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허위 종교비자 시정 발 벗고 나섰다
이민국, 허위 종교비자 시정 발 벗고 나섰다
  • 성호연
  • 승인 2007.09.08 1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민국 직접 신청, 방문 조사 등 개정안 제안

미 이민서비스국(USCIS)은 허위 서류를 제출해 종교 비자를 발급받는 사례가 크게 늘자 이를 시정하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비자를 발급하는 종교 비자 개정안을 내 놓았지만, 종교단체들이 비자 발급이 지연될 것이라며 이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미국 국토안보부(DHC)는 무작위로 220개의 종교 비자를 심사한 결과, 거의 3분의 1이 위조된 것임을 밝혀냈다. 적발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존재하지도 않는 시설에 고용된 것으로 조작해 비자 발급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작년 가을 이민국 직원들은 종교비자를 취득한 파키스탄인 33명이 종교 수련을 받은 적이 없고, 종교 관련 단체에서 일한 사실도 없다는 것을 밝혀내 이들을 체포했다.

이와 같이 불법으로 종교비자를 발급받는 경우가 크게 늘자 이민국은 허위 서류를 꾸며 종교비자를 발급받는 것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규정의 개정을 추진해 왔다.

종교기관 이민국에 직접 신청, 갱신기간 단축 조항 삽입 추진

이민국이 내놓은 종교비자 개혁안이 담고 있는 가장 큰 변화는 미국 내 해당 종교기관이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에 직접 비자를 신청하도록 해 미국 재외공관을 통해 개인이 신청하는 것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외국 종교인들은 상당히 규제가 느슨한 현행 종교 비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영사관이나 통관항에서 종교비자를 발급받아 왔다. 이민국 관리들은 심사가 허술한 현행 종교비자 발급제도로 인해 수많은 허위 비자가 발급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민서비스국은 현재 3년으로 정하고 있는 첫 번째 비자기간을 1년으로 단축해 전보다 자주 비자를 갱신하도록 규정하고, 심사관이 종교비자 신청자의 종교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신청서의 내용을 실사하는 등의 실질적인 심사를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이민서비스국의 빌 라이트 대변인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종교비자 개혁안으로 직업, 해당 종파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비자 발급을 제한하려하는 것이 아니고, 종교비자 프로그램을 정당하게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민국 직원들이 연말까지 결정될 새 개혁안에 대해 각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종교단체, “전문 인력 부족 초래, 종교 자유 침해 소지 있다” 반발

종교단체들은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영적·문화적·언어적 전문 능력을 갖춘 종교인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비자는 그동안 주로 가톨릭 수녀, 히브리어 교사들, 이맘(무슬림 성직자), 침례교의 행정가 등에게 발급되어왔다. 국적별로 보면, 2006년에만 한국․이스라엘․인도 등의 종교인들에게 11,000개 이상의 종교비자가 발급되었다.

종교비자 개혁안이 발표되자 전국의 종교단체들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종교 노동자들의 유입이 차단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몰몬·유대교 등과 같은 종교 관계자들은 종교비자 개혁안이 합법적인 종교 노동자들의 입국을 막아 심각한 전문 인력 부족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면서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또한 종교단체들은 종교비자 개혁안에 따라 비자를 신청하면 구비서류가 많아져 비용이 더욱 많이 들고 발급절차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이민국 심사관들이 허위 서류 제출 가능성이 높은 신청자 외에 모든 신청자를 방문해서 조사하게 되면 시간이 더욱 많이 소요되어 비자 발급을 더욱 지체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이민변호사협회(AILA)의 차기 회장인 찰스 커크는 “미국 이민국은 비자 발급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한 두건의 비자 사기 사건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성호연 기자 / <코리아위클리>

* 이 글은 플로리다에 있는 <코리아 위클리>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