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비켜봐. 나도 좀 앉자”를 영어로 어떻게?
“옆으로 비켜봐. 나도 좀 앉자”를 영어로 어떻게?
  • 김은정
  • 승인 2007.08.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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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쩍쩍' 아들이 엄마식 영어 11

아주 사소한 말인데, 정말 우리말로 흔히 쓰는 말인데, 영어 회화 교과서에 나온 적이 없어서 들어보지도 못한 말인데, 진짜 실생활에서는 써야할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배워서 쓸 데 있는 영어를 써먹어봅시다. 이를테면 극장이나 어디 공연을 보러 갔어요. 이 미국 사람이 한 자리만 옮겨주면 우리 가족이 같이 앉을 수 있는데 그럴 때 영어로 어떻게 하죠?

어떤 아줌마가 교회 식당에서 열심히 핫도그를 먹고 있는 우리 아들에게 “의자를 하나만 옮겨 앉을래?”하는 뜻으로 “Can you change your seat?”이라고 잘못 말했습니다.

문법이야 틀리지 않았죠. 의도한 바를 영어로 제대로 못 전한 게 탈이죠. 핫도그를 입에 물고 멀뚱멀뚱 그 아줌마를 쳐다보던 우리 아들이 찍소리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 다른 테이블을 찾아 다녔죠. 우리 아들이 원래 그렇게 착하답니다.

그 아줌마가 영어로 한 말은 “딴 데 가서 앉아라”라는 말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잘 모르고 한 말이었죠.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애가 일어나 자리를 옮기니 착한 그 아줌마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겁니다. 자기 딴에는 영어 한다고 문법 다 맞추고 나이스하게 한다고 한 영어였는데 말이죠.

그 아줌마가 우리 아들에게 물었어야 할 말은 “Can you move over a seat?”입니다. ‘옆으로 한 자리 비껴 앉을래?’라는 뜻이죠. 기껏 용기를 내서 한다고 한 영어가 ‘이 자리에서 나가주세요’가 되면 듣는 사람도 기분 나쁘고, 뜻도 모르고 말한 사람은 황당하고 그러겠죠?

그럴 수 있죠 뭐. 문제는 내가 잘못 한 영어를 듣는 사람이 성질 나쁜 어른이면 봉변당할 수 있다 그거죠. 그러니까 쉽지만 제대로 하는 영어 배웁시다. 하루에 한 문장씩만. move 혼자 쓰면 ‘이사하다’라는 뜻이지만 move over가 되면 뜻이 달라지는 거 보세요. 영어를 단어가 아닌 문장으로, 상황으로 익혀야 써먹을 때도 어색하지 않고 영어도 늘고 그래요.

여기서 over는 뭐랄까…. 공간의 이동을 전하는 느낌의 부사라 할까요. 비슷한 쓰임의 “Why don’t you come over to my house?”는 “우리 집에 놀러와요”라는 뜻이에요. 왜 한국말에도 ‘건너와라’ 라는 말이 있잖아요. over는 그런 느낌의 말이에요. 여기서 어려운 단어 하나도 없죠? 제가 그랬잖아요. 중학교 정도의 문법과 단어 실력이면 된다니까요.

참 사람 말을 못 믿으시고 아직도 영어 땜에 고민들 많이 하시던데 많이들 아시겠지만 Why don’t you…는 ‘…하지 그래?’ ‘…하면 어때?’ 라는 권유, 청유의 좋은 표현이죠. 공간의 이동을 표현하는 over를 이용한 또 하나의 표현이 있어요. 놀이터의 미끄럼틀 내려가는 걸 ‘slide’ 라고 하죠.

놀이터나 어느 대기실에 가면 따로 좌석 구분이 안 되어 있는 기다란 벤치가 있잖아요. 어떤 사람이 떡하니 그 벤치를 혼자 다 차지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좀 당겨 앉으면 우리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럴 때 하는 말이 “Can you slide over?”죠.  move over는 자리 구분이 되는 의자를 하나 옮겨 달라는 뜻이라면, slide over는 미끄러지듯이 옆으로 쫌 옮겨 앉아 달라는 뜻이에요.

구분이 가세요? “미안하지만 좀 당겨 앉으실래요?”라는 뜻으로 “I’m sorry, but can you scoot down a little bit?”도”Can you slide over?”랑 같은 뜻이에요. 아니면 “이 자리 비어 있는 건가요?” 하고 묻고 싶을 때가 분명히 있었을 걸요? “Is this seat taken?” 하시면  perfect English죠.

알고 보면 진짜 별거 아닌 게 또 영어라니깐요. 물어 보지 않고 말로 안하고 몸으로 무대뽀로 가서 밀치고 앉으면 욕먹죠.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렇잖아요. 혹은 그 반대의 상황으로, 화장실 간 우리 남편 자리를 내가 맡아놔야 한다고 칩시다. 누가 그 자리를 탐내는 것 같으면 ‘여기 자리 있어요.’라고 말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주어 동사 자리만 바꾸면 또 금방 써먹을 말이 되죠. “This seat is taken.” 이말 끝에 Sorry하나 더 붙여주면 나이스한 사람 되는 거죠.

아니면 저 사람하고 아예 자리를 바꿔 앉았으면 좋겠어요. 왜 애들 데리고 영화 보러 극장가면 간혹 우리 애 앞에 덩치가 이따 만한 아저씨가 앉아 있어서 화면을 보기가 어렵잖아요.

무례하게 그 사람더러 ‘당신 앉은키가 너무 크니까 딴 데 가서 앉으쇼’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대신, “미안하지만 우리 자리를 좀 바꿔 앉으면 안 될까요? I’m sorry, but can you trade seats with me?” 그럼 나이스하게 바꿔 줄 걸요. 안 바꿔 주면 딴 데 가서 앉죠 뭐. 아무튼 덕분에 영어 한마디 연습해봤다 이거 아닙니까. 여러분 할 말하고 삽시다. 영어 땜에 속병 들지 마시고요. 

Can you move over a seat? (옆으로 한 자리 옮겨 줄래요?)

Why don’t you come over to my house? (우리 집에 놀러 올래요?)

Can you slide over? ((벤치 같은데서) 옆으로 쫌만 가봐봐.)

I’m sorry, but can you scoot down a little bit? (미안하지만 조그만 당겨 앉으실래요?)

Is this seat taken? (이 자리 비어 있는 건가요?)

This seat is taken. (여기 자리 있어요.)

Can you trade seats with me? (우리 자리를 좀 바꿔 앉으면 안 될까요?)

* E.J. Brown  / 본명 김은정

* E.J. Brown  / 본명 김은정
경희대 영어교육과 졸업.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Stony Brook에서 TESOL 석사 학위 취득. 책 번역 8권. 전 미주리주립대 ESL 강사. 현재 U.T. Arlington  ESL 강사. Texas Wesleyan University 심리학과 교수인 남편과 이름이 ‘아들’인 아들 그리고 딸 조아와 Fort Worth에 살고 있다.

* 이 기사는 <미주뉴스앤조이>와 기사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코넷>(http://www.thekonet.com)에 실린 것을 허락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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