관계를 회복한다 하더라도 함께 사역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난 이민 교회 역사를 돌이켜 보면 2세 목사는 곧 대학부 담당 목사, 교육 목사, 부목사라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이런 사역 모델로는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 간의 협력이 불가능하다. 상하 관계가 아닌 기능과 역할로 구분된 동등한 사역 모델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우리조차 그런 모델이 생소하다. 어떤 그림이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함께 그려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부(assistant)목사가 아닌 부(associate)목사를 원한다

대니 한 / 2세 목회자들은 상하 관계보다 평등한 팀사역을 원한다. 어떤 한인 교단에서는 부목사(associate pastor)라는 명칭 대신 ‘assistant pastor’라는 명칭을 쓴다. 은사나 전문성을 발휘해 담임목사의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팀사역이 아니라 그야말로 담임목사를 ‘돕는’(assist) 직책일 뿐이다. 한인 교회가 2세들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1세 목회자들은 2세 목회자들을 동등한 ‘associate’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2세 목회자들이 목회자로서 충분히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2세 목회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브라이언 리 / 목회자뿐 아니라 1.5세나 2세들이 전통적인 한인 교회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애 취급’ 당한다는 2세들의 불평은 표면적인 이유다. 리더십을 가지고 맘껏 섬길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하지만 이런 것도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의 일종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어느 쪽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이다.

노진산 / 얼마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2세 목회자들의 컨퍼런스가 있었다. 그 자리에 모인 2세 목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한인 교회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했다. 1세 목회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것뿐 아니라 1세 교회를 이끌어나갈 2세들이 없거나, 있어도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2세 목회자들이 한국 교회에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 이전처럼 중고등부 전도사하면서 담임목사가 시키는 일만 하는 것보다 힘들더라도 코칭과 멘토링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는 그런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2세 사역자들이 미국 교회로 눈을 돌리게 된다. 얼마 전에 큰 한인 교회 전도사로 있는 유능한 2세 목회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친구 정도면 대형 교회 부목사로 얼마든지 갈 수 있는 조건이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Church Planting 사역에 파트 타임으로 일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대니 한 / 2세 목회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성장해야 하는 환경이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 현장으로 투입되면 준비될 틈도 없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요구받는다. 2세 목회 초년생들은 선배 목회자들로부터 멘토링을 받기 원하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한인 교회들에 이런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다. 최근에 몇몇 교회들이 2세 목회의 좋은 모델들을 보여주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열린문장로교회의 경우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가 비교적 팀목회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뉴저지에 있는 찬양교회는 2세 교회를 1세 교회에서 전적으로 지원한다. 결국 2세 교회가 독립해서 주도적으로 사역하고 있다. 함께 공존하면서 동역하는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 비슷한 환경을 걸어 온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많은 부분 공감했다. 한때 이들에게 1세 교회는 고민의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사랑과 섬김의 대상이었다.  
 
순교자 콤플렉스 버리고…희생정신 배우자

노진산 / 이민 교회를 보면서 항상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지도자에 대한 부분이다. 목회자들의 삶이나 목회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있더라도 목회자들이 거의 따르지 않는 실정이다.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 장로교회의 경우 당회나 노회와 같은 좋은 제도적 장치를 잘 살려서 목회자의 리더십을 건강하고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브라이언 리 / 리더십 문제라고까지 이야기할 순 없지만 그 시대마다 요구되는 리더십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70~90년대까지 한국과 이민 교회에서 필요했던 리더십이 있었고, 또 현재 시대적 상황에서 요구되는 리더십이 있다고 본다. 시대와 환경을 깨닫지 못하고 지난 리더십을 고집하면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 70~80년대 이민 초기의 목회 패러다임을 강조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나 역시 부족하다. 그래서 최근 한국 근현대사를 비롯해 여러 가지 공부를 하고 있다. 교인들을 섬기기 위해서는 공부하고 성장하면서 이 시대와 상황에 적합한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진산 / 1세 목회자들에게 “가정이 우선입니다”라고 말하면 머리로는 그렇다고 동의할지 몰라도 실제 목회 현장에서 가족이나 아내를 우선순위에 놓고 의사결정을 하면 “너 목사 맞냐”고 되묻는다.(웃음) 1세 목회자들은 교회와 사역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의 선택으로 힘들어진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희생당하고 고난당하는 것처럼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다.

   
 
  ▲ 뉴저지에 있는 Joy Christian Fellowship church의 담임목사인 대니 한 목사.  
 

대니 한 / 1세와 2세 목회자들의 목회 패러다임이 다르다. 좋게 보면 순교자 정신이고, 나쁘게 말하면 순교자 콤플렉스가 1세 목회자들에게 있다. 희생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역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대부분 2세들의 우선순위는 하나님, 가족, 사역 순이다. 그러나 대부분 1세 목회자들은 첫째는 하나님, 둘째는 사역, 가족은 세 번째다. 1세 목회자들에게 있어 하나님과 목회는 동등시 된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바로 목회다. 그러므로 다른 모든 일들은 목회를 위해 희생된다. 목회라는 제단에 가족이 희생되는 것이다.

