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나요?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나요?
  • 김우준
  • 승인 2007.09.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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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전도사의 청소년 사역’…패러다임 쉬프트

설교가 시작한 지 10분이나 지나서 그 아이가  예배당에 들어오는 것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오늘도 이 아이 때문에 예배 분위기가 망가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언제나 무표정으로 다니던 그 학생은 아이들이 흔히 말하던 왕따였습니다. 누구에게나 시비를 걸고, 예배 시간에 주위 아이들을 못살게 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 일쑤였습니다. 어떻게 말 한 마디를 해도 분위기를 그렇게 철저히 망가뜨리는 말만 골라 하던지, 그의 놀라운 ‘파괴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학생들도 관심을 가지며 그 아이에게 접근해봤지만 그의 호전적인 태도에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고 물러서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그 학생이 처음에는 더 측은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그 학생을 멀리하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 학생의 모든 시비에 무관심으로 반응하고 그의 가시 돋친 말조차도 못 들은 척 하며 넘어가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학생의 아버지가 제게 오셔서 한 장의 편지를 주고 가셨습니다. 그 편지에는 다음의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전도사님, 직접 말씀드려야 하지만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아들 놈 때문에 속 많이 썩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혜성(가명)이가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얼마나 모범생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급변하는 제 아이의 태도에 저도 당황스럽지만 이제는 전도사님도 아셔야 할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지금 제 집사람은 혜성이의 친모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혜성이의 엄마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후로 혜성이는 극심한 외로움과 혼동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분노를 반항으로 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아이의 성격이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니 전도사님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이 편지는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저는 할 말을 잃은 채 한참 동안이나 굳어있었습니다. 왜 나는 가장 사랑이 절실했던 아이를 무관심으로 대했을까? 수도 없이 많은 후회가 제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그날 밤 저는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회개했는지 모릅니다.

그날 이후로 제 눈에는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던 혜성이의 모든 행동들이 이제는 저의 입가에 미소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혜성이의 모습 속에서 예전에 하나님을 향해 반항하던 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돌변하여 자기에게 관심을 쏟아 붓는 전도사에게 혜성이는 왜 이렇게 귀찮게 구느냐고 항의했지만, 저의 답은 언제나 같았습니다. “예전에 전도사님도 하도 하나님이 귀찮게 굴어서 구원받았거든.”

시간이 지나 혜성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고, 어느 날 저를 찾아와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저는 혜성이를 으스러져라 껴안았습니다. 혜성이가 예수님을 영접한 그날은 제 삶의 잊지 못할 축제로 기억될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어쩌면 눈이 바뀌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예전의 나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눈이 아니라 죄인이었던 나를 그 무엇보다 존귀하게 여겨주신 하나님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며 섬기는 것이 주님 되신 예수님의 뜻일 것입니다.

이제는 인상이 찌푸려지려고 할 때마다 나는 누구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지 점검합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주님 되신 예수님의 모습만이 제 삶에 나타나기를…

김우준 전도사는 9살 때 한국에서 과테말라로 이민 간 후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에서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는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원에서 전도학 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열린지구촌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하고 있다.

* 이 글은 <코넷>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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