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들, “해석 쉬운데 적용 어려워”
설교자들, “해석 쉬운데 적용 어려워”
  • 박지호
  • 승인 2007.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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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60% 설교 준비 시간 부족 호소

한인 교회 목회자들은 설교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해야 할 설교는 많은데 준비할 시간이 적고, 성경을 ‘해석’하는 것은 쉬운데, 성도들의 손에 잡히도록 ‘적용’하는 일이 만만찮다. 설교를 듣는 교인들은 많지만, 자신의 설교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조언해 줄 사람도 적다. 설교 클리닉에 참석한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설교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참여 인원은 24명이고, 연령대는 30대 4명, 40대가 14명, 50대가 6명이다.

   
 
  ▲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교자 본인의 의지적인 노력과 교회의 구조적인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하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해야 할 설교는 많고 시간은 적다

먼저 일주일에 설교하는 횟수가 몇 번인지를 물었다. 설교 횟수는 작게는 1회에서부터 많게는 10회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1~3회, 4~6회, 7~10회 각각 8명씩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그리고 설교 한 편에 투자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도 1시간부터 36시간까지 다양한 응답이 나와 설교자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그 중에서 7~10시간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30시간 이상 준비한다고 대답한 사람도 2명이나 있었다.

이 조사를 근거로 설교 한 편당 7~10시간을 투자하고, 매주 4~6회의 설교를 준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주당 최소 28시간에서 최대 60시간까지 설교 준비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를 볼 때 이민 교회 설교자들이 설교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교 준비 시간 ‘부족’, 이유엔 ‘글쎄’

하지만 설교자들은 설교 준비할 시간이 적다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응답자 중에 9명(38%)만이 적당하거나 충분하다고 응답했고, 그 중 충분하다고 답변한 목회자는 3명에 불과했다. 또 전체 응답자 중에서 14명(58%)이 부족하거나 매우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설교 준비에 5시간 이상 투자하는 목회자 중에 11명(79%)이 시간이 부족함을 호소했다.

그럼 설교 준비 시간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롭게도 60%에 가까운 숫자가 부족함을 호소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무응답자가 8명(33%)으로 가장 많았다. 목회자들 스스로도 그 원인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심방이 설교 준비에 가장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심방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행정 업무 그리고 대외 행사 때문이라는 대답도 각각 4명씩(복수 응답 가능)나왔다. 게을러서 그렇다는 솔직한 대답도 있었고, 제자훈련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 설교에서 적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전에 적용과 해석의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 이동원 목사는 해석과 적용의 비율이 5대 5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본문 해석은 쉬운데 적용이 어려워서

설교 준비하면서 묵상과 연구의 비율이 5대 5라고 응답한 설교자는 7명(29%)으로 가장 많았고, 연구가 많은 경우는 5명이고 묵상이 많은 경우는 10명으로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묵상과 연구의 비율이 거의 같거나 묵상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교에서 적용이 해석보다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석과 적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묻는 질문에 18명(75%)이 해석이 적용보다 많다고 대답했다. 그 중 해석과 적용의 비율이 7대 3이라는 대답이 11명(46%)으로 가장 많았다. 해석이 적용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반대로 적용이 해석보다 많은 경우는 5명(20%)에 불과했고, 해석과 적용이 5대 5인 경우는 1명밖에 없었다. 

앞의 조사 결과에서 반영하듯 목회자들은 설교를 준비할 때 ‘적용’을 가장 힘들어했다. 설교 준비 시 무엇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80%에 해당하는 20명이 적용이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본문 해석이 어렵다고 응답한 목회자는 한 명도 없었다.

듣는 사람 많은데 말해주는 이 없어서

설교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거나 있더라도 편중되어 있는 현상을 보였다. 응답자 중 17명(71%)이 본인의 설교에 대해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했지만, 그 중 15명이 아내(사모)가 주로 조언을 해준다고 대답해 범위가 제한되어 있었다. 아내 외에 장로님이나 권사님 등 교인들이 해준다는 응답자도 있었지만 많지 않았다.

그리고 교회 내에서 동료 사역자들끼리 설교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주느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끔한다는 사람도 10명이 나왔지만 비정기적이었다. 사역자들끼리 정기적으로 설교에 대한 강평을 한다는 목회자는 2명에 불과해 교회 내에서 사역자들 간에라도 서로의 설교를 평가하고 조언하는 문화가 절심함을 보여줬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 사역자들끼리 정기적으로 설교에 대한 강평을 한다는 목회자는 2명에 불과해 교회 내에서 사역자들 간에라도 서로의 설교를 평가하고 조언하는 문화가 절심함을 보여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설교자 본인의 의지적인 노력과 교회의 구조적인 뒷받침이 동시에 필요하다. 설교 클리닉 강사였던 이동원 목사는 “결국 목회자들의 우선순위 문제”라면서 “설교자가 설정한 설교 준비 시간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당회나 교인들에게도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윤실에서 열린 교역자 포럼에서는 “담임 사역자에 편중되어 있는 부교역자들과 나누거나, 수요 예배나 새벽 기도회를 성경 공부나 큐티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또 “행정 업무를 비교역자 그룹에 조금씩 이양하는 것도 교회의 설교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시간이 왜 부족한지 이유조차 모르는 경우에는 설교 준비 시간이 부족한 원인에 대한 고민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설교에서 적용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전에 적용과 해석의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 이 목사의 경우 “해석과 적용의 비율이 5대 5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하면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도록 애써 노력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적용 거리’의 원천을 찾는 실제적인 방법에 언급했다. 우선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들을 줄 아는 목사”가 되라고 권고했다. “잘 듣기만 해도 좋은 목회를 할 수 있다”며, 의외로 교인들이나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 나누다보면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무엇을 적용해야 할지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심방 시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적으로 읽으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자신만의 예화집을 만들어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교회력이나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게 설교를 구성하면 시기적절한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목회자들이 성경(context)에 깊이 파고드는 것 못지않게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context)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몸부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에 대한 피드백이 부재하거나 편중된 문제에 대해서는 교회 내에서 교역자들 간에 정기적으로 설교에 대해 강평을 하거나 주변에 친한 목회자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서로의 설교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설교 클리닉에 참석한 한 목회자는 설교 클리닉에서 배운 비평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다른 목회자들과 서로의 설교에 대해 평가하는 모임을 가져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교회 내에서 설교자와 청중들이 설교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문화도 교회 내에 조성되어야 한다. 장신대에서 설교학을 가르치는 장정복 교수는 “회중과 설교인이 함께 설교의 발전에 동참해야 한다”며 “설교의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경우 회중은 기도하면서 성령님의 도움을 청하고 정성껏 문제점들을 정리하여 설교자와 면담을 하든지 아니면 편지나 이메일로 보내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목회자들은 교인들의 이러한 충고를 받으면 감사하면서 보다 진지하게 설교 준비에 임해야 한다”며, “나의 설교를 비판한다는 불쾌감에 젖은 소심한 설교자가 아니라 먹기에 힘들다고 표현하는 양들의 표현으로 아름답게 받아주는 설교자의 도량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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