하지만 2세들의 눈에는 1세 목회자들의 그런 목회 스타일이 성서적이지도, 건강하지도 않게 보인다. 물론 이해는 한다. 처참했던 한국 현대사를 겪었던 1세 목회자들에게 목회는 곧 희생을 의미했다. 이러한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 교회의 부흥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목회자들이 맹목적으로 희생할 것이 아니라 생활과 목회 사이에 건강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진산 / 교회에서 왜곡된 리더십의 문제는 신학적인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신학적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신앙을 공적인 영역과 개인적인 영역에서 일관되게 적용하라는 것이다. 소위 이원론적 영성을 극복하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1세와 2세 목회자들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 미국 목사님들은 노회에서 회의를 해도 토론을 통해 사안마다  신학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을 거친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그런 것이 너무 약하다. 예전에 의사들은 5년에 한번 시험을 봐서 그동안 얼마나 의술이 향상되었는지 테스트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노회에서도 목사님들에게 그런 제도를 시도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가 1세 목사님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웃음)

브라이언 리 / 신학적인 문제까지는 아니지만 한국 교회와 이민 교회를 볼 때 가장 애석한 것은 복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복음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컨퍼런스에 가서 ‘복음’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한다. 물론 인기 없는 코너다. 그 컨퍼런스에 올 정도면 복음은 이미 안다고 생각한다. 다른 강의에 자리가 없어서 밀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강의를 마치면 반응이 좋다. “내가 복음을 안 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라는 말들을 듣는다. 복음은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되새김질되어야 한다. 많은 교회들이 복음은 덮어두고 어떻게 하면 성장할까, 전도할까 이런 얘기만 하는 것이 안타깝다. 

   
 
  ▲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향한 1.5세 목회자들의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Big Ministry보다 Healthy Ministry가 중요

대니 한 / 한국 교회의 큰 문제 중에 하나가 ‘성장주의’라고 생각한다. 이런 성장지향적인 목회가 목사님들을 바쁘게 만든다. 성장에 대한 압박 때문에 비전이나 전략에 맞게 교회가 운영되고 있는지, 가정은 문제가 없는지 돌아볼 여력이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Big Ministry가 아니라 Healthy Ministry다.

브라이언 리 / 그리스에 갔을 때 양을 치는 목동한테 혼자서 양 몇 마리까지 관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 목동이 “약 150~170마리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때 속으로 ‘그 정도가 적당한 교인 수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교회가 대형화 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만약 지금 목회하고 있는 교회가 성장해서 300명 정도를 넘어가면 지역별로 50가정이나 100가정씩 분가해서 개척을 하도록 할 생각이다. 한 교회에서 8부 예배까지 돌리면서 모여 있지 말고, 서로 인격적인 교제가 가능한 가족적인 교회 규모를 유지할 생각이다. 그리고 독립한 교회들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름 캠프나 선교 활동 같은 연합 사역은 함께 할 계획이다.

노진산 / 하나님나라의 관점에서 이 시대를 향한 나의 사명이 뭘까, 특히 1.5세 목회자로서의 역할이 뭘까 자문하곤 한다. 이제 이 질문을 확장해서 1.5세 목회자들인 우리 모두에게 적용해봤으면 한다. 오늘날 한인 교회 상황에서 1.5세 목회자들인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

   
 
  ▲ 뉴저지에 있는 Riverside Community Church의 담임목사인 브라이언 리 목사.  
 
브라이언 리 / 노 목사님의 질문이 거룩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론 그런 고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한국 근현대사와 복음을 깊이 공부하고 있다. 복음적인 세계관을 통해 한국 역사와 이민 역사를 재조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내가 지금 어느 위치에, 어떻게 서 있어야 할지 찾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역이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대니 한 / 1.5세 목회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고려하고 있다. 첫째는 좋은 씨앗을 심는 것이다. 대형 교회가 아닌 건강한 교회 모델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또 그런 공동체가 좋은 모판이 되어 건강한 씨앗을 다른 곳에 심는 역할을 기대한다. 둘째는 1세와 2세간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구체적이진 않지만 컨퍼런스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돕고 관계를 회복하는 기회를 마련해볼 생각이다. 먼저 지역 내에 있는 1세 목사님들과 관계를 맺고 교제를 나누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브라이언 리 / 1.5세를 외롭고 고독하고 버려진 세대로 볼 수도 있지만 한없는 가능성을 가진 세대다.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국 사회를 이해하면서도 한국 사회를 섬길 수 있고, 동시에 1세와 2세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실제 1.5세라는 정체성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영적 정체성이기도 하다. 크리스천은 사실상 이중 국적 소유자다. 세상 시민인 동시에 천국 시민이다. 하나님나라라는 본향을 둔 우리는 이 땅에 잠시 머무르는 1.5세로서 양쪽을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목회철학도 그런 정신에서 출발한다.

노진산 / 한인과 동양인 2세들을 대상대로 목회하는 것이 평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가진 독특한 사역의 장점들을 바탕으로 1세 교회와 2세 교회를 섬겨야 할 것이다. 앞으로 그런 고민을 더 발전시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